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 때문에 협박당하며 일상이 파괴되는 주인공. 범인의 요구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워서 답답할 지경입니다. 끙끙거리며 그 이유를 확인했지만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작위적으로 몰고 가다 맥빠지게 풀리는 미스터리입니다. 마지막 반전은 작품을 완성하는 조각이 아니라 이물질이 낀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국내 출간된 소네 게이스케 연작소설입니다. 제목부터가 눈에 띕니다. 암살자닷컴은 청부살인을 경매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살인이라는 범죄에 자본주의적 속성을 부여한 기발함이 돋보입니다. 읽어 보니 기발한 설정 안에서 별세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고단한 현대인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이한 모순이 재미있었습니다. 고달픈 등장인물들의 말로는 가차 없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읽고 나니 간담이 싸늘해집니다.

사부리 고로의 결단 ★★★
첫 이야기 주인공은 형사이자 청부살인업자입니다. 형사라는 건 돈벌이 구실일 뿐, 벌이 좋은 부업이라면 청부살인도 마다치 않는 남자입니다. 정의감이고 뭐고 없습니다. 업무상 둘이 충돌한다면 암살자닷컴을 은폐해서라도 지금 생활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신분부터가 뒤틀린 남자가 뒤틀린 짓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한 무덤덤에 마음이 싸해집니다.

훼방꾼 ★★★★
이번엔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청부살인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생활에 찌든 인물과 그 스트레스가 생생합니다. 암살자닷컴이라는 특수성이 가장 강한 이야기라 재미있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익명성을 지키며 살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최저가 입찰을 반복하며 ID를 의식하게 된 경쟁자라는 구도가 흥미진진합니다.

자칼의 타협 ★★★★
자칼은 암살자닷컴 시스템이 생기기 전부터 조직에서 일해온 전설적인 암살자입니다. 그런 베테랑이 의뢰에서 한 번 실패하고, 인생에 전환기를 맞이하는 이야기입니다. 웹사이트 이용자 쪽이 아니라 조직이 암살자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걸 보여주는 장이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만든 동영상 매뉴얼같은 건 그 자체로 섬뜩합니다. 그걸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전송해주는 스마트한 친절은 한층 더 괴기스럽습니다. 나이 든 암살자 주인공에게는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지만, 이런 기괴함이 좋습니다. 후반엔 그저 그런 이야기네 싶다가도 신지로라는 인물 때문에 결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특유의 괴이한 감각이 좋습니다.

어린 의뢰인 / 에필로그 ★★
마지막은 암살자닷컴을 알게 된 탐정이 주인공입니다. 조직에 인생을 잃은 피해자 측에서 그 잔악함을 보여주는 냉혹한 이야기입니다. 암살자닷컴이라는 웹사이트의 특수한 성질을 이용하지 않은 이야기라 아쉬웠습니다. 첫 이야기 '사부리 고로의 결단'과 궤를 같이하는 무자비한 결말은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검찰측의 증인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7 - 검찰 측의 증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양현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에서 1933년에 출간된 "The Hound of Death"를 기반으로 한 단편집입니다. 애거서가 20년대에 썼던 단편들인데 대부분 초자연적 공포, 심령현상을 소재로 합니다. 법정 서스펜스 '검찰 측의 증인'은 유명한 작품이지만, 재미없는 단편이 너무 많습니다.

황금가지판은 여기에 파커 파인 단편 2개, 할리퀸 단편 1개를 더해서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애거서가 쓴 단편 중 당시에는 단편집으로 나오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애거서 사후에 이런 단편을 모아서 출간했습니다. 황금가지판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검찰 측의 증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는 이런 단편들이 섞여 있습니다. 인기 없는 단편집을 더 내느니 다른 단편집에 조금씩 밀어 넣어서 책 수를 줄인 것입니다. 전권을 구매하는 독자로서는 책값이 절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황금가지판 "검찰 측의 증인"은 "The Hound of Death"에 파커 파인 단편 2개, 할리퀸 단편 1개가 더해진 것입니다.

문제는 단편을 다 넣지 않은 것입니다. "The Hound of Death"에는 'The Strange Case of Sir Arthur Carmichael'이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그런데 황금가지판에는 없습니다. 해문판은 "죽음의 사냥개"에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국내 유일 공식 완간을 내세운 황금가지로서는 큰 실수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황금가지판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 단편 하나가 빠졌습니다. 전집 전체 작품 중 단편 두 개가 빠진 것입니다. "검찰 측의 증인"에는 'The Strange Case of Sir Arthur Carmichael',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는 'The Mystery of the Spanish Chest'가 빠졌습니다. 각각 해문판 "죽음의 사냥개",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 있는 단편입니다.

아래에는 해문판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도 읽고 추가했습니다. 이미 썼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리뷰도 해문판으로 보충할 예정입니다.

이번 리뷰는 단편집 구성 얘기가 주가 되었습니다. 수록 단편은 대부분 애거서가 초기에 쓴 옛날 심령소설입니다. 딱히 소개할 게 없습니다. '라디오', '검찰 측의 증인'은 재미있었지만 단편집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포소설 중 가장 무서웠던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이 빠진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죽음의 사냥개
초자연적 힘을 소재로 한 단편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죽음의 사냥개"에 실렸습니다.

붉은 신호
안 좋은 예감을 느낀 주인공이 범죄와 맞닥뜨리는 단편입니다. 전반부 이야기와 주인공이 겪는 갈등이 흥미를 끕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에서 결말까지가 급작스러워서 별 묘미가 없습니다.
*해문판 제목은 '붉은 신호등'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네 번째 남자
이중인격과 기이한 죽음을 다룬 공포소설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집시
예지 능력이 있는 집시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공포소설 같아서 흥미가 생겼는데 뜬금없게 끝납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죽음의 사냥개"에 실렸습니다.

등불
이사한 집에 유령이 나오는 공포소설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죽음의 사냥개"에 실렸습니다.

라디오
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인이 라디오에서 죽은 남편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마지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포와 아이러니한 운명이 적절하게 엮인 단편입니다.
*해문판 제목은 '유언장의 행방'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검찰 측의 증인
모살죄로 기소된 남자가 극히 불리한 상황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집 중 예외적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1957년에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고, 2016년에도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어 BBC에서 방영했습니다. 황금가지에서도 단편집 제목을 "검찰 측의 증인"으로 정했을 만큼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푸른색 항아리의 비밀
환청을 듣던 남자가 의사를 만나 비밀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반전이 있는 건 좋지만, 좀 따분했습니다.
*해문판 제목은 '청자의 비밀'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날개가 부르는 소리
백만장자가 환상을 체험한 뒤 모든 걸 버린다는 허무한 단편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리가타 미스터리"에 실렸습니다.

마지막 강신술
강신술을 소재로 한 어이없는 단편입니다.
*해문판 제목은 '마지막 심령술 모임'입니다. "리가타 미스터리"에 실렸습니다.

SOS
우연히 방문한 집에서 불온한 범죄를 밝혀내는 이야기인데 이해가 안 됩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검찰측의 증인"에 실렸습니다.

폴렌사 만의 사건
파커 파인이 여행지에서 만난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파커 파인 사건집" 이후에 나온 두 편 중 하나입니다. 계속해서 휴가 중인 파커 파인이지만, 잠시 본업으로 돌아왔습니다. "파커 파인 사건집"을 보고 읽으면 반가울 단편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리가타 미스터리"에 실렸습니다.

레가타 미스터리
보석을 훔쳤다고 의심받는 남자가 파커 파인을 찾아옵니다. 얘기를 들은 파커 파인이 범행 수법과 범인을 밝혀내는 추리소설입니다. 심심한 단편입니다.
*해문판도 같은 제목입니다. "리가타 미스터리"에 실렸습니다.

할리퀸 티세트
할리퀸 단편입니다. 지루합니다.
*해문판에 없는 단편입니다.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
황금가지판에 없어서 해문판으로 읽은 단편입니다. 유령, 주술이 나오는 공포소설입니다. 애거서가 쓴 공포소설 중에서 가장 무서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완전판) - 파커 파인 사건집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커 파인은 애거서가 1930년대에 쓴 14개 단편에서 주인공을 맡은 캐릭터입니다. 그중 12개 단편을 묶어서 낸 것이 파커 파인 사건집입니다.

12개 단편은 전반부 6개와 후반부 6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전반부 6개는 파커 파인의 본업 이야기입니다.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파커 파인 씨와 상담하십시오.'라는 광고를 본 사람들이 사무실을 찾아와서 상담합니다. 그럼 뒤에서 시나리오를 꾸며서 행복을 찾아주는 게 파커 파인의 사업입니다. 후반부 6개는 파커 파인이 휴가 중에 겪는 이야기로 범죄 사건을 다룹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파커 파인만의 특성도 없어서 별로입니다.

이 책에서 볼만한 점은 파커 파인의 특이한 사업과 유쾌한 전개입니다. 애거서의 새로운 시도에 약간의 재미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책 가운데서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색다른 재미도 몇 편 가지 못합니다. 파커 파인이 휴가를 떠나면서부터는 정체성이 정말 애매해집니다. 여행하다 마주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되는데 개성도 재미도 없습니다.


중년 부인
바람 피는 남편을 두고 슬퍼하는 부인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의뢰입니다. 파커 파인이라는 캐릭터와 특수한 사업을 엿볼 수 있는 첫 단편입니다. 재미있게도 파커 파인의 비서로 펠리시티 레몬이 출연합니다. 레몬은 이후 푸아로의 비서로도 일합니다.

불만스러운 군인
권태에 빠진 퇴역 군인이 파커 파인을 찾아옵니다. 의뢰한 군인이 이후 한 편의 모험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은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최초로 출연한 소설입니다. 의뢰인을 위해 시나리오를 짠 사람이 올리버 부인이었습니다. 올리버 부인은 추리소설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입니다.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올리버 부인은 이후 푸아로 시리즈에도 출연합니다.

괴로워하는 여인
친구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한 여인이 파커 파인을 찾아옵니다. 의뢰 내용은 반지를 남몰래 되돌려놓는 것입니다. 파커 파인은 손쉽게, 하지만 의뢰인의 요구와는 조금 다르게 일을 완수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불행한 남편
아내가 이혼을 원하는 게 고민인 남자가 찾아옵니다. 파커 파인은 가짜 애인을 파견해서 부부 사이를 자극하기로 합니다. 등장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들렌 드 사라가 애인 역할로 분투하는 모습은 재미있었습니다.

회사원
이번 의뢰인은 특별히 불행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조금 벗어나고픈 회사원입니다. 의뢰인은 파커 파인의 중개로 소설 같은 모험을 경험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스릴을 만끽한 의뢰인의 흐뭇함, 의뢰인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대화가 다른 각도에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부유한 미망인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하지 못하는 부인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이야기입니다. 교훈을 담은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입니다. 공감 안 되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다 가졌습니까?
파커 파인이 여행 중 만난 여자의 고민과 보석 도난 사건을 해결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파커 파인이 사무실을 벗어나며, 탐정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바그다드의 문
여행하던 파커 파인이 살인 사건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추리소설 같은 단편으로 인상적인 건 없습니다.

시라즈의 집
시라즈에 간 파커 파인이 그곳에 영국 장관의 딸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수상한 내력을 들은 파커 파인이 여인의 불행을 해결합니다.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파커 파인 씨와 상담하십시오.' 출장 버전 같습니다.

값비싼 진주
사라진 진주를 찾는 단편입니다. 파커 파인의 심리 해설로 끝나는 마무리는 훈훈하지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나일 강 살인 사건
선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비슷한 개요의 푸아로 단편도 생각났는데 전 두 작품 다 별로였습니다. 넘겨짚기식 해결이라 추리도 별 볼 일 없고, 파커 파인에 어울리는 단편도 아니었습니다.

델포이의 신탁
파커 파인이 유괴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입니다. 트릭이 살짝 들어가긴 했지만 그저 그랬습니다.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파커 파인 씨와 상담하십시오. 리치먼드 가 17번지.

"지난 35년 동안 정부 기관에서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었지요. 은퇴를 하고 나니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간단한 일이랍니다. 불행은 기껏해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되지요. 제가 장담합니다. 병의 원인만 파악하면 그 치료법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플 시리즈 초기 단편집입니다. 황금가지 전집 번호 6번으로 나온 걸 보니 인기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황금가지 전집을 보면 해문판에 없는 단편집을 1번으로 내고 2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3번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대표작을 먼저 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대표 단편집이며, 마플을 좋아한다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해문판 제목은 화요일 클럽의 살인입니다.

제인 마플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개성을 잘 살리는 주인공입니다. 허구적 매력이 듬뿍 담긴 프로파일러라 할 수 있습니다. 평생 시골에서 산 노인이 오랜 경험으로 인간사에 통달한 것입니다. 이는 곧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악을 꿰뚫어 보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세상이 얼마나 악으로 물들었는지 알고, 정의 실현에 단호하면서, 젊은이들을 인자하게 보는 캐릭터입니다.

13개 단편이 있는데 6+6+1 구성입니다. 앞의 여섯 개가 한 시리즈, 뒤의 여섯 개가 또 한 시리즈, 마지막에 독립적인 단편 하나가 있습니다. 초기 여섯 편은 매주 화요일 밤에 모이는 여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내는 수수께끼입니다. 그리고 뜨개질을 하고 있던 마플이 모든 정답을 맞힙니다. 이 여섯 편은 이야기가 단순합니다. 그리고 마플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뒤에 쓰인 두 번째 시리즈는 재미있습니다. 이번엔 여섯 사람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하루 과정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인물들이 얽혀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범행 동기가 중시됩니다. 그리고 오랜 경험과 통찰로 이를 파헤치는 마플 또한 표현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여섯 사람 간의 대화도 제법 있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에 따라 진행에 변화를 주는 등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화요일 밤 모임 ★★
1927년에 발표된 제인 마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화요일 밤에 모인 여섯 사람이 매주 미스터리한 문제를 내기로 합니다. 첫 문제는 전직 런던 경시청장 헨리 클리서링 경이 들려주는 독살 사건입니다. 영어 단어가 실마리인 재미없는 단편입니다. 읽고 나서 설명이 부족하다 싶으면 'hundreds and thousands'를 검색해보면 됩니다.

아스타르테의 신당 ★★
펜더 박사가 젊었을 때 본 이상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미신적인 분위기 때문에 별로였습니다.

금괴 ★★
마플의 조카 레이먼드 웨스트가 겪은 사건입니다. 금괴를 빼돌린 범인 이야기인데 평범하면서 인상적이지는 않은 단편입니다. 대축일이나 정원사 소재도 문화 차이가 나서 별로였습니다.

피로 물든 보도 ★★★
화가 조이스 랑프리에르가 목격한 사건입니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요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기발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공포와 시각적 묘사에 힘입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동기 vs 기회 ★★
변호사 페서릭 씨의 이야기입니다. 유언장을 소재로 한 단편인데 너무 간단합니다.

성 베드로의 엄지손가락 ★★
마지막으로 제인 마플 차례입니다. 이번엔 마플이 주인공이 되어 조카 메이벨의 누명을 벗기고 독살 사건을 밝혀내는 활약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영어 단어를 토대로 비슷한 발음의 단서를 찾아내는 이야기라서 추리 과정은 재미없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 레이먼드가 조이스에게 청혼했다는 게 알려지며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가 애거서가 초기에 연재한 여섯 편입니다. 8개월 뒤에 다시 마플 단편을 연재하며 이 책의 뒷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파란색 제라늄 ★★★
전편에서 시간이 지나 새로 시작된 단편입니다. 헨리 클리서링 경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헨리는 새로운 인물들에게 마플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경찰 정보로 사건 결과를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이미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중간에 마플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앞의 단편들에 비해 이야기가 복잡해졌고, 곁가지로 위장도 합니다. 인물의 심리도 추리하기에 좀 더 볼 요소가 늘었습니다.

동행 ★★★★
로이드 박사가 목격한 익사 사건 이야기입니다. 긴장감 흐르는 이야기로 시선을 붙잡으며 결말로 이끄는 게 대단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네 명의 용의자 ★★★
미해결 사건에서 부당한 의심을 받는 용의자에 주목한 단편입니다. 암호문이 나오는데 한글로 쓰여있는 게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조금 불리합니다. 하지만 암호문 풀이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수께끼도 이중으로 깔려있고, 불행한 용의자라는 이야깃거리도 있고, 점점 마플의 역할이 돋보이는 게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비극 ★★★★
마플이 막지 못했던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마플이 본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단편입니다. 보다 보면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지나치게 초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는 분명 오류가 있겠지만, 추리소설 주인공은 틀리지 않는 캐릭터니까 일종의 초능력이나 개성같습니다. 모자와 전화 통화를 실마리로 밝혀지는 범행, 대담한 범행이 주는 충격, 씁쓸함이 고루 담겼습니다.

*마플은 평생을 연구한 학자가 유물을 감정하는 것에 자신을 비유합니다. 이 대목에서 황금가지판은 이상하게 유물의 예로 딱정벌레가 나옵니다. 해문판에서는 망치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 'beetle'을 황금가지판에서 잘못 번역한 것 같습니다.

독초 ★★
밴트리 부인의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다른 단편과 달리 문답식으로 정보를 정리합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재미있는데 사건은 끔찍합니다. 뒷맛 나쁜 이야기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방갈로에서 생긴 일 ★★★★
마지막으로 배우 제인 헬리어 차례입니다.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헬리어를 사람들이 격려해가며 진행하는 게 앞의 단편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건 이야기는 아리송하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 멋졌습니다. 이렇게 1930년에 연재된 여섯 편도 막을 내립니다. 이후에 쓴 단편 하나가 더해져서 열세 가지 수수께끼라는 책이 나옵니다.

익사 ★★
1931년에 발표한 단편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형식에서 벗어나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사건은 평범한데 마플 위주가 아니어서 별로였습니다. 처음에 마플이 헨리 클리서링 경을 찾아와 자신이 생각하는 범인을 살짝 알려줍니다. 그리고 헨리가 수사해서 범인을 밝혀내고 역시 마플이 맞았다는 게 확인됩니다. 마플의 말과 생각을 볼 기회가 없고 헨리 클리서링 경을 따라가다 끝납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진실이 보인답니다."

"시골에도 끔찍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너희처럼 젊은 사람들은 부디 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모르고 살아야 할 텐데."

"그건 네 착각이야.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그런 줄 모르고 살지."

"범인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쪽은 결백한 사람들이니까요."

"우리 조카가 표현하길 ‘아무 쓸모 없는 여자들‘은 시간이 많고 주된 관심사가 ‘사람들‘이지요. 그러니까 그 방면에 관한 한 ‘전문가‘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젊었을 땐 입에 담지도 못했을 말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지만 한편으로는 순진하기 짝이 없답니다. 무엇이건 닥치는 대로 믿거든요. 그리고 누가 부드럽게 충고하려 들면 빅토리아 시대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