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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ㅣ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추리소설 중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서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총 18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는 각 장 앞에 진짜 범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 장면을 기다렸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 대부분은 믿을 수 없는 반전으로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나도 범인이 그 사람인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인어의 노래』는 '프로파일러'인 토니 힐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프로파일러란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형사를 일컫는 말로, 토니 힐은 악마적인 심리를 가진 범인을 파악하여 범인을 밝혀낸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는 프로파일 자료에 대한 설명과 철저한 정리가 많이 등장하여, 소설 속 인물들뿐만이 아니라 독자들도 사건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발 맥머미드는 여기에 그 다음 시리즈를 위해 개성이 뚜렷한 형사들을 투척한다. 예컨대, 토니 힐의 충실한 동료인 캐롤 조던이나 브랜든 같은 인물이 그 예이다.
이 책에서는 성적인 부분이 많이 나온다. 브래드필드라는 도시는 매춘가와 게이바가 있는 곳이다. 『스틸 라이프』에서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 '스리 파인스'라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면, 『인어의 노래』는 '브래드필드'라는 혼잡한 타락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범인은 형사들이 추리를 하는 그 순간에도 범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토니 힐이 나서기 전까진 속수무책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문득 소설 중간에 등장한 '모방범'의 정체는 누구였을까 싶다. 왠지 다음 작품을 암시하는 부분인 것 같다. 아, 그리고 보니 한 명의 인물을 빼 먹었다. 바로 스티비 맥코넬이다. 그는 범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형사들의 추궁과 죄수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이다. 『스틸 라이프』의 매튜 크로프트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는 죽지 않았지만, 범인으로 오인된 사람들이 종종 나오지 않는가. 스티비가 완전히 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죽음은 뭔가 아쉽고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다분히 드라마틱한 인어의 노래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바로 고문 장면이다. 앞에서 말한 18개의 짧은 단락에서는 범인의 심리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고문 장면까지 등장한다. "고문에는 첨단이 필요없다"고 범인이 직접 말했듯이, 범인은 첨단 고문장치가 아니라 '유다의 의자'와 같은 오래된, 그러나 고통스러운 고문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니 씁쓸하다. 범인은 완벽한 위장과 완벽한 고문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 3번째 단락에서 이 자는 성가신 개를 붙잡아 실험을 하는데 그만 죽이고 만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 여겼을 것이고, 범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이 사건은 범인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버린다. 역시 인간은 완벽하지 않구나. 내가 추리소설을 보면서 가장 치밀했던 범인이었지만, 그 자 역시 이렇게 작은 실수 하나로 무너지는구나.........
결론적으로, 『인어의 노래』는 재미있었다. 토니 힐은 주인공이자 프로파일러다운 기지를 발휘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프로파일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 이 책은 심리 스릴러에 있어서 명작이다. 첫 출발이 매우 좋다. 그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
P.S: 스틸 라이프는 제목의 뜻이 분명하고 작품 속에 쏙쏙 들어맞는데 이 책은 제목이랑 내용이랑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그걸 알았다면 작품 이해가 좀 더 쉬웠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