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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도 올레 길을 다섯 시간쯤 걸을 때였다. 바다를 원 없이 마주하며 걸었던 날이었다. 그날 도중에 다리가 아픈 것도 있었지만 노을 지는 바다와 나, 그리고 간혹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서 있었던 어느 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서울 밖을 나가서 살아본 적 없는 서울 시민이었다. 그런데 제주도 올레 길에 빠져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딱 한번 있었던 서울 생활의 고단함에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이후 제주도 바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곳에 살고 싶다는 말을 잊고 말았다. 나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욕망과 욕심이 있었고 무엇인가 잃어 버렸다는 생각을 안고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때로는 갑갑해 미친 여자처럼 가방 하나 들고 훌쩍 강원도, 전라도, 가까운 아시아를 떠났지만 이내 서울 생활을 그리워하였다. 아마도 어딘가에 정착하기위해서는 나 스스로 뭔가를 이뤄내고 싶은 욕망이 더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장석주 시인의 시골 생활이 부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열심히 자식 뒷바라지에 허덕이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호숫가가 있는 곳에 집을 짓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다시 책을 읽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십대에 이미 원하는 시인이 되었고 베스트셀러도 생겼고, 젊은 나이에 출판사 사장도 되어 보았고, 2만권을 소장 할 수 있는 재력과 (책값을 무시 못 하기 때문에 2만권의 책 중 선물 받은 것도 있다고 한들 그 많은 책을 사는데 드는 돈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그 방대한 책이 머물 수 있는 집도 있었지만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와 ‘수졸재’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산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월든]을 쓴 작가 소로우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2만권의 책을 가지고 이제 3만권의 책과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는 책속에 열 번은 넘게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이 어떤 감흥과 조금 멀어지는 부분은 이런 그의 성공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이 마흔은 인생의 오후라고 얘기하는 부분에 동의 할 수 없는 부분과 마흔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뤄내야 한다는 그의 얘기에 비록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주하게 될 마흔에 그처럼 성공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보여 줄 수 없는 현실에 당혹스러운 마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성공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나름의 뜻과 의미는 있지만, 개인마다 느끼는 성공의 척도는 다를 것이다. 백세 시대라고 하면 마흔은 정오를 향하고 있는 아직은 오전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의 오후 발언은 거슬렸다. 물론 이런 거슬림 또한 나에게 급하게 닥칠 시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나의 발악 같은 마음을 위로하고자 그도 꿈이 있다면, 마흔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P16)라고 하기도 한다. 인생이 하나의 여정이기 때문에 그 여정을 중요시 하고 열심히 살아가며 인생은 그 어떤 확신과 답도 없으니 마흔은 분명 아직 불완전한 성인 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직 마흔이 되지 못한 나의 시간에 조바심 내지 말고 마음의 공간을 비워둬야 할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서재에 있는 책 3만권을 계속 자랑한다. 그리고 나이 마흔과 관계없이 책 읽기의 중요성을 얘기해 줬다. 책이 사람을 바꿔 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망감도 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자의식을 버리고 전혀 다른 세계로 가는 행위다. 책을 읽는 행위는 혁신적인 사유를 촉발시키고 존대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우리를 새로운 어떤 세계로 데려가는 일이다.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간다.” (P118)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들중 때로는 우리는 길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길을 일은 뒤 자신이 처한 불확실성을 참아내는 법, 의심에서 만족을 만들어내는 법, 역경을 견디고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혹시 잃어버린 길 위에서 얘기치 않게 새로운 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길 잃기가 주는 선물이고 보상이다.” (P157~158)

 

 

 

자연과 함께 모든 것을 비우며 살기위해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간 저자가 느낌 10여년의 세월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그는 많은 책들을 얘기하며 비움과 자연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을 얘기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소장한 3만권의 책 때문에 절대로 그가 어떤 비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자의식이 이상하게도 비움과 다른 어떤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이뤘던 성공에 가깝게 가기위해 살고 있는 나는 책을 읽고 그처럼 비움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방대한 독서를 한 저자와 달리 너무 부족한 독서와 책을 소장한 독자와의 간극 때문에 책이 거리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을 다 읽고 이와 비슷한 책들이 말하는 무소유의 삶이 주는 가벼움을 느끼지만 아직은 양손에 들고 있는 가지고 싶은 삶의 환의의 기분을 놓을 수 없는 것이 3만권의 책이 없는 부족한 독자기 때문에 비움의 미학을 모르고 있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온 그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그의 인생을 참 알차게 마흔을 맞았고, 그동안의 시간에 보상을 주듯 남은 시간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마흔과 마주 할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즐기며 도시 생활을 느리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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