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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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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다시 보기로 보는 프로들은 여행 프로들이다. 어딘가 떠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내 발에 날개를 달아 공중에 떠 있게 하는 것은 여행 밖에 없다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 년에 두어 번은 장기로 떠나는 여행은 그 해를 버티는 원동력이다.

 

대부분 여행지들은 화제가 되거나 혹은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 다녔다. 내가 먼저 그곳에 도착하고 싶다는 용기가 없는 소심한 여행가 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를 가서가 아니라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장소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길 위에 펼쳐진 여행의 나날이 필요 했을 뿐이다. 그녀가 운명처럼 떠났던 이 여행이 처음에는 부러움의 시선이었지만 이내 물음표를 가지고 책장을 덮었다.

 

 

 

그녀는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몽골 소설가 갈잔 치낙의 소설 “귀향”을 선물을 받고 그가 그냥 몽골의 소설가가 아닌 몽골 서북부의 소수민족 투바의 추장이라는 사실에 무작정 그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알타이로 떠나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나의 여행지 선택은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거나 장소들이었다는 것을 떠 올려보면 그녀의 이 선택이 역시 소설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어가 아닌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어느 한 부족의 추장이라니, 얼마나 드라마틱하며 환상적인가. 무엇보다 알타이 여행을 그 작가와 아니 작가이며 추장인 갈잔 치낙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멋진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처럼 자신을 불러들인 그와 3주 동안 함께 여행을 한다니. 이런 멋진 여행 상품이 다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선택한 알타이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알타이, 몽골의 서부에 위치한 곳> 몽골의 지도의 서쪽 끝부분에 있는 그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던 것은 처음에는 ‘갈잔 치낙’이었겠지만 이후 그녀는 ‘알타이’ 자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모 포털 사이트에서 여자 작가 세 명이 몽골 여행한 웹툰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녀들의 여행을 보면서도 유목민으로 떠돌며 살아가는 그곳의 여행이 쉽지는 안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고생스러워 보였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 부는 바람에 고생을 하고 씻고 배설하는 아주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쉽지 않는 환경이라는 것, 그런 곳에 왜 가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분명 그곳에서 불었던 바람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밤에 쏟아지는 별을 봤다면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풍경을 맞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그들의 여행에 큰 공감을 더해주지 못한다.

 

 

그녀의 초반 여행은 알타이의 모래바람처럼 차갑고 척박했다. 통장은 비어 있고 소설가로 해야 하는 일도 밀려 있었다. 그런 그녀가 반문했던 “왜?”라는 것에 나도 같이 물어 봤었다. 왜, 그곳에 가야 하는 것일까? 꼭 알타이일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해답을 얻기도 전에 이미 알타이의 추위를 견뎌낼 슬리핑백을 사고 있었다.

 

 

그녀의 이 여행기를 다 읽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가 다녔던 그곳이 환상적이었다는 감상적인 표현이 없었던 것도 좋았지만, 그녀를 이끌게 했던 그 남자, 갈잔 치낙의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책을 다 읽어 가는 동안 갈잔 치낙에 대한 묘한 부정적이 생각이 많아졌다. 그녀가 느낀 그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알타이 산맥을 넘어가며 삼주동안 함께 한 그의 속내를 끝내 모르겠다는 물음표로 마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알타이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지 않고 그녀의 여행기로 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이 책이 사실 고마울 뿐이다. 만약 갈잔 치낙의 멋스러움에 홀렸다면 나는 그녀처럼 나도 모르게 슬리핑백을 사고 있을지 모르니까.

 

 

 

3주 동안 불을 피우기 위해 야크의 배설물을 모아야 하고, 너무 늙거나 어리지도 않은 양을 도살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하며, 마지막 주는 가져간 식양이 없어 마른 침을 삼키듯 딱딱한 빵을 넘겨지지 않는 목으로 넘겨야 하는 일들이 겁나서 알타이로 떠나는 여행을 겁내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것은 오로지 나에겐, 갈잔 치낙의 환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보지만 분명 두 번씩 혹은 그것보다 더 많이 알타이로 다시 짐을 꾸려 떠나는 이들은 분명 그곳에 놓고 온 아름다운 영혼을 다시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곳, 한없이 오래된 살아 있는 것들 한가운데서 나는 외롭게 살아 있었고, 그럼으로써 생의 어느 순간보다 더욱 많이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그날, 처음으로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큰 선물인가,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P198

 

 

그녀가 머물렀던 유르테의 온기는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아직도 알타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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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배수아님은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번역도 하시니 참 부럽습니다.
다른 책에서 요즘 몽골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리뷰를 읽으면서 참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즈음님, 오늘 낮은 날이 참 따뜻했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오후즈음 2015-12-04 16:25   좋아요 1 | URL
배수아 작가의 이 책은 그녀의 편견을 살짝 없애준 그런 책이었습니다.
서이데이님, 주말 시작 잘 보내세요~~
전 감기로 한달간 고생중이라서...답글도 이제야 씁니다.
부지런한 알라디너가 되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