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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반적으로 참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스리 파인스 사람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스리 파인스는 외부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은 캐나다의 어느 마을이다. 그곳에는 제인 닐이라는 76세의 노부인이 있다. 그녀는 이 마을에서 한평생을 보냈으며, 다른 친구들을 가족처럼 여겼지만 결코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전시회 출품작으로 <박람회 날>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공개한다. 그 그림은 심사위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나 그 그림을 출품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얼마 후 추수감사절, 제인 닐은 숲 속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마을 사람들은 혼란과 슬픔에 잠기고, 이 사건을 접한 퀘벡의 경감 가마슈 일행은 사건을 조사한다.

 이상하게 ‘가마슈’의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가마슈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첫 데뷔작이라고 해도, 적어도 그의 성격이나 그 밖의 것들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가마슈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이 두 무리로 나뉘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그보다 다른 형사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고 있다. 아무리 그들의 심리 묘사를 중요시 여긴다고 해도 내 기억에 남은 가마슈의 독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의심스럽다.

  

 이 소설의 제목인 ‘스틸 라이프’는 ‘정물화’라는 뜻이다. 즉, 제인 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그림 <박람회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을 무턱 대고 ‘정물화’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은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단어가 ‘조용한 삶’이라는 뜻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목은 <박람회 날>을 가리키는 동시에 스리 파인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먀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면, 나는 이 작품을 계속 읽을 요지가 있다. 왜냐하면 저자는 형사들뿐만이 아니라 스리 파인스 사람들도 묘사했기 때문이다. 피터, 클라라, 루스, 매튜 크로포드……. 마저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아직도(still) 많이 남아 있기에, 비록 이 작품이 조금 아쉬웠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조금은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300쪽을 가까이 추리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니까. 그래도 제인 닐의 비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상처를 밝혀내는 장면은 좋았다. 마치 저자 루이즈 페니가 삶에서 느꼈던 고통들을 가마슈(남편 마이클?)가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성격이 분명하지 않았던 가마슈에게서 본받을 점이 있다면, 그것은 ‘위로’가 아닐까 싶다.


 P.S: 책갈피에는 ‘소설로 쓴 숨은 그림 찾기’라고 했는데, 무슨 숨은 그림 찾기가 있단 말인가? 설마 범인이 한 행동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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