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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평점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한국에게 있어서 일본만큼 가까운 나라가 어디있겠는가? 지리적으로 가깝다. 날이 맑은 날에는 부상에서 대마도가 보인다고 하니까 일본이 얼마나 가까운지 잘 알것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떠올려 보라. 역사적으로는 어떤가? 중국과 더불어서 일본만큼 한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어디있는가?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의 뿌리를 찾아가면 일본에 귀결되지 않는가? 한국의 모든 문제가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주장은 일본이 우리나라와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를 대변하는 말이다.
그런데 일본만큼 먼 나라도 없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아 놓으면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과 비교하여 1%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거의 근현대사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은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 사람의 심리의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일 것이다. 모든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게만은 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 그래서 비인기 종목이라도 한일전만 벌어지면 피가 튄다. 한일 축구경기를 생각해 보라. 우리가 얼마나 목청을 높이면서 응원을 하는가? 노회찬 의언이 했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우리나라가 일본과 손을 잡고 싸우지 않겠느냐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최후에 손을 잡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일본은 가깝지만 정말 먼 나라이다. 그런데 일본이 왜 태평양 전쟁을 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로 일본에서 그 시절을 어떻게 이해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이 왜 전쟁을 택했는가? 일본은 정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쟁을 했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렇게 많은 나라에 못된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왜 이것을 알지 못하는가? 이 책은 나에게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준다.
일본이 전쟁을 택한 이유는 아주 명쾌하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구 영강에 의해, 중국에 의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가 위협을 받았고, 침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에 의해서 식민지가 침탈되던 시절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을 만회하기 위하여 똑같이 식민지를 획득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획득한 식민지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다. 그것이 한국의 독립을 무시하는 것이 되든, 중국의 통치를 무시하는 것이 되든 상관없다. 이미 지금 그것을 획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내가 가진 것인데 원래대로 돌려주라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이것은 국가의 안보에 위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방어해야 한단다는 논리, 이상한 정당방위의 논리가 청일전쟁에서부터 태평양 전쟁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 즉 누가봐도 가해자인데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는 말이다.
또한 자기 중심적인 판단과 근거없는 희망에 기댄 판단 또한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다. 폭주하는 군대를 멈추지 못한 정치인들의 비겁함, 혹은 이에 부화뇌동한 정치인들의 무능력이 전쟁을 일으키고 더 키운 원인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말이다. 가해자가 된 모 정치인들이 자신을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들이 한 일은 생각지 못하고, 이것은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전횡을 직시하지 못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려던 기무사, 군대여 일어나라고 외치는 극우 정당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해자가 자기 반성 없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상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이 책에서 본 것 같아서 씁쓸하다. 모든 것을 자기를 중심으로 놓고 나는 피해자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까? 나중에 우리 사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분열을 택했다."라고 평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