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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부터 블로그에 유럽 여행 붐이 일어나는 것 같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갔다 온 포스팅을 많이 읽게 된다. 물론 그 전에도 많이들 여행을 갔다 왔지만 블로그를 하지 않아 올리지 않은 사진들이 훨씬 많겠지만, 요즘은 많은 블로거들의 여행 일기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읽지 못해서 이 두 번째의 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를 할 수 없지만 그녀가 말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것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도중 가금이 답답하고 마음이 먹먹할 때,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를 수 없이 머릿속에서 동그라미를 치며 생각하던 그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는 떠나고 싶은 생각이 아닐까. 여길 떠난다면 우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니 행복할 것만 같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가 얼마나 중요 한 것인지 알게 된다. 무작정 떠나서 그곳에서 마음을 정리 해 보려고 한다지만 그러지 못하고 돌아 왔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여행이 모든 문제를 저절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무턱대고 여행을 가는 것도 바람직한 권장사항은 아니다. 일 때문에 떠나는 출장이나 패키지여행은 ‘홀로 떠나는 여행, 여행 자체를 위한 여행’을 따라오지 못한다. 하지만 내 힘으로 준비하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몸으로 직접 뛰어다니는 배낭여행은 분명 우리 자신의 지친 영혼을 낯선 풍경으로 바꾼다.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P16
저자의 마지막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자신을 바꾼다는 것을 왜 그토록 인지하지 못했을까. 나는 여행을 다녀오면 뭔가 달라져 있기를 바랐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좁디좁은 인성의 굴곡을 파헤치고 싶었고, 습자지보다 못한 얇은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진로를 해결가고 싶었고, 여행만 갔다 오면 달라지겠지. 내가 좀 더 성숙된 사람이 되어 있길 바랐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은 생각은 한국에 머문 채, 정신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일까.
이번 터키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다른 나라를 방문했던 느낌이 너무 다른 부분은 소통과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갔던 몇몇 유럽의 나라들은 매우 차갑거나 도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지인과의 대화도 어려웠지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다녀온 터키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갔다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였는지 터키의 여행 사진이 많지가 않다.
그곳의 사람들과 웃고 떠드느라 사진 찍을 시간이 부족했고, 그들의 천진한 웃음에 사진기를 들이밀기도 힘들었다. 또한 경건한 그들의 기도에 카메라가 너무 부끄러웠고, 기도를 위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발과 손, 얼굴을 씻는 모습이 아름다워 눈으로만 담고 말았다. 간혹 저자의 말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가 아니라 눈으로 더 많이 담아 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낀 여행이었다.
간혹 길을 잃으라고 하는 저자 생각에 공감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그것도 소매치기 많다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골목이나 포르투갈의 후미진 모퉁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길을 잃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파리에 갔을 때는 박물관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것으로 하루 일정이 끝이 난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유명 랜드 마크를 찍느라 정작 나는 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서울로 떠났다. 마을 어디쯤 길을 잃었다면 나는 파리를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빈둥거리며 서성이던 골목길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평소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해보기’보다는 오히려 평소보다 행동의 가짓수를 줄이는 데서 나온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것보다는 최대한 사진기를 덜 쓰고 오랫동안 걸어 다니며 수많은 풍경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 훨씬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P67
가끔은 여행을 다니다가 내가 누굴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을까 고민이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는 것이 사진이라며 무작정 사진을 찍느라 정작 해가 떨어지는 썬 셋의 풍경을 놓치기도 하고,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인 풍요로운 한가로움을 놓치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한 장의 사진마다 장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좋아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던 것이다. 유명 박물관 투어로 인해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타인의 마을 투어 사진을 통해 알게 되는 아이러니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진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내려놓음은 아닐까. 유명 장소에는 때로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곳이 있다. 건물 보존을 위해, 그림에 플레 쉬가 터져 색이 바라는 것을 막기 위해 찍지 말라고 하지만 왜들 그렇게 몰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일까.
“여행은 쇼핑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내밀한 기쁨이 아닐까. 길을 떠난 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집이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내 사람을 잠시 접어두고 오랜 방랑의 길을 걷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내 사람이 더 소중해지는 것. 내가 반드시 고쳐야 할 나 자신의 그릇됨을 통렬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힐링보다 더 절실한 우리 마음의 여행이다. 우리 여행은 이제 좀 더 깊고, 소박하고, 차분한 성찰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P202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제주도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제주도의 생활이 물론 즐겁고 신났지만, 낡은 옷들이 나의 살 냄새를 풍기며 침대에 널려 있고, 읽다가 중단한 책들이 책상에 빼곡히 쌓여 있고, 신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뒤축이 닳은 낡은 운동화가 아침마다 뛰어 나가고 싶어 할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그 공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여행이 아니었다면 새로 장만한 운동화를, 비싼 고어텍스 바람막이와 가벼운 가방을 훨씬 좋아하며 아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내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함께 한 것들의 애잔함을 느꼈다. 이런 부분에서 본다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보이기 식의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는 나만을 위한 힐링 여행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번 여행을 떠나면서 이런 무거운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행은 분명, 우리에게 삶의 어느 부분은 분명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루한 나의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