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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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 불린 작가가 남긴 통찰. 문명사회를 가장한 인간사회 민낯, 지옥 같은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이것이 21세기에도 들어맞으며 주요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단편소설로 교과서에도 실린다는데, 옳은 일입니다. 인간사회 일원으로서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는 배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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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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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섬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버려진 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히무라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섬에 오게 되는 경위나 까마귀 떼가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풍경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시작만 그럴 뿐, 느슨한 작품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면 일단 이 작품은 아닙니다.

은둔 문학가 에비하라 슌과 그의 열성 팬이라는 모임은 수상합니다. 이런 외진 섬에서 모이는데 평범한 모임일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들 평화롭게 지내고 있으니, 히무라와 아리스가와도 한가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7장+종장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3장이 끝날 때 처음으로 피해자가 발견됩니다. 그 전까지는 너무 긴장감이 없어서 뜸 들이는 시간이 길구나 싶습니다. 소설 전반적으로 복제인간이나 젊은 사업가의 야망 등 트렌디한 소재도 나오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잘 버무려졌다기보다는 사족이 많아 보입니다. 미스터리 외에도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 피해자가 나온 뒤에도 다들 조용합니다. 갈등 일으키는 사람 없이 얌전합니다. 5장에서 두 번째 피해자가 발견되고, 후반에 사실확인을 해서 히무라가 범인을 밝힙니다. 문제 일으키는 사람이 없는 건 극 중 인물들에게는 다행입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개성이 없습니다. 사건 당시의 행동도 평범하게 각자가 진술해서 정리됩니다. 조금 트집을 잡긴 하지만 히무라의 말을 다 들어주고, 범인도 저항 없이 밝혀집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메마른 사람들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범인의 정체에서 독자도 별 감정을 못 느낍니다. 개성 강한 사람은 피해자가 되었고, 남은 용의자는 그게 그 사람 같습니다. 왜 이런 섬에 있는 건가 하는 비밀이 있지만 그건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공유하는 비밀입니다. 범인 개인의 개성이 없습니다. 히무라가 아무 이유 없이 범인을 지목할 수는 없으니 범인을 추려내기 위한 단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추리를 위해 삽입된 단서일 뿐입니다. 독자에게 인물 개개인을 인식할만한 이야깃거리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쾌감이 없습니다.

그 외 소설에서 오랫동안 지켜진 비밀이 사람들은 왜 섬에 모였는가 하는 겁니다. 이것도 종장에서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설명됩니다. 기괴하다면 기괴하지만, 그 계획이나 사람들을 모은 것이나 터무니없습니다. 작가가 써보고 싶은 상상을 써보긴 했지만, 살인사건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한 이야기였습니다.

범행 방법은 누구나 할 방법이라 풀어낼 게 없습니다. 왜 사람들이 섬에 있는가 하는 비밀은 소설 내내 끌다가 마지막에 드러나지만 기괴할 뿐입니다.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건 인물 묘사가 없어서 흥미가 떨어집니다. 살인 동기도 마지막에 범인이 자백할 때 짧게 언급될 뿐입니다. 주요리는 별로인 와중에 시체를 옮기고 전화선을 끊은 이유를 푸는 추리는 좋았습니다. 그 부분만은 비정한 욕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작품이라 기대하고 읽게 되지만 결과는 허탈합니다. 어디서 뽑았다는 타이틀이나 순위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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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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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복간된 소설입니다. 왜 복간되었는지는 읽어보니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새로 책을 내는 건 필연이었습니다.

시작은 조금 지루한데 주인공 배경만 살피고 넘어가면 됩니다. 1부 끝에서 대형 떡밥이 뿌려지고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달에서 우주인 시체가 발견됩니다. 인류가 과학기술을 발전해 우주로 영역을 넓혔는데, 거기에 시체가 있었던 겁니다. 이 시체는 놀랍게도 5만 년 전의 것이었고, 인류와 동족처럼 보였으며, 인류보다 더 진보된 기술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정말 장대하고 가슴 벅찬 미스터리입니다. 이 의문은 독자에게만 불을 지피는 게 아닙니다. 소설 속 인류 사회도 발칵 뒤집어지고, 학자들이 모여서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합니다.

한번 파장이 있긴 하지만 인류 사회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신원불명 우주인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전달해준 장치일 뿐입니다. 다른 이들은 다 무대 뒤로 나가고 과학자들만이 극을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조차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주역은 인류가 만난 장대한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과학적 탐구 과정입니다. 학자들이 정보를 교환해 가설을 제시하고, 이 가설들은 어떤 면에서는 증거와 부합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모순이 있습니다. 곧 새로운 발견이 있고, 이 발견에 따라 어떤 가설은 부정되고, 어떤 가설은 더 근거를 얻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과학이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집중합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작가의 떡밥 뿌리기가 적절해서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뿌리는 떡밥을 받아먹으며 마지막까지 읽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소설이지만 그 과정은 우주 규모로 펼쳐지는 추리소설 같기도 합니다. 과학소설도 재미있고, 추리소설도 재미있는데 이 두 재미를 다 주는 놀라운 소설입니다. 모든 사람이 읽지는 못하겠지만, 리뷰를 읽은 분들만은 이 소설을 보게 하려고 별점 5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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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저어
소네 게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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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건조하게 서술합니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결말은 놀랍다기보다는 허무합니다. 주인공 후와가 느낀 공허감도 건조한 서술 덕에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몰입감 좋은 소설이긴 한데 데뷔작보다는 단편집 열대야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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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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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부 시리즈 네 번째 책이며 단편집입니다. 고전부 시리즈는 미스터리소설이자 청춘소설입니다. 그런데 청춘소설적인 주제의식에 제가 공감하지 못해서 재미를 못 본 면이 있습니다. 전작 중에서도 미스터리소설 색채가 강하지만 고전부를 벗어난 이야기인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빙과와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별로였습니다.

이번 책은 단편 미스터리 모음이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의 일상과 미스터리를 양립하는 재미있는 단편들입니다. 마지막에 가면 청춘소설에 가까워지는데 호타로의 풋풋한 감정이 느껴진 깔끔한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1.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별것 아닌 소재를 가지고도 반전 미스터리를 선보이는 단편입니다.

2. 대죄를 짓다
학교 수업을 소재로 한 단편입니다.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다 싶으면서도 별로 재미는 없었습니다.

3. 정체 알고 보니
여름 방학에 주연 네 명이 여행 가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독자에게 단서를 충실히 주는 흥미로운 미스터리이며 여운도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4. 기억이 있는 자는
이상한 교내 방송을 듣고 그 내막을 추리하는 단편입니다. 교내 방송 한 마디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추리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5.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새해에 신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작가가 쓰고 싶은 상황을 위해 호타로와 지탄다를 강제로 궁지에 넣은 감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고등학생의 일상으로 미스터리를 만들다 보니 좀 끼워 맞추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 작위적인 건 독자들도 허용을 해줘야겠습니다. 호타로가 후쿠베라면 알 법한 소재를 떠올려 메시지를 보내는 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작품보다는 조금 아쉬운 단편입니다.

6. 수제 초콜릿 사건
밸런타인데이를 배경으로 후쿠베와 이바라의 관계를 주제로 합니다. 전작들처럼 제가 공감하지 못한 청춘소설이라 별로였습니다.

7. 멀리 돌아가는 히나
마지막 단편이며 이번엔 호타로와 지탄다의 관계가 주축이 됩니다. 시기는 봄방학이고 히나 축제를 배경으로 합니다. 후쿠베, 이바라의 비중이 거의 없고, 배경에도 흥미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읽어온 시리즈의 주인공인지라 호타로 중심의 이야기는 싫지 않았습니다. 호타로가 수제 초콜릿 사건 때의 후쿠베를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이 책으로 고전부 1학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절반 정도 만족했습니다. 다음 권부터는 주연 네 사람이 2학년이 된다는데 또 찾아 읽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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