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3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 김대중 3권이 나왔다. 이미 1권과 2권을 읽었던터라 망설이다가 궁금해서 책을 사게 되었다. 3권의 내용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 12.12 사태를 기점으로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 전대통령과의 악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1권과 2권에도 무협지를 흉내내서 리뷰의 제목을 달았는데, 이번 책에는 어떤 제목을 달까? 잠시 고민 끝에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라고 달았다.  

  5공 시절의 전두환과 12.12, 그리고 김대중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악연으로 얽혀있었을 줄은 몰랐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수가 되었던 것 또한 5공 시절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과 얽혔던 사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 

  악연으로 얽혀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후 드디어 김대중의 시대가 도래하나 했더니 아직 그의 고난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해졌다고나 할까? 한고비를 넘었다고, 이젠 이 땅에 민주화가 올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박정희가 키운 전두환이 남아 있던 것이다. 고작 소장이면서 4성장군과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이 되는 전두환 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대단한 수완가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전두환을 저유가라는 호재를 맞이하여 뜻하지 않게 횡재한 대통령 정도로만 치부하지만 그는 그저 땡잡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도 정권을 차지하는 수단과 결단력이 그러한 호재를 맞이하여 상승작용한 것이 아닐까? 

  이야기가 잠시 밖으로 샜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김대중의 모습은 고난 그 자체였다. 옥살이를 하고, 군사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과 매일 씨름하던 세월들, 미국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야 했던 시절들. 아마 이 시절이 그에게 와신상담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부차와 구천이 지금의 고난을 잊지 않고 원수를 갚기 위해 거북한 섶에 몸을 눕히고, 쓸개를 핥았듯이, 사형수로서 당했던 고통과 옥살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 살던 그 답답함들이 그로 하여금 대통령이 되는 순간까지 인내하게 만들었던 숨겨진 힘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와신상담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상을 정리하고 인생을 반추한 그는 비록 미국의 도움이었지만 권토중래하게 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납치되다시피 버스에 실려 공항을 떠났지만, 그는 반독재의 상징으로 고국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되었다. 아마 이러한 행적과 불굴의 의지가 그로 하여금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하지 않았을까? 

  1권과 2권에서와는 달리 정치인 김대중이 아니라 인간 김대중의 내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엿본것 같다. 본문에 나온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 그의 고뇌와 인간적인 고민을 아주 적절하게 드러내 주는 글을 인용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아, 살고 싶다. 제발 무기징역만 내려다오. 제발..." 

  "재판장의 입술 모양새가 앞으로 둥글게 내밀어 진다면 '무기 징역'이고, 그 반대로 입이 옆으로 벌어진다면 '사형'일 테다. 아..." 

  "피고인 김대중, 사형!!" 

  "아."                                                                           (119~120페이지 인용) 

  아무리 생각이 굳건한 그라고 할지라도 사형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길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길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가 더 자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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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15-11-2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믾은 역경이 있었군요. 와신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