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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갑친구가 있었다. 대부분 동갑 친구를 만나지 못했었다가 같은 나이이니 같이 공감할 시대적 관심사가 많아 유독 친해졌었다. 주변에서는 그 친구를 많이 까다롭다고 얘기 했었지만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그 친구와 결국 절교 비슷한 일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자신과 엮이는 일에 있어서는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며 잘 엮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해지면 그간 이런 정(情)들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궁금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문제는 그녀의 친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겪게되는 정신적 충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너무 친해진 사람들에게 그녀는 정말로 말을 함부로 한다. 가끔 내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을 한 것일까 고민이 되고 그녀가 나를 이렇게 함부로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하찮은 사람인가 자학을 해 봤던 일도 있었다. 그녀는 가끔 뭔가 고민을 상담하면 “네가 그렇지, 네가 문제가 많지. 너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네.”등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내가 그녀와의 관계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가지 말까 고민했더니 “네 주제에 파리 여행을 어떻게 가겠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나는 그날 그녀가 정말로 나를 친구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고민했었다. 혹 장난처럼 던진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 즉 그녀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그 불친절한 태도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마음의 빗장을 내렸다.
“둘 사라에 일부러 거론하지 않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을 놓아보자.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P102~103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를 읽으며 가장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때 그 친구를 많이 생각했고 그녀 때문에 괴로웠던 날들을 떠 올리면서 내가 그녀에게 행한 태도의 부분을 생각해 봤다. 나는 그녀가 너무 함부로 던지는 말들에 묵인했다. 사실 그녀가 말은 함부로 하지만 정이 많고 다른 것들을 챙기는 부분에서는 살뜰하고 정감이 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부분 때문에 그녀의 험한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원래 말을 좀 그렇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어쩌면 내가 그녀의 그 험한 말들에 “나는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 번쯤은 말해도 됐을 텐데 친하니까 이해하자는 주변의 반응 때문에 그동안 계속 그녀의 상처 되는 말을 속에만 담아 놓고 모른 척 했었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가 불편했고 괴로웠지만 이렇게 친한 사람을 하나 놓친다는 생각에 계속 참고 있었다. 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는 것 중 가장 표면적인 사회생활도 아닌데 왜 친구 관계까지 참았을까 생각해보면 ‘오래된 친구가 많으면 좋다’는 이상한 명제가 늘 따라 다녔기 때문일지 모른다.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에 그녀가 말하는 총 다섯 가지의 태도들은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들이 있다. 나중에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와 대담중 이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발성’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나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은 결국 실천이 없는 공상으로 끝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 친구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그녀의 이 문장을 통해 잠깐 시간이 온통 까맣게 타들어 가 버렸다.
“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가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P210
가끔 지인들에게서 고민 상담을 받을 때 그들은 늘 하는 말은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였다. 나는 문제가 없는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자신이 괴롭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직장 상사의 문제점을 지적할 뿐 자신의 태도에 대한 부분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문제 많은 상사들도 많지만 문제 많은 부하 직원을 둔 상사도 많지만 대부분 어떤 갈등의 문제에는 두 사람에게 모두다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멀어진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녀의 험한 말에 대한 상처만을 기억한 채 그녀를 마음속에 나쁜 사람으로만 만들어 놓지 않았나 생각해 봤다. 분명 그녀가 내게 그런 태도를 취하게끔 나도 뭔가 잘못을 분명 그녀에게 했을 것이다.
“사랑에서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 상대한테는 ‘관대함’인것 같다.” P52
작가가 말한 사랑을 위한 태도는 삶의 전면적인 부분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나를 스스로 진실 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에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억울해지고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커졌었다. 하지만 일정부분 내가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대하게끔 대하는 태도가 어땠었는지 중립성을 지키며 돌이켜봐야 한다. 그리고 나의 그런 부분들로 인해 그렇게 행동 할 수 있었던 부분을 관대하게 넘어가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말 억울하게 나는 정말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음을 인지할 필요는 있겠지만.
얼마나 더 많은 아침과 저녁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적 관념으로 이뤄진 눈치에 묵인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의 태도를 정해보려 한다. 그리고 부족한 나와 함께 한 이들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놓치지 않도록,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필요한 사랑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니던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