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의 책을 만난 것은 작년이었다. 우연치 않게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 글을 읽으며 한권 읽어보려 산책이 그녀의 수짱 시리즈 책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을 읽으며 이런 감성을 가진 작가의 책이라면 언제든지 다 소장하며 읽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만화는 참 단순한 컷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백 하나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작가는 나에게는 아다치 미치르였는데 그녀는 좀 다른 의미의 여백과 공감을 형성한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그녀의 만화가 아니라 틈틈이 그녀가 만화를 그리며 쓴 에세이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녀의 만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글 속에 그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행간에 숨겨 놓은 그녀 자신의 카툰이 문득 그려져 보일 때마다 순간 웃음이 나고 말았다.

 

 

 

간혹 책을 통해 작가의 심성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녀의 만화는 늘 그녀의 차분하고 고운 심성이 가득 느껴진다. 그녀의 에세이도 그렇다. 그녀가 아주 사소하게 넘기는 것들 속에서도 그녀의 고운 마음이 느껴진다. 때로는 엉뚱한 모습도 그녀의 단면이겠지만 그런 것들도 나는 참 좋았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영어 회화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여 학원에 갔지만 영어 테스트를 받으라고 하니 당황해서 다음에 하겠다고 나와 테스트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려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그것으로 공부에 대한 만족을 느끼는 그녀의 이 귀여움에 반하고 만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 행동에 언젠가 내가 했었던 그 모습이 겹쳐서 웃을 수밖에 없다. 3년 전 유럽 여행을 처음으로 갔다 한국에 돌아온 날, 나는 나의 영어 학습에 대한 절망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나도 학원에 한번 갔었는데 테스트를 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다음에 라는 말로 밖을 나와서 혼자서 붉어진 얼굴로 서점을 향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그 뒷모습과 책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몇 년 전 나의 모습이 겹쳐져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고지서를 받았는데 바꿔 보냈기에 다시 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보내 준다고 하는 말로 끝내려는 직원에게 사과를 받아내는 그녀는 그냥 귀여운 여자만은 아닌것 같다. 만화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4개월 뒤의 원고까지 완성해 두는 성실하고 계획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이토록 많은 작품을 그리고 많은 책을 쏟아 내는 것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작년에 아는 지인이 해를 넘기면서 앞자리가 바뀌게 되었다며 서글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신을 위한 여행으로 석 달간의 남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좀처럼 나에게 다가올 그 나이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쌓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비록 그녀처럼 석 달의 남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나에게 걸맞은 나이에 맞는 모습은 어떤 것인가 고민에 쌓여 조금 힘든 한해였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준비 없이 나의 나이를 맞았고 조금 더 나이 먹은 어른이 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느 날 성년이 되었고, 서른이 되었다. 그것이 꼭 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거대한 프로젝트가 필요해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도 그냥, 어른이 되어버렸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너무 비극적인 인생의 설계라고 생각했고 우울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보다 인생에 큰 굴곡진 고통과 고난 없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달에 한번쯤은 하면서 살고 있는 지금을 사랑하고 있다. 이십대에 못한 유럽 여행은 매년 여름휴가로 다니고 있으니 이것도 얼마나 근사한 어른의 시대인가.

 

"내 성격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

 

‘한 가지 일에 실패해도 내 전부가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가장 좋아한다. 어째서 흔들림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믿음이 있어서 쓰러지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을 믿는 것도 중요하다.” P211

 

매일 어른이 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며 어른이라기보다 나이든 사람이 서 있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실패 했어도 분명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스다 마리처럼, 나도 그녀의 초 긍정적 모습을 닮고 싶다. 무엇보다 소소한 것에 어른이 되어 참 다행이라는 그녀의 속삭임에 나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모습을 닮고 싶다.

 

 

그녀의 이런 에세이 집이라면 나는 또 읽어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