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게 노래 _ 지금 이 순간도 하나의 노래가 되었다.

 

 

언젠가 본 카툰의 한 꼭지가 생각난다. 추억이 담긴 노래는 어느 장소에서 듣던 어느 순간 그때의 그 감성을 리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금 누군가와 만나 지나치며 듣고 있는 이 노래도 어느 날은 추억의 노래로 기억 될 것이라는 만화가의 글에 큰 공감을 하며 좋아했던 노래들의 이유들을 떠 올려 보았던 적도 있었다. 매번 어떤 추억들은 음악과 함께 하고 있었다.

 

 

김중혁의 에세이집 [모든 게 노래]는 이렇게 추억과 함께 하는 노래도 있는 반면, 노래하는 사람이 좋아서 듣게 되는 노래도 있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을 물려받은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노래의 얘기들도 함께 녹아들어 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즐겨 듣지 않았다면 나에게 김중혁이라는 작가는 그저 단편은 좀 좋은데, 장편은 아직 잘 모르겠는 작가로 지나쳤을 것이다. [빨간 책방]을 통해서 가끔 소개하는 책보다는 김중혁 작가가 어떤 농익은 얘기로 즐겁게 책을 소개할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처럼 [빨간 책방]을 즐겨듣는 사람들은 진행자 이동진과 김중혁의 쿵짝 버라이어티한 개그와 농담에 무한도전에서 꽃을 피웠던 정형돈과 지드레곤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들은 그렇게 케미 폭발이라는 요즘 시쳇말과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니까.

 

그의 농담에 익숙해져 있어선지 책속에 녹아들어 있는 괄호안의 그의 궁시렁, 변명, 개그에 픽 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의 얘기들은 때로는 고소하고, 알싸한 계피 맛이 났다가 구수한 누룽지의 뒷맛을 또 남기기도 한다.

 

책 한권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노래가 담겨 있는지 그의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 한 번 궁금해지곤 한다. 그의 로컬 대학시절도 궁금하며, 가난했다는 그 시절의 궁핍한 그 주머니 속에 한 움큼 담겨 있는 추억들을 더 들어보고 싶다.

나도 인디 밴드 좀 안다고 하면 아는 사람인데, 김중혁의 넓은 식견에 놀랄 따름이다 무엇보다 한영애와 넬, 현아, 이효리, 손담비, 현아 거기에 써니힐까지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을 듣는 그의 모습이다. 나 또한 어쩌다 듣게 된 [올림픽대로]와 [한신포차]를 듣고 난후 정현돈이라는 개그맨이 그냥 무한 도전에서 안 웃기다 이제 좀 웃기는 사람이 아니고, 정말로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물론 이번 무도 가요제에서 지디와 함께 쿵짝 맺은 모습은 더 놀랄 그의 재능이 다소 부럽기도 했다.

한희정과, 좋아서 하는 밴드등 인디 밴드들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은 어쩌면 송대관 나훈아보다 류계영, 박진석, 강진을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면 주류보다 비주류의 음악을 더 듣는 모습의 얘기에는 어쩌면 우리가 뭔가 좋아하는 것에는 혈통이라는 것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요즘의 내 세계는 ‘3인칭의 세계’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무덤덤해졌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1인칭의 장점이 있고, 3인칭의 장점이 있다. 1인칭의 세계는 열정적이지만 배려가 부족하고, 3인칭의 세계는 공정하지만 솔직함이 부족하다.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사람이 보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P111

 

 

어쩌면 누구나 원하는 이상향의 인칭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며 뭔가를 요구하거나 기분 좋은 유무를 말하기도 한다. 조카도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면서 “승우는 뭐가 좋아.”, “승우도 먹고 싶어”라고 얘기한다. 나도 뭐가 먹고 싶고 나도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며 의사를 표시를 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아직 아이 엄마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간혹 자신의 이름만 얘기하며 나의 것만 강조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간혹 함께 아니라 나 먼저의 세상을 살아가면 어쩌나 걱정일 때가 많은 아이들을 보면 더욱더 앞으로의 날들이 깜깜해지기도 한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사라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일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감정,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토를 줄여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감정.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결코 그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152P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다 들어 보지 않았지만 <멀리서>라는 노래는 더욱 모른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듣지 않아도 그가 말하는 인용된 이런 글만 하더라도 노래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언젠가 살짝 미열이 달아오를 만큼 취한 자정을 넘긴 시간에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고 가끔 자동차만 지나갔던 그 도로에서 느꼈던 지난날의 기억을 몰고 온다. 청춘을 소비하며 다녔던 그때는 어느 한순간의 기억들을 왜 모두 어둡고 외로운 기억들뿐이었을까.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향수에 취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 드라마가 참 좋은 것은 그때의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스케치의 [운명]을 들으면서 윤진이와 삼천포의 첫 키스 장면을 보면서 한때 그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내 진부한 로맨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서태지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동네 레코드샾에서 예약 순번까지 걸어 놓고 사온 테이프를 다 듣고 들어가느라 한 시간을 집 앞에 서 있었던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웠고 즐겁기만 하다.

 

분명,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도 나의 추억의 한편으로 만들어 질것이고, 나의 지루한 회사생활도 때로는 아주 길고 긴 10년 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노래의 한 자락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사랑하며 들었던 그 노래들을 오늘은 모두 리플레이로 돌려가며 들어 봐야 할 것만 같은 가을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