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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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동훈 신부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 도록 속 그림을 실제로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길을 나설 만큼 여전히 걸어보지 못한 예술의 길에 미련이 크다. 책에 담은 글들은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의 잡지 [분도]에 몇 년에 걸쳐 연재했던 것들을 다듬고 보탠 것이다. 미술과 문학, 교회와 사회, 현재와 과거를 인간이라는 열쇠 말로 통섭적으로 이해하고자 애쓰며 또 이를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총 네 가지로,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담은 1,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2,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3,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은 4부로 이루어졌다. 책의 표지 그림은 퀴스타브 카유보트의 <대패질하는 사람들>이다.

 

파시즘이란 말이 과거 로마제국 군대의 권위와 계급을 의미하는 도끼나 화살 꾸러미를 묶던 끈, 파쇼에 뿌리를 둔 것이나 중세 튜턴 기사단의 번들거리는 갑주를 온몸에 두른 히틀러의 초상이나 그들의 예술적 취향은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것’, ‘근대적인 것은 오히려 역사에 대한 기계적 진보를 확신한 공산주의의 전유물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군림했던 시대의 예술은 엄밀한 의미에서 혁명 예술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준비한예술이고, 오히려 혁명의 진정한 예술적 적자는 다음 세기에나 도래할 낭만주의였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찰스 디킨스가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에 담아낸 모순 가득한 다비드의 시대다.




저자는 도록에서 우연히 작품을 발견하곤 꼭 한번 직접 보겠노라고 마음먹었었다.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도스토옙스키도 작품을 두 눈으로 확인하곤 공포에 휩싸여 한동안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바젤이라는 도시는 그를 단순한 종교화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해 봄 아예 시 전체가 신교로의 개종을 선언했다. 성상 파괴 운동과 같은 극단적 폭력만이 아니라, 교회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장식에 비판적이었던 프로테스탄트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더는 이전처럼 교회로부터 제단화와 같은 성화를 의뢰 받아 살아갈 수 없었다. 그도 여느 화가들처럼 종교화 대신 초상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던 것 같다.

 

15세기 이탈리아 중부에서 시작해 북상하며 전유럽을 뒤덮었던 르네상스의 진원지 피렌체가 미켈란젤로의 고향이다. 르네상스의 의의를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하지만, 왠지 고상하고 관념적으로 들리지만, 예술가들에겐 매우 현실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그는 생애 굶주려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가고자 했고, 역사에 붙들려있으면서도 거기에 반항하던 내적 분열로 신음하는 최초의 고독한 근대적 예술가였다.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은 완연한 황혼기의 작품이다. 청년기 완벽한 비율의 <피에타>조각상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하나같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과 과장된 몸짓 등으로 더러는 전성기 르네상스를 지나 일탈의 매너리즘에 접어든 작품이란 평가도 있지만 매우 풍부한 현실적 모티브를 담고 있다.




뒤러 자신의 정신적 자화상으로 알려진 <멜랑콜리아>는 작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50대 때의 작품이다. 접힌 날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을 암시하는 사다리, 온갖 측량 도구들 사이 턱을 괴고 있지만 번득이는 눈, 저 뒤 동틀녘 서광처럼 빛나는 해는 여전히 뭔가를 찾고 있는 뒤러를 말해준다.

 

모호한 색의 이름이 등장할 때면 수식처럼 따라붙는 화가가 있다.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조토는 이 색을 자신만의 것인 양 즐겨 사용했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스크로베니 경당의 블루는 화가 자신이기도 하다. 투시도적 비율과 그림에 배경이라는 것을 최초로 도입해 인물들의 몸짓과 행동, 표정을 일상에서 마주할법한 정제되지 않은 현실의 사람들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은 천 년간 고수된 정형의 틀을 부수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 책은 종교화, 세속화, 그림과 함께 하는 교회 역사는 생소하고 어렵다. 미술 관련한 책을 한 두권 읽어서인지 유명 작품들이 눈에 띄어서 많이 낯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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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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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는 자음과모음에서 2021년 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한 계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작품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봄의 시 안미옥의 [사운드북]사운드북을 작동하면서 아기를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된다.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p11) 사랑은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보고 배워야 가능한 것이다. 사운드북은 아기를 키우는 양육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육아템인 것 같다. 이 시를 읽는 동안은 잠깐, 자기 자신에게 오롯이 붙들려 읽고, 감상하셨으면 좋겠고, 자연스러운 각자의 흐름과 호흡으로 읽었으면 한다.

 

봄의 소설 손보미의 [해변의 피크닉]은 성장소설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한 살 나는 여름방학 부산에 친할머니 집으로 내려간다. 삼촌과 삼촌의 여자, 할머니와 해변가로 갔다.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다 생각했다. 그 더럽고 지저분한 세계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나 자신은 그 세계의 바깥에 포함되고 싶다는 열망이 반영된 행위였다는 것을 알지만 그 열망 역시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었다. 외국 생활로 이중 언어로 고생하는 꼬마가 왜 그렇게 꽉 맞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았고, 날씬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나의 모습에 울었던 것은 누구나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지만, 그게 곧 모든 사람의 삶이 공평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

 

여름의 시 신이인의 [불시착]은 오랫동안 꾸고 있는 꿈을 체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심정이 담겨 있다. 운석이 떨어져 거실 바닥이 패이고 별이 선물처럼 왔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불시착 노래가 떠올려진다.

 

여름의 소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K-장녀로서 의무가 어깨를 누른다. 성인 웹툰을 그리는 친한 언니는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담배를 다시 피웠다. 마조는 술집-레종 루틴을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흡연자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집을 비워줘야 함을 걱정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동네를 걷는데 시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타주의자. 휴머니스트. 누군가 나를 쉬게 해주기 위해 만든 집인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만큼의 공간에 욱여넣기 위해 만든 집인지 명확하게 느끼며 엄마와 미조는 집을 구하러 다녔다. 미조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살 집을 찾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는 미조의 엄마처럼 일상과 창작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존재들을 소설로 썼다.

 

가을 시 김리윤 [영원에서 나가기]는 우리가 자라온 시간과 늙어갈 시간보다 오래된 나무들을 생각한다. 열매들이 나무에 매달린 채로 썩어갈 때 우리는 꽃의 모양을 본다. 친구들에게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물질이 형태를 결정하는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의 시간을 생생하게 느끼고 바라본 경험을 통해 이 시를 쓰게 되었단다.

 

가을의 소설 최은영의 [답신]은 언니의 딸이자 조카인 너에게 보내는 편지다. 네 살 무렵 엄마와 헤어지고 고모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면서 아빠는 일하러 돌아다녀서 두 딸들에게 무심했다. 21살 언니는 15살 많은 교사와 결혼을 했다. 그가 언니에게 좋은 사람이고, 언니의 삶이 내가 분명히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소설은 실패하는 사랑이지만 계속되는 사랑의 이야기이며 그 나이였을 때의 세상을 향한 나 자신에게 보내는 대답이다. 저자의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모른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겨울의 시 조혜은 [모래놀이]는 누구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굉장한 절망에 떨어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돌봄의 관계와 늘 마주하는 놀이의 세계에 대해서 모래놀이터에서 여러 해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털어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기억과 감정에 기대어 쓴 시다.

 

겨울의 소설 염승숙의 [프리 더 웨일]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직장을 다니고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 나의 이야기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고단함과 직장인으로 사는 현실이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신춘문예 당선자라 경력직으로 입사하였고 직장과 가정 사이, 존재의 의미, 노동의 책무는 결국 이 세계와 사회에서 차지해야 하는 자리에 관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배경으로 싱글맘이던 나와 또 다른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여름, 가을, 겨울로 되어 있는 시소는 소설은 자주 읽지만 시는 잘 읽지 못했는데 소설과 시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시소 시리즈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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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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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 작품을 보려고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 미술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파트 단지, 회사 건물, 식당가 건물 앞 등 어렵지 않게 야외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장점으로 관람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작품이 가득하다.

 

여의도 빌딩 숲 사이 상큼하면서도 당당한 레몬색 조각은 김병호 조각가의 작품으로 IFC 서울 건물들이 자 형태로 감싼 중정의 초록 잔디 위에 놓인 이 노란 조각물은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길에 있다. 작품명 <조용한 증식>의 외양은 파스타 면 다발을 움켜쥐고 중간쯤에서 구부린 뒤 한쪽 끝을 부채처럼 펼친 형국이다. 꽃의 수술과 꽃잎을 합성한 느낌이기도 하고, 꽃 피는 장면을 초고속으로 촬영하여 처음과 마지막을 합친 느낌이기도 하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상은 김세중 조각가의 작품이다. 동상은 통치자가 국민에게 통치 이념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구에서는 19세기에 엄청나게 생겨났다. 동상이 국내에 건립되기 시작한 시기는 1920년대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미술이었다.




울릉군 북면 추산리. 병풍처럼 둘렀나 수직 암벽의 귀퉁이가 송곳니처럼 우뚝 솟아 있어 송곳산으로 불리는 산 아래, 코스모스 리조트가 있다. 객실 수는 많지 않아도 되고 수익이 적게 나도 좋은데 버킷 리스트에 올릴, 그런 건축물을 지어주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신축 사옥 일명 달항아리 건물로 불리는 신사옥이다. 리도 헤어린스, 리도 푸로틴 삼푸 1980년대 유행했던 제품인데 추억이 돋는다. 건축가 치퍼필드는 조선시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백자에는 조용히, 그러면서도 당당히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공중정원의 연못 바닥은 신사옥의 자랑인 거대한 아트리움 유리 천장에 닿아 있다. 자연 채광이 건물 로비까지 투과하도록 얕은 물로 채워놓았다.

 

1974년 무렵, 세종문화회관 설계 공모에 당선된 뒤 예산 부족으로 머리를 싸매던 엄덕문 건축가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평양대극장, 인민문화궁전 등 한옥 지붕 형태를 띤 평양의 대규모 문화시설을 거론하며 세종문화회관 설계를 변경하라는 날벼락 같은 지시를 했다. 엄덕문은 세종문화회관 건축에서 전통을 우리 식으로 어떻게 현대화했을까. 그가 거부한 대로 세종문화회관에는 한옥의 기와지붕과 서까래 형태는 없다. 대신 추녀와 서까래를 추상화해 그런 전통적인 미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통 목조건축에 쓰이는 배흘림기둥 형태에서 따왔다. 전통 그대로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한국적인 냄새가 난다. 추녀와 서까래, 공포, 기둥 등에서 전통 건축이 지니는 선()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의 한 아파트에 설치미술가 김승영의 작품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작가가 직접 쓴 작품 설명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들만의 안식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현실적인 장소, 마음속의 풍경 또는 그리운 사람일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마음속의 정원이라고 생각한다.(중략) 작품에서 발견되는 문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정 전달과 대화의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p219) 작가가 벽돌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2001년 무렵, 벽돌을 쌓아 만든 벽체 위에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을 영상으로 흘려보내는 작품을 ‘PSI 보고전을 통해서다. 벽돌은 개체가 모여 담이 되고 성이 된다. 개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 예술이 있는 지하철역을 표방하고 국내외 작가와 건축가들의 예술 작품을 설치한 것은 20193월이다. 서울시가 전문가들과 함께 꾸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프로그램에 녹사평역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제목은 지하예술정원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식물과 연관 있다. 역명인 녹사평은 성루 용산구에 있던 조선시대의 지명이다.’ 역사 안으로 들어온 작품이 갖는 한계는 적지 않다. 작품 옆에 큼지막하게 붙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안내판, 개찰구의 번쩍거리는 스테인리스 프레임 등 시각을 어지럽히는 요소들이 오롯이 작품 감상하는 것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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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대화법 -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소통의 기술
임정민 지음 / 서사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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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너와 나의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진짜 어른의 대화법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말하기는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고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말하기 스킬보다 말과 소통의 근본이 되는 내적인 힘의 이야기와 교류분석 이론과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는 예시를 수록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와 너무 달라서,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소통이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 서로의 관점이 다를 뿐이다.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관계에서도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으려면 나의 관심사와 취향, 나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소통의 장애가 된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말로 표현한다.

지금까지 숙제 안 하고 뭐 하고 있었어!

너까지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

갈등 상황에서 오가는 비난의 말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황을 악화시킨다. 말은 힘이 세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지만 무참히 쓰러뜨릴 수도 있다.





부모, 어른, 아이는 자아상태 모델이다. 이 세 가지(PAC) 자아상태로 구성되어 있고, 이 마음이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본다. 부하 직원을 꾸짖을 때는 부모자아였다가 거래처 담당자에게는 어른자아, 친구를 대할 때는 아이자아로 변한다. 이 같은 일은 주변에서 쉽게 일어난다.저자는 교류분석으로 수백 명의 사람을 코칭하고 수천 명의 사람에게 강의를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핵심 내용만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에고그램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에릭 번이 창시한 교류분석 이론에서 자아상태의 기능분석에 속하며, 미국의 심리학자 존 M. 듀세이가 발전시켜 사람의 성격을 교류분석 측면에서 시각화한 것이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온 친구를 보고 화를 내거나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다르게 말할 수있는 것은 상황과 사건을 다르게 받아들이기때문이다.

 

대화의 목적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상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우리는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상대와 관계를 끊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이런 노력도 필요 없겠지만 평생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친구와 절교를 한다든지 배우자(또는 연인)와 결별을 한다든지 아니면 회사를 퇴사할 생각이 아니라면 자신을 위해서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조금 더 이성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가 교류분석을 만나고 자신이 바뀌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나 자신을 바꾸면 상대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상대를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고 하고, 바뀌지 않는 상대를 탓했다. 혼자 답답해하고 분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과 내 미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 해리 할로우는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사랑과 애착 모성애에 관한 심리 연구를 했다. 원숭이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 낸 뒤 두 가지 가짜어미(인형)가 있는 우리에 넣었다. 젖을 먹을 때만 철사로 만든 엄마 인형과 있었고 공포와 위협을 받으면 보드랍고 따뜻한 헝겊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결국 새끼원숭이는 젖을 먹기 위해 엄마를 찾는 게 아니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접촉을 통한 애착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감정을 잘 다루고 표현해야 한다. 부탁할 때도 상대가 처음부터 단박에 거절하거나 화를 내며 기분 나쁘게 나오는 사람은 없다. 소통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이다. 노인 심리학 전문가 데이비드 솔리는 어르신과 소통할 때는 그들을 퇴화가 아닌 노화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말과 행동이 느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일관성 없는 말이나 지루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그들의 행동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만큼 몸도 커지고 주관이 확고하고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돈을 벌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당했던 갑질이 쌓이고 쌓여 이 시기에 폭발하게 되고 부모에게 똑같이 갑질을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배려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양육적인 부모(NP)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면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변화가 생긴다. [어른의 대화법]은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진짜 어른의 소통법을 배워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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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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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 21번째 도서 권준수 교수님의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는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을 다루었다. 정신의학이란? 정신질환을 연구하고 진단, 치료, 예방하는 학문이다. 행복은 마음이 아닌 머릿속에 있다는 말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35년을 정신과 의사로 살면서 무의식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고 받아들였던 저자는 상당한 혼란에 빠졌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후 정신과 의사들에게 무의식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흔들림 없는 프레임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얼음에서 수면 위로 보이는 것이 의식이고, 수면 아래에 있는 더 큰 부분이 무의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의식의 조각들이 떨어져 구성된다고 했다.




인간의 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신경세포로 구성된 뇌의 모습은 망원경으로 본 우주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았다. 동물에게만 뇌가 존재하는 이유는 뇌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과 다를까? 동물은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뇌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포유류의 전반적인 뇌 조직화는 서로 유사해서 다른 종을 통한 뇌 연구는 인간의 정신 기능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인간의 뇌 발달은 영유아 시절에 완성되며, 태어날 때 시작된 긍정적인 경험이 평생 성공의 토대를 마련한다고 이야기한다. 뇌 발달의 80~90퍼센트가 5세 이전에 완성된다. 성인이 된 이후 뇌가 조금씩 퇴행한다고 하는데 무조건 퇴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뇌는 사용하면 할수록 새로운 뇌가 생성된다고 한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뇌의 신경세포 일부가 죽더라도 신경망들의 숫자, 강도, 형태를 조절함으로 다른 신경세포가 대신한다는 개념이다.




연쇄 살인범들과 일반인들의 뇌를 비교한 연구에 전전두엽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범인의 전전두엽은 활성이 저하되어 있고 해부학적으로도 용적이 감소된 소견을 보인다충동과 폭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전전두엽의 결함으로 충동과 폭력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모든 범죄의 원인을 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조현병이나 정신질환 치료 시기를 놓쳐 안타까운 사고를 낸 이 문제를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울증의 일종인 코로나 블루가 있다. 가벼운 수준의 우울감이나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현재 일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코로나 블루 증상은 대부분 정상적인 반응일 것이다. 이 증상에 대해 너무 심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마냥 우울해하기보다는 나의 몸과 심리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운동이라고 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한 집단은 약물치료를 한 집단, 아예 치료하지 않은 집단, 위약을 사용한 집단 등에 비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운동은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 후에 우울증 때문에 감소했던 전전두엽, 전대상피질 해마의 부피가 회복됐고, 양측 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연결성이 증가하고 전대상피질과 해마를 이어주는 띠다발의 연결성 또한 증가했다.

 

현대인은 가끔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빈둥빈둥하거나 멍하게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 동안 뇌는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기획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아를 강화할 힘을 키운다. 가상현실 기술을 AI와 접목함으로써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가까운 미래에 AI와 직접 상담하는 시대가 열린다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뇌과학의 미래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짐작할 수 있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 ‘뇌과학’,‘정신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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