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긴 여행의 여독이 지독하리만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밤에는 눈이 멀뚱멀뚱 떠지고 낮에는 병든 닭처럼 졸다가 깨다가를 몇 번을 계속하면 다시 불면의 밤을 맞이했다. 그래서 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주 천천히 읽던 중에 이름도 몰랐던 어떤 연극배우의 죽음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3개월 전에 이사 간 그 고시원에서 사망한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박상미 작가가 쓴 사적인 도시라고 말하는 뉴욕을 떠 올렸다. 이런 쓸쓸한 생각에 그저 뉴욕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2006년부터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만들어진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지만 무지하고 부족한 내게는 나에게 시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가수 양희은의 유행어도 함께 떠오르며 “이 책의 의도는 뭐니?”

구반포에서 초등학교와 대학교까지 나와 졸업 후인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살면서 느꼈던 일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색은 화이트였다. 하얗고 하얀, 정말 어떤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는 도중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고 이내 내가 만약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느끼는 에세이를 낸다면 어떤 것들을 쓰고 그려 내고, 편집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뭐든 다 말하는 것이, 똥 싸고 오줌 싸고 방귀 뀌는 걸 다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노출함으로써 솔직함에, 진정함에 다다르고자 한다면 그것은 핵심을 벗어난 일이 될 것이다. 일이 핵심에서 벗어나면 부패한다. 매 순간 치열하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도록 노력함으로써 어디선가 그 솔직함이 그보다 위대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솔직함의 의미이고 핵심이다.” P56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편집이나 에세이의 방향이 어쩌면 이런 똥 싸고 오줌 싸는 아주 사소한 것의 솔직함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함이라 할지라도 저자의 책에 대해 이런 부분은 한번 쓰고 싶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시간 순으로 모아 편집했지만 저자가 정말 사소한 자신의 도시 뉴욕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좀 더 쉽게 다시 풀어 썼다면 어땠을까. 갱스터가 있는 뉴욕의 어느 후미진 골목이나 우리가 모르는 뉴욕의 또 다른 색깔을 가진 모습은 없고 그저 예쁘게 차려 입고 테이크아웃 한 커피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화려한 커리어 우먼만이 이 책에 우뚝 서 있을 뿐이다. 그녀의 필모 그라프 속에 익숙한 소설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줌파 라히리의 책들을 번역한 번역가였다. 그런 그녀라면 더 맛깔 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은 무지한 독자의 기대일 뿐일 것이다.


걸어본다 시리즈중 이광호의 용산이야기와 강석경의 경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 도시에 몰랐던 매력에 빠져서 버스를 타고 그 사소한 도시들을 탐색하러 나가고 싶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속 용산의 밤의 모습은 또 이런 맛이 있었다니 놀라웠고, 늘 해외에 나가 야경에 취해 어쩔 줄 몰라 했던 시간이 서울에도 있었다며 기뻐했었다. 그리고 경주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뉴욕은 그런 정겨움이나 기대들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기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

책을 쓰는 뭘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P87~88

그녀가 지독하게 사적인 것으로 시작된 뉴욕 살이의 모습이 너무 사적인 것으로만 남은 것 같아서 다소 아쉽지만 문득 그녀의 멋진 모습처럼 한번은 그렇게 뉴욕에 여유를 부리며 바쁜 사람들 틈을 걸어보고 싶어지긴 했다. 높은 빌딩은 서울도 많지만 뉴욕의 공기는 또 어떻게 다를까. 한번도 미국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안했는데 문득 나의 세계여행의 지도에 동그라미를 한번 쳐 놓았다. 뉴욕에서 사색이라니, 참 허세스러운 생각을 걷어 들여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