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국내 출간된 소네 게이스케 연작소설입니다. 제목부터가 눈에 띕니다. 암살자닷컴은 청부살인을 경매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살인이라는 범죄에 자본주의적 속성을 부여한 기발함이 돋보입니다. 읽어 보니 기발한 설정 안에서 별세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고단한 현대인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이한 모순이 재미있었습니다. 고달픈 등장인물들의 말로는 가차 없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읽고 나니 간담이 싸늘해집니다.

사부리 고로의 결단 ★★★
첫 이야기 주인공은 형사이자 청부살인업자입니다. 형사라는 건 돈벌이 구실일 뿐, 벌이 좋은 부업이라면 청부살인도 마다치 않는 남자입니다. 정의감이고 뭐고 없습니다. 업무상 둘이 충돌한다면 암살자닷컴을 은폐해서라도 지금 생활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신분부터가 뒤틀린 남자가 뒤틀린 짓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한 무덤덤에 마음이 싸해집니다.

훼방꾼 ★★★★
이번엔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청부살인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생활에 찌든 인물과 그 스트레스가 생생합니다. 암살자닷컴이라는 특수성이 가장 강한 이야기라 재미있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익명성을 지키며 살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최저가 입찰을 반복하며 ID를 의식하게 된 경쟁자라는 구도가 흥미진진합니다.

자칼의 타협 ★★★★
자칼은 암살자닷컴 시스템이 생기기 전부터 조직에서 일해온 전설적인 암살자입니다. 그런 베테랑이 의뢰에서 한 번 실패하고, 인생에 전환기를 맞이하는 이야기입니다. 웹사이트 이용자 쪽이 아니라 조직이 암살자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걸 보여주는 장이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만든 동영상 매뉴얼같은 건 그 자체로 섬뜩합니다. 그걸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전송해주는 스마트한 친절은 한층 더 괴기스럽습니다. 나이 든 암살자 주인공에게는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지만, 이런 기괴함이 좋습니다. 후반엔 그저 그런 이야기네 싶다가도 신지로라는 인물 때문에 결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특유의 괴이한 감각이 좋습니다.

어린 의뢰인 / 에필로그 ★★
마지막은 암살자닷컴을 알게 된 탐정이 주인공입니다. 조직에 인생을 잃은 피해자 측에서 그 잔악함을 보여주는 냉혹한 이야기입니다. 암살자닷컴이라는 웹사이트의 특수한 성질을 이용하지 않은 이야기라 아쉬웠습니다. 첫 이야기 '사부리 고로의 결단'과 궤를 같이하는 무자비한 결말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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