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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수 있겠니
김인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첫 장을 펼쳤을 때, 나는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유진과 유진’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연인의 만남을 책이 말하고 있었다.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이 떠올랐다. 단지 제목이 같다는 이유로. 두 번째 이유는 유진의 살인이다. 스스로 “나는 당신의 써번트예요”라고 말한 여자 아이를 보고 유진은 왠지 모를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 죽이고 싶은 욕망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유진은 칼을 들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이야기가 진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진의 묘사 이후, 이야기는 이야나의 턴으로 바뀐다. 섬(구체적인 장소도 제시되지 않은)의 드라이버인 이야나의 이야기는 개를 치어 죽인 것으로 시작된다. 실수로 로드킬 한 것이 계속 그의 머릿속의 의식을 채운다. 나는 이것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개를 죽인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것일까? 도마뱀 데위는 또 무엇인가? 그의 애인이었던 수니는?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를 질책했다(아쉬웠던 점은 이야나의 이야기가 완전하게 끝맺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침내 모든 게 흔들린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곧 물의 절벽이 많은 것을 삼킨다. 섬은 사라졌고, 이제 그곳은 혼란에 가득찬 폐허로 전락했다. 무너진 건물들, 퉁퉁 불어가는 시체들,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들..….. 이야나의 친구 만 역시 소중히 여겼던 의붓어머니가 죽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인들,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은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재앙은 어떤 면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제공하는 법이다. 재앙은 진과 이야나를 다시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유진과 유진을 다시 만나게 했다. 물의 절벽은 많은 것들을 휩쓸어갔지만, 그 중에는 우리의 추악함 역시 있었을 것이다. 모든 재앙은 극복할 수 있다는 그 간절한 희망, 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 이 모든 것이 이빨 안에 담겨 있었다.
소설의 첫 부분,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주로 ‘작은 이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빨이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의 상징을 ‘기억’으로 보고 싶다. 힐러의 말, 그래. 그것이었다.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
삶의 맛은 이빨로 느껴야 한다. 삶의 맛은 개인에 따라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피 터질 정도로 맵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삶을 맛보든, 결코 그 삶에 미칠 수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