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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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2009년 한국일보 기획기사 '최윤필 기자의 바깥'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최윤필 기자가 스물여섯의 사람,사물,풍경을 인터뷰한 바깥이야기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최윤필 기자는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사장, 직업혁명가 이일재, 퇴역마 다디와 아라지,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연극배우 택배 기사 임학순, 인디밴드 타바코쥬스, 천하대신 할머니,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 절판되는 책, IMF 명퇴 1세대 정석희, 산악계의 휴머니스트 한왕용, 풀피리, 성 베네딕도 요셉수도원, 시간강사, 손 모델 최현숙, 비무장지대 DMZ,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 미얀마 난민 조모아, 다큐감독 최기순, 노래 광야에서를 만든 문대현, 우표, 가수 주정이, 막걸리, 출판사 개마고원 장의덕 사장, 최근덕 성균관장이라는 스물여섯의 인터뷰를 엮었다.  

1. 안과 바깥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진정한 주류와 비주류, 안과 바깥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삶을 살아가는 열정과 자신이 지키고가 하는 확고한 신념만큼은 어느 누구도 뒤지지 않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공간이든 시간이든, 모든 밀려나고 사라지는 것들에는 사연이 있고 맥락이 있고 시스템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였다. 도덕적 부담과 시스템을 두텁게 만드는 사회적 편견과 권위 앞에서 바깥에 서있는 이들은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잣대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믿음이 언젠가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다짐한다. 

책 가장 첫장 인터뷰인물인 허리우드클래식의 김은주 사장은 노인들을 위해 영화를 상영하고 로비를 노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꿈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현실의 바깥 경계에 있음으로 세상은 아직 살아갈 가치가 있고 올곧게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의 인터뷰를 보면 몸에 익은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르고 구사하는 어위도 억양도 세상 주류와 사뭇 다른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것을 배척하고 차별하며 바깥에 있는 인물을 소외시키려 한다. 하지만 진정 바깥에 있는 이들은 차별을 뛰어넘어야하며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있는지도 모르겠다. 

2.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닌 과정을 중요시여기는 세상을 만들기위한 바깥 이야기

책에서 박태환 선수의 훈련파트너로 기억되는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선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요즘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배준모 선수는 독기가 가득한 선수가 아닌 기록이 잘 나오면 좋고 힘들때는 정말 싫다가도 그래도 수영이 좋다고 말한다. 운동선수에게는 어쩌면 세상이 더욱 1등의 잣대로만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과정이야말로 배준모 선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그는 바깥이지만 진정한 승자이다.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은 발레공연에서 솔리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솔리스트가 춤을 출때도 군무진은 각자의 포즈로 정물처럼 무대 위에 서 있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늘진 자리지만 자신을 지켜봐주는 관중의 시선을 느낄때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안지원의 인터뷰를 보고 1등의 자리가 아니여도 춤을 추는 언어의 유희를 그녀는 진정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등이 아니면 어떠하랴. 자신의 삶과 일을 사랑하는 그 모습자체가 아름다움 못짓임을 느끼게 한다. 

3.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우표, 막걸리, DMZ 등을 통해 잊혀서 가는 바깥을 기억하게하다. 

 이 책에서는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우표, 막걸리라는 인물이 아닌 사물을 통해서 바깥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다.

가끔 경마공원에서 봄꽃축제를 할때 나들이를 간다. 경마공원을 갈때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말들의 힘찬 경주모습이었다.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인터뷰를 보면서 지금은 바깥이지만 퇴역마마 되기까지 얼마나 힘차게 달려왔을까하는 과정을 돌이키게 한다. 넓은 대지위를 달리는 경이로운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늙음,퇴역, 섭리에 쓸쓸함 속에서 퇴역마를 기억해야하는 것은 그들이 있었기에 대지가 힘찬 세상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퇴역마들의 예우를 지켜줘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늙음이 있었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를 지탱해준 힘의 변천사가 존재했다는 가치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표 또한 현대시대에 사라져가는 사물이다. 우표는 추억이 아니라 아득한 역사의 오브제가 될것이다. 나라와 시대의 정서를 반영했던 우표가 바깥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사라져가는 바깥이 아닌 기억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막걸리는 발전되어가는 바깥이 아닐까. 막걸리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린시절의 향수와 푸근한 정을 느끼게한다. 막걸리와 같은 바깥이야말로 우리의 정서를 따뜻하게 하는 문화이다. 바깥이지만 정말 소중한 바깥이다.  

2009년 가을에 DMZ 생태관광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DMZ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쟁,분단이라는 역사의 바깥에서 이제 환경,생태적인 측면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DMZ가 바깥이기에 그곳은 천연동식물이 자랄정도의 깨끗한 환경이 될 수 있었다. 뜨거운 시선안에 포획된 이슈의 공간, 역설적인 바깥인 DMZ가 조화로운 가치를 이룰 수 있었으면 한다. DMZ의 바깥이 언제가 통일의 날이 다가와 따뜻한 바깥이 되었으면 한다.   

4. 따뜻한 글과 그림 

책에는 26가지의 사람,사물,풍경에 대한 따뜻한 글과 그림이 실려있다. 

바깥이야기를 담아낸 인물,사물,풍경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올곧은 삶의 모습을 닮고 싶다.

5. 책을 읽을수록 바깥이 좋아진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바깥이 좋다. 

이 책의 다양한 바깥이야기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더욱 바깥이 좋아진다. 

바깥은 나를 소중하게 만든다. 바깥을 통해서 내가 갈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다. 

바깥이 있기에 안이 지켜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깥의 두꺼운 장벽이 있기에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바깥을 더욱 사랑하고 바깥의 인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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