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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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동훈 신부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 도록 속 그림을 실제로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길을 나설 만큼 여전히 걸어보지 못한 예술의 길에 미련이 크다. 책에 담은 글들은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의 잡지 [분도]에 몇 년에 걸쳐 연재했던 것들을 다듬고 보탠 것이다. 미술과 문학, 교회와 사회, 현재와 과거를 인간이라는 열쇠 말로 통섭적으로 이해하고자 애쓰며 또 이를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총 네 가지로,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담은 1,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2,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3,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은 4부로 이루어졌다. 책의 표지 그림은 퀴스타브 카유보트의 <대패질하는 사람들>이다.

 

파시즘이란 말이 과거 로마제국 군대의 권위와 계급을 의미하는 도끼나 화살 꾸러미를 묶던 끈, 파쇼에 뿌리를 둔 것이나 중세 튜턴 기사단의 번들거리는 갑주를 온몸에 두른 히틀러의 초상이나 그들의 예술적 취향은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것’, ‘근대적인 것은 오히려 역사에 대한 기계적 진보를 확신한 공산주의의 전유물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군림했던 시대의 예술은 엄밀한 의미에서 혁명 예술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준비한예술이고, 오히려 혁명의 진정한 예술적 적자는 다음 세기에나 도래할 낭만주의였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찰스 디킨스가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에 담아낸 모순 가득한 다비드의 시대다.




저자는 도록에서 우연히 작품을 발견하곤 꼭 한번 직접 보겠노라고 마음먹었었다.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도스토옙스키도 작품을 두 눈으로 확인하곤 공포에 휩싸여 한동안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바젤이라는 도시는 그를 단순한 종교화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해 봄 아예 시 전체가 신교로의 개종을 선언했다. 성상 파괴 운동과 같은 극단적 폭력만이 아니라, 교회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장식에 비판적이었던 프로테스탄트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더는 이전처럼 교회로부터 제단화와 같은 성화를 의뢰 받아 살아갈 수 없었다. 그도 여느 화가들처럼 종교화 대신 초상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던 것 같다.

 

15세기 이탈리아 중부에서 시작해 북상하며 전유럽을 뒤덮었던 르네상스의 진원지 피렌체가 미켈란젤로의 고향이다. 르네상스의 의의를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하지만, 왠지 고상하고 관념적으로 들리지만, 예술가들에겐 매우 현실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그는 생애 굶주려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가고자 했고, 역사에 붙들려있으면서도 거기에 반항하던 내적 분열로 신음하는 최초의 고독한 근대적 예술가였다.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은 완연한 황혼기의 작품이다. 청년기 완벽한 비율의 <피에타>조각상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하나같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과 과장된 몸짓 등으로 더러는 전성기 르네상스를 지나 일탈의 매너리즘에 접어든 작품이란 평가도 있지만 매우 풍부한 현실적 모티브를 담고 있다.




뒤러 자신의 정신적 자화상으로 알려진 <멜랑콜리아>는 작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50대 때의 작품이다. 접힌 날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을 암시하는 사다리, 온갖 측량 도구들 사이 턱을 괴고 있지만 번득이는 눈, 저 뒤 동틀녘 서광처럼 빛나는 해는 여전히 뭔가를 찾고 있는 뒤러를 말해준다.

 

모호한 색의 이름이 등장할 때면 수식처럼 따라붙는 화가가 있다.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조토는 이 색을 자신만의 것인 양 즐겨 사용했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스크로베니 경당의 블루는 화가 자신이기도 하다. 투시도적 비율과 그림에 배경이라는 것을 최초로 도입해 인물들의 몸짓과 행동, 표정을 일상에서 마주할법한 정제되지 않은 현실의 사람들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은 천 년간 고수된 정형의 틀을 부수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 책은 종교화, 세속화, 그림과 함께 하는 교회 역사는 생소하고 어렵다. 미술 관련한 책을 한 두권 읽어서인지 유명 작품들이 눈에 띄어서 많이 낯설지는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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