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소는 자음과모음에서 2021년 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한 계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작품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봄의 시 안미옥의 [사운드북]사운드북을 작동하면서 아기를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된다.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p11) 사랑은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보고 배워야 가능한 것이다. 사운드북은 아기를 키우는 양육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육아템인 것 같다. 이 시를 읽는 동안은 잠깐, 자기 자신에게 오롯이 붙들려 읽고, 감상하셨으면 좋겠고, 자연스러운 각자의 흐름과 호흡으로 읽었으면 한다.

 

봄의 소설 손보미의 [해변의 피크닉]은 성장소설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한 살 나는 여름방학 부산에 친할머니 집으로 내려간다. 삼촌과 삼촌의 여자, 할머니와 해변가로 갔다.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다 생각했다. 그 더럽고 지저분한 세계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나 자신은 그 세계의 바깥에 포함되고 싶다는 열망이 반영된 행위였다는 것을 알지만 그 열망 역시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었다. 외국 생활로 이중 언어로 고생하는 꼬마가 왜 그렇게 꽉 맞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았고, 날씬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나의 모습에 울었던 것은 누구나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지만, 그게 곧 모든 사람의 삶이 공평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

 

여름의 시 신이인의 [불시착]은 오랫동안 꾸고 있는 꿈을 체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심정이 담겨 있다. 운석이 떨어져 거실 바닥이 패이고 별이 선물처럼 왔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불시착 노래가 떠올려진다.

 

여름의 소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K-장녀로서 의무가 어깨를 누른다. 성인 웹툰을 그리는 친한 언니는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담배를 다시 피웠다. 마조는 술집-레종 루틴을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흡연자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집을 비워줘야 함을 걱정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동네를 걷는데 시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타주의자. 휴머니스트. 누군가 나를 쉬게 해주기 위해 만든 집인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만큼의 공간에 욱여넣기 위해 만든 집인지 명확하게 느끼며 엄마와 미조는 집을 구하러 다녔다. 미조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살 집을 찾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는 미조의 엄마처럼 일상과 창작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존재들을 소설로 썼다.

 

가을 시 김리윤 [영원에서 나가기]는 우리가 자라온 시간과 늙어갈 시간보다 오래된 나무들을 생각한다. 열매들이 나무에 매달린 채로 썩어갈 때 우리는 꽃의 모양을 본다. 친구들에게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물질이 형태를 결정하는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의 시간을 생생하게 느끼고 바라본 경험을 통해 이 시를 쓰게 되었단다.

 

가을의 소설 최은영의 [답신]은 언니의 딸이자 조카인 너에게 보내는 편지다. 네 살 무렵 엄마와 헤어지고 고모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면서 아빠는 일하러 돌아다녀서 두 딸들에게 무심했다. 21살 언니는 15살 많은 교사와 결혼을 했다. 그가 언니에게 좋은 사람이고, 언니의 삶이 내가 분명히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소설은 실패하는 사랑이지만 계속되는 사랑의 이야기이며 그 나이였을 때의 세상을 향한 나 자신에게 보내는 대답이다. 저자의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모른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겨울의 시 조혜은 [모래놀이]는 누구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굉장한 절망에 떨어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돌봄의 관계와 늘 마주하는 놀이의 세계에 대해서 모래놀이터에서 여러 해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털어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기억과 감정에 기대어 쓴 시다.

 

겨울의 소설 염승숙의 [프리 더 웨일]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직장을 다니고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 나의 이야기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고단함과 직장인으로 사는 현실이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신춘문예 당선자라 경력직으로 입사하였고 직장과 가정 사이, 존재의 의미, 노동의 책무는 결국 이 세계와 사회에서 차지해야 하는 자리에 관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배경으로 싱글맘이던 나와 또 다른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여름, 가을, 겨울로 되어 있는 시소는 소설은 자주 읽지만 시는 잘 읽지 못했는데 소설과 시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시소 시리즈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