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화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2시 04분, 바깥 기온은 15도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오늘은 상강입니다. 서리가 내리는 날이고, 가을이 끝나는 시기라고 해요. 그렇지만 올해의 첫 서리는 그보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온 것 같은데, 오늘은 서리 대신에 다른 것들이 찾아왔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밤처럼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렸어요. 지금도 바닥에 물이 고인 곳이 있어요. 밤이 지나고 다시 낮이 된 것 같은 오후입니다. 어제는 미세먼지가 많았고, 오늘 새벽에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쁜 편이었어요. 오늘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려서 세워둔 자동차가 깨끗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기도 조금은 나아졌을까요. 바깥이 환하고 공기도 조금은 나은 것 같은데, 비가 와서 기온은 어제보다 조금 낮다고 합니다. 네이버 날씨를 찾아보았는데, 흐리고, 어제보다 4도 정도 낮다고 하는데, 날씨가 그렇게 흐린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점심을 2시에 먹을 때가 많았는데, 1시에 먹고 나니, 오후가 길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요즘 5시 몇 분이 되면 해가 지고, 4시만 되어도 저녁 느낌이 나기 시작하니까, 점심을 조금 더 빨리 먹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2시에 점심을 먹거나, 또는 3시쯤 먹게 되면 점심 먹고 조금 있으면 오후 남은 시간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같은 시간인데도, 밥을 먹는 시간이 어느 시간과 어느 시간의 경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기 까지의 시간이 실제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지만 오전,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을 때까지의 시간이 오후,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난 시간이 저녁 또는 밤의 느낌과 비슷해요.

 

 그리고 조금 더 나누면 오후 2시와 오후 4시는 그것과는 또 다른 시간의 기준이라도 되는지, 오후 2시는 전반, 오후 4시는 후반전 시작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여름에는 6시가 되면 오후의 한 시간이 끝나는 그런 느낌 비슷한데, 이제는 겨울에 가까워지는 시기라서, 그 때에는 해가 진 다음의 시간이 되겠네요.

 

 24절기는 실제의 계절보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올해의 시작이었던 2월 초의 입춘이 봄의 시작이라고는 했지만, 그 때에도 무척 춥고 눈도 내리던 시기예요. 실제로 봄은 3월이 되어야 찾아옵니다. 그리고 10월 후반의 상강으로 가을이 끝나는 시기라는 의미가 있지만, 늦가을의 시기가 조금 더 남아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는 서리도 조금 더 일찍 찾아온 것 처럼, 겨울이 다른 해보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을 거예요.^^

 

 

 책을 사고 받았던 자석이예요. 안에 써있는 내용은 박경리 선생님의 글입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우연히 봤어요. 자석안에 있는 문장은 긴 내용이 아니니까 전에도 보았겠지만, 이번주가 되어서는 그게 조금은 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보았을 때와 오늘 보았을 때의 느낌이 또 다른 것 같아요. 그 날보다 오늘이 조금 더 따뜻하고 가볍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참 홀가분하다, 라는 부분이.^^

 

 어제는 아니 오늘 새벽까지는 생각이 많았는데, 버리고 또 버리면 공간이 넓어지는 것처럼 그런 것들을 결국은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기억에는 감정이 남아있으면 오래 간다고 하는데, 감정이 남은 기억이 오래가는 만큼 버리기는 더 어렵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꼭 어떻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라면, 잠시 접어두었다가, 마음이 조금 더 멀어지는 언젠가에는 조금 더 먼곳으로 조금 더눈에 보이지 않는 창고 같은 곳으로 밀어 두고, 그리고 나중에는 어렵지 않게 버릴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떠올랐어요.

 참 쉬운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씩 버리고 멀리 미루어두면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는 제 마음도, 그러기 전보다는 조금 더 공간이 생기고 그리고 아주 조금 가벼워졌어요. 하지만 조금만 어떤 것들로 채워지면 다시 공간은 빈 자리가 없어지고, 그리고 무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다시 정리를 해서 비우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는 것을 생각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그런 때가 왔을 때를 계속 생각하면서 근심스러워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전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미세먼지가 많은 공기가 깨끗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시 바람을 타고미세먼지는 또 많아지는 날이 옵니다. 그 때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조금 덜 하고, 조심하고, 그런 것들을 할 수는 있지만, 아직 미세먼지를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도 해볼만 합니다. 마음 안의 날씨도 그런 것들과 비슷한 점이 가끔씩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홀가분하지는 않지만, 조금 숨쉬기 편해졌어요.

 

 바깥에 햇볕이 반짝거리는 느낌이 드는 오후입니다.

 비와 함께 낙엽이 많이 생겼어요.

 즐거운 오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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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23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문장 기억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 먹는 걸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젊을 땐 왜 그리 고민도 많고, 잠도 많은지...
그런데 서니님은 무슨 고민이 많아 잠을 못 잡니까?
잠을 안 잔다고 고민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
잠은 푹 자두세요. 잠이 보약이라지 않습니까?ㅋ

서니데이 2018-10-23 15:43   좋아요 1 | URL
박경리 선생님 글인데, 유명한 문장인가봅니다.
앗, stella.K님은 아셨군요.
저는 생각할 것이 있으면 잠을 잘 못자요.
섬세한 성격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요즘 많이 자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있는데도요.
그렇지만 이제는 제 마음이 오늘 새벽 같지는 않으니까,
오늘은 일찍 잘 수 있을 거예요.
네, 진짜 잠이 보약이고, 잠을 줄이면서 다른 것들을 잘 하는 건 어렵지요.
근데 가끔씩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오늘 아침에 비가 많이 왔는데, 오후가 조금 차갑습니다.
stella.K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2018-10-23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3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3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8-10-2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이 상강이었군요. 서니데이님의 이번 페이퍼는 읽는 내내 울림이 남다르네요. 가을이 깊어져서 그런가 문장마다 깃든 깊이가 느껴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시구요~^^

서니데이 2018-10-23 20:40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이 상강이었다고 하는데, 서리 대신에 비가 많이 내렸어요. 오전에 잠시 밤처럼 어두워지면서 비가 왔는데, 공기가 어제보다 조금 나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기온도 조금 차갑습니다.^^
제가 요즘 크고 작은 사소한 여러 가지로 고민거리가 많았는데, 내려 놓고 나니 조금 숨쉬기가 편해졌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쓰면 좋을지 생각하니 그건 또 다른 어려움이더라구요. 내 안에 있는 것들인데도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그런 느낌에 가까운 것들이니까요. 그런 산만한 내용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컨디션님도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2018-10-23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3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