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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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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는 이탈리아에서 30년간 살면서 유럽 각 지역을 누비며 문화를 흠뻑 체험한 저자 정태남이 쓴 책이다. 유럽의 다양한 건축물, 아름다운 경과 소개와 함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조우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유럽과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주제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위트있는 문장들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속에 나오는 유럽에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곳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 베토벤,모짜르트, 슈베르트 등 음악적 예술가와 위대한 명곡을 만날 수 있다. 항상 가고싶었던 유럽이지만 그것에 비해서 아는것이 얼마 없었는데, 음악과 예술, 나라에 대한 지식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배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럽의 궁전과 성, 다리, 정원과 공원, 길, 성전 등을 소개하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을 소개한다. 유럽 10개국,20개 도시, 30개 명소를 눈앞에서 환히 들여다보는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는 책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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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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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

책 <극락 컴퍼니>는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가 등장한다. 정년퇴직 후 유유자적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스고우치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기리미네를 만나서 직장생활을 추억한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동네 허름한 찻집을 본거지로 '회사놀이'를 시작하고,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게 된다. '모조'라는 의미는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본떠서 만듦'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제안한 기리미네의 제안에 스고우치가 동참하면서 일어라는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의 저자인 하라 고이치의 모조회사 놀이라는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애환이 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비리와 회사의 목표와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년퇴직을 하기까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에 이바지했던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모조회사놀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풍자한 요소들이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어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2. 모조회사 놀이의 기업이념 -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모조 회사놀이를 시작한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기업이념을 만든다. 직장인들의 이상향을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라는 출발점부터가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을것만 같은 기업이념을 통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기업 이념을 액면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로 만드는 겁니다. 내세우는 명분을 명분으로 끝내지 않는, 오로지 꿈속의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회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누군가를 앞지르거나 누군가를 슬프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누군가에게 경멸당할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언제나 고지식하게 우리 고령자의 성실함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 채산도 효율도,야심도 욕망도, 승리도 영예도, 면목도 체면도, 온갖 번뇌와 얽매임을 일단 도외시한다." - 21p

연달아 폭로되고 있는 기업의 악행을 보면 회사를 키울 생각에만 급급했던 아버지들은 양심에 가책에 시달린다.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기업이념으로 만든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회사에만 몸바쳤던 아버지들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쇼와 30년대 초에 회사 근무를 시작한 아버지들을 무조건 매출을 늘려서 회사를 키울 생각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발각만 되지 않는다면 뭘 하든 상관없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빈틈을 노리고, 발목을 잡아가면서까지 오로지 상대를  앞지를 생각만 하며 일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온 결과가 지금의 이 시대다.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거대하게 성장한 기업은 어떻게 되었는가." - 192p 

3.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
  

모조회사 놀이의 공간을 대여해준 찻집 주인도 원래는 고도성장기를 질주해온 회사형 인간이었다. 마침내 부장으로 승진한 어느 날 모든 것에 염증이 나서 찻집으로 전업을 꾀했다. 스고우치는 찻집주인에게 묻는다. 찻집 주인과의 대화는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남성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주제가 아니였을까. 회사는 꿈속의 이상도, 고지식함도, 도외시도 허락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고도의 경제성장의 이익집단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된 회사라는 공간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찻집 주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왜 회사에 염증이 난 건가요?"

"회사라는 것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법이거든요. 그 이기심에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죠." - 234p

책 <극락 컴퍼니>에 등장하는 스고우치의 대사가 인상적이였다. 앞만보면서 달리는 경주마와 같이 회사를 위해서 살아온 스고우치가 회사놀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를 잘 설명해준 대목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아닌 회사에 있었던 가치를 찾아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학교를 졸업하고 40년 가까이나 회사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회사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회사 때문에 울고 웃었고, 회사를 위해 희생했고, 때로는 회사를 위해 법도 어겼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산 것이 정말로 잘한 짓인가. 모조 회사 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문득, 무의식중에 그것을 검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 123p

"왜 이런 놀이를 시작한 것일까. 하물며 왜 그것이 회사여야 했는가. 그런 의문이 이제야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은 제게는 회사를 그만둔 이래 줄곧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회사에 이용당해온 것이 아닐까.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이용당한 끝에 휙 내버려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언제까지고 지워지지 않은 채 불완전연소 상태로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난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회사에 있었던 것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만들어낸 장치, 그것이 모조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 아니 우리는 그런 도구를 갖추지 않고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애처롭기까지 한 심정만은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246p

아들 신페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모조 회사놀이를 이용해서 니타니 사장의 자금으로 독립을 시도하고자 했다.결국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기리미네와 니타니 사장이 모조회사 놀이의 규모가 커지자 자금횡령을 하고 사라진다. 스고우치의 아들 신페이는 뒤늦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회사이념을 버리고 자금횡령까지 하게된 기미네리는 모조회사를 통해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려는 마음이 컸으리라. 

"겐조는 회사 인생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검증 행위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기리미네는 이상의 회사를 시물레이션하는 것으로 트라우마처럼 박혀버린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 내려고 했다."

여유가 있는 고령자와 파워가 있는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 나이 든 세대가 이끌고 젊은 세대가 뛰따르는 차세대형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고안해낸 스고우치의 아내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가족이 단합하고 정열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사람, 물건, 돈, 정보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모조 회사는 그중에서 물건과 돈은 가상이고, 사람과 정보만으로 진짜처럼 움직이는 거야"-104p  


책 <극락 컴퍼니>는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모조 회사놀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블랙 유머로 승화한다. 거침없이 직장인들의 애환과 고뇌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통해서 희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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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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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일상의 나날들, 우정일기, 수도원일기, 기도일기, 성서묵상일기, 추모일기의 6개의 목차로 이루어져있다. 이해인 수녀님이 암투병 중에 나온 산문집이여서 수녀님의 글귀 하나하나가 더욱 진심으로 전해진다. 책 속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30여년간 세계적인 판화 작가로 명성을 얻은 황규백님의 그림이 함께 실려있어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님, 작가 박완서님, 이태석 신부님 등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추모글들을 보며 그분들을 생각하는 수녀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 글귀를 적어주신다고 약속하셨다던 박완서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해인 수녀님은 책 맨 앞장에 박완서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쓴 필서를 넣으셨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주십시요.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4.16. 박완서" 이 글을 읽는데 왜이리 마음이 아플까.  

2006년 펴낸 <풀꽃 단상> 이후 5년만에 나오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또한 이해인 수녀님이 찾은 보물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이다. 그동안 신문 잡지에 실렸던 1장과 4장, 6장의 일부 이외는 근래의 노트에서 새로 뽑아 넣은 것들이며, 오래전 1998~1999년에 복음성서 구절을 되새김하며 적었던 단상들도 들어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암투병 중에서도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을 읽고 있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이해인 수녀님이 전하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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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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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애도하는 사람> 제140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이처럼 동시에 완벽하게 표현하는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성찰,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가치관까지 흔든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사람

"누구에게 사랑받고, 또 누구를 사랑했는지, 어떤 일로 누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했는지 아십니까?"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고 싶다는 시즈토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어릴적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일찍 목격한 시즈토는 소아과 병동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만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죽게되자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죽은 이를 잊지않고 기억해야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생각한다. 자신과 연고도 없는 이들을 애도하는 시즈토의 행위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의 의미가 무엇일까하는 물음이 던져졌다.
 

애도하는 사람으로 인해 인생의 가치관이 변화하다

모두가 싫어하는 인물로 불리는 기자 마키노, 시즈토와 함께 애도여정을 떠나는 유키오 등 애도하는 사람인 시즈토로 인해 인생의 가치관이 변화한다.  

사랑하는 가족도,친구도 없는 마키노는 시즈토를 만나면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깨닫는다.슬픔과 분노를 대변하는 기사를 써왔던 마키노가 죽을뻔한 사고를 겪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의미있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은 그의 인생의 큰 가치관의 변화였다.
사랑하는 남편을 살해해야만 했던 유키오는 죽은 남편의 혼령과 함께 시즈토의 애도를 위한 여정에 따라다니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유키오의 죽은 남편 사쿠야와 대화를 통해서 죽은자와 살해한자 사이의 경계에 있는 시즈토의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된다. 시즈토와 사쿠야와의 대화를 통해서 유키오는 남편이 자신에게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던 의미를 깨닫는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했던 남편이 자신의 존재안에서 새로운 사랑으로 잉태되고 싶어함을 의미한다. 혼령인 사쿠야가 드디어 유키오의 몸에서 떨어져나갈때의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시즈야를 사랑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그의 애도를 방해하지 않으며 그와 닮아가려는 유키토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사람을 기억한다는 애도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는 시즈토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애도여행을 격려한다. 계속 애도를 하려는 뜻을 위해서라도 살아있어야한다고 말해야하는 준코의 심정은 어땠을까. 친오빠 대신 자신이 삶을 얻게됬다고 여기는 준코가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아들인 시즈토가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 아들 자신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행위임을 느끼게된다. 준코가 폐암에 걸려 죽어갈 때 딸 미시오는 아이를 잉태하는 모습에서 삶과 죽음의 양면성과 본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습니다" 

"그는 사람을 애도하고 있어요. 죽는 순간, 그저 숫자가, 유령이 되어버리고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는지 잊어버리는데 이 남자는 죽은 자가 지나온 삶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 인물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소박하게나마 기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죽음이다.
시즈토가 애도하는 사람중에는 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죽어서 마땅한 것일까?
아무리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도 한때나마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이 있을것이다. 그로 인해서 감사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세가지를 잊지 않으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사람은 현재를 살아나가기 위해서 죽은자를 잊는다. 사고가 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희생당하고, 사라져 가는데도 우리는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책 <애도하는 사람>은 아직 죽음이라는 시간이 멀게만 느껴졌던 내게 정말 충격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죽음을 다룬 내용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것이며 사랑이라는 것이 삶의 가치를 빛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애도하는 사람인 시즈토를 만나고 싶어졌다. 자살하는 대신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게 된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즈토의 영혼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고통으로 힘든 나날을 견디어왔을 것이다. 애도하는 의미가 개인의 병적인 것으로 치부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죽은 사람을 잊지않고 기억하려는 시즈토의 정신은 숭고하다. 내게도 언젠가 죽음의 날이 온다면 누군가 나를 애도할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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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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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2009년 한국일보 기획기사 '최윤필 기자의 바깥'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최윤필 기자가 스물여섯의 사람,사물,풍경을 인터뷰한 바깥이야기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최윤필 기자는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사장, 직업혁명가 이일재, 퇴역마 다디와 아라지,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연극배우 택배 기사 임학순, 인디밴드 타바코쥬스, 천하대신 할머니,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 절판되는 책, IMF 명퇴 1세대 정석희, 산악계의 휴머니스트 한왕용, 풀피리, 성 베네딕도 요셉수도원, 시간강사, 손 모델 최현숙, 비무장지대 DMZ,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 미얀마 난민 조모아, 다큐감독 최기순, 노래 광야에서를 만든 문대현, 우표, 가수 주정이, 막걸리, 출판사 개마고원 장의덕 사장, 최근덕 성균관장이라는 스물여섯의 인터뷰를 엮었다.  

1. 안과 바깥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진정한 주류와 비주류, 안과 바깥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삶을 살아가는 열정과 자신이 지키고가 하는 확고한 신념만큼은 어느 누구도 뒤지지 않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공간이든 시간이든, 모든 밀려나고 사라지는 것들에는 사연이 있고 맥락이 있고 시스템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였다. 도덕적 부담과 시스템을 두텁게 만드는 사회적 편견과 권위 앞에서 바깥에 서있는 이들은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잣대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믿음이 언젠가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다짐한다. 

책 가장 첫장 인터뷰인물인 허리우드클래식의 김은주 사장은 노인들을 위해 영화를 상영하고 로비를 노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꿈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현실의 바깥 경계에 있음으로 세상은 아직 살아갈 가치가 있고 올곧게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의 인터뷰를 보면 몸에 익은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르고 구사하는 어위도 억양도 세상 주류와 사뭇 다른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것을 배척하고 차별하며 바깥에 있는 인물을 소외시키려 한다. 하지만 진정 바깥에 있는 이들은 차별을 뛰어넘어야하며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있는지도 모르겠다. 

2.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닌 과정을 중요시여기는 세상을 만들기위한 바깥 이야기

책에서 박태환 선수의 훈련파트너로 기억되는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선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요즘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배준모 선수는 독기가 가득한 선수가 아닌 기록이 잘 나오면 좋고 힘들때는 정말 싫다가도 그래도 수영이 좋다고 말한다. 운동선수에게는 어쩌면 세상이 더욱 1등의 잣대로만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과정이야말로 배준모 선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그는 바깥이지만 진정한 승자이다.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은 발레공연에서 솔리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솔리스트가 춤을 출때도 군무진은 각자의 포즈로 정물처럼 무대 위에 서 있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늘진 자리지만 자신을 지켜봐주는 관중의 시선을 느낄때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안지원의 인터뷰를 보고 1등의 자리가 아니여도 춤을 추는 언어의 유희를 그녀는 진정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등이 아니면 어떠하랴. 자신의 삶과 일을 사랑하는 그 모습자체가 아름다움 못짓임을 느끼게 한다. 

3.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우표, 막걸리, DMZ 등을 통해 잊혀서 가는 바깥을 기억하게하다. 

 이 책에서는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우표, 막걸리라는 인물이 아닌 사물을 통해서 바깥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다.

가끔 경마공원에서 봄꽃축제를 할때 나들이를 간다. 경마공원을 갈때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말들의 힘찬 경주모습이었다.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인터뷰를 보면서 지금은 바깥이지만 퇴역마마 되기까지 얼마나 힘차게 달려왔을까하는 과정을 돌이키게 한다. 넓은 대지위를 달리는 경이로운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늙음,퇴역, 섭리에 쓸쓸함 속에서 퇴역마를 기억해야하는 것은 그들이 있었기에 대지가 힘찬 세상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퇴역마들의 예우를 지켜줘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늙음이 있었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를 지탱해준 힘의 변천사가 존재했다는 가치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표 또한 현대시대에 사라져가는 사물이다. 우표는 추억이 아니라 아득한 역사의 오브제가 될것이다. 나라와 시대의 정서를 반영했던 우표가 바깥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사라져가는 바깥이 아닌 기억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막걸리는 발전되어가는 바깥이 아닐까. 막걸리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린시절의 향수와 푸근한 정을 느끼게한다. 막걸리와 같은 바깥이야말로 우리의 정서를 따뜻하게 하는 문화이다. 바깥이지만 정말 소중한 바깥이다.  

2009년 가을에 DMZ 생태관광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DMZ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쟁,분단이라는 역사의 바깥에서 이제 환경,생태적인 측면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DMZ가 바깥이기에 그곳은 천연동식물이 자랄정도의 깨끗한 환경이 될 수 있었다. 뜨거운 시선안에 포획된 이슈의 공간, 역설적인 바깥인 DMZ가 조화로운 가치를 이룰 수 있었으면 한다. DMZ의 바깥이 언제가 통일의 날이 다가와 따뜻한 바깥이 되었으면 한다.   

4. 따뜻한 글과 그림 

책에는 26가지의 사람,사물,풍경에 대한 따뜻한 글과 그림이 실려있다. 

바깥이야기를 담아낸 인물,사물,풍경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올곧은 삶의 모습을 닮고 싶다.

5. 책을 읽을수록 바깥이 좋아진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바깥이 좋다. 

이 책의 다양한 바깥이야기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더욱 바깥이 좋아진다. 

바깥은 나를 소중하게 만든다. 바깥을 통해서 내가 갈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다. 

바깥이 있기에 안이 지켜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깥의 두꺼운 장벽이 있기에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바깥을 더욱 사랑하고 바깥의 인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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