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절대 조용하게 하품하지 않아 - 성적 쑥쑥 올리는 뇌 훈련법
레네 마이어-스쿠만츠.이름가르트 헤링어 지음, 안나 헤링어 그림, 이미옥 옮김 / 북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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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표지의 그림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제목이 이 책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한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이 책은 여러가지로 놀라운 책이었다.

부제의 '성적 쑥쑥 올리는 뇌 훈련법'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선정적으로 다가올 만큼(그런 만큼 부제에 끌려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알차고 매력이 넘치는 책이었다.

책 속의 주인공 '다비드'처럼 우리 아이들은 성장과정중에 많은 발달장애를 노출하게 된다.

발달장애라고 하면 뭐 특별한 장애아를 연상하기 쉽지만, 지속적인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학습장애를 일으킨다든가, 자신감 결여, 주의집중에 어려움 겪기, 산만함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가고, 내 아이 또한 이 중의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을 어떻게 지도하고 편안하게 학습의 즐거움을 알려줘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다.

응용 운동학을 교육학에 적용한 '교육 운동학'은 이에 대하여 특별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즉, 학습이란 정신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해서 건강하고 효과적인 학습 활동을 위해서 두뇌 체조훈련법(생각모자, 누워 있는 8자, 긍정적인 점, 코끼리, 뇌 작동 버튼, 교차운동, 물 마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 동화속에 삽입하여 학습하고자 하는 아이와 그 아이를 지도하고자 하는 선생님, 부모님께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이런 훈련은 뇌의 통합에 유용하며, 학습능력을 돕고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우리의 주인공 '다비드'와 그 주변 환경을 통해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한 권의 동화로 담아내고 있다.

 

다비드는 받아쓰기와 수학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아이다. 그래서 늘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아빠랑 연습하지만, 이내 수업시간에 연습하지 않은 다른 부분을 틀리곤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달래려 어린아이처럼 단 초콜릿을 먹고, 절제하지 못해 뚱뚱하기까지 하다. 다비드에게는 친절한 여자친구 빅토리아가 있다. 언제나 이런 다비드를 격려하고 응원해준다. 그러면서 다비드에게 좀머러 아줌마를 소개해준다. 좀머러 아줌마는 신기한 기술을 많이 알고 있는 아줌마. 뇌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재미있게 다비드에게 들려준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좌뇌를 왼쪽 오빠, 우뇌를 오른쪽에 사는 누이. 왼쪽 오빠가 하는 일은 이렇고, 오른쪽 누이가 하는 일은 이러이러하다. 그 둘은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서 훨씬 더 다양하고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좀머러 아줌마는 위에 열거한 다양한 뇌 체조훈련법을 다비드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용기를 준다.

좀머러 아줌마가 다비드에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앞으로 넌 많은 과제들을 안게 되지만,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것은 네 안에 가지고 있단다."라는 격려의 말 속에 숨겨진 <자신감>이다.

 다비드는 아이답게 순수한 마음으로 좀머러아줌마의 교육법을 다 흡수하고 자신감을 찾게 된다. 학교로 돌아간 다비드는 누구나 깜짝 놀랄 정도로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아이로 바뀌게 되고, 빅토리아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연극역할에 두려워하는 친구에게 뇌체조훈련법을 알려주면서 용기와 격려를 해준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다비드였지만, 무엇보다 다비드는 놀라운 그림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비드가 그린 고슴도치 그림은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놀라운 지경이다. 눈앞에 고슴도치가 꿈틀꿈틀 기어다닐 것만 같은 귀여운 그림, 그런 그림들이 책 곳곳에 숨어 있어 이 책을 만나는 기쁨을 더해 준다.

단 한 권에 담긴 내용이 참으로 많은 참으로 유용하고 사랑스러운 책, 주변에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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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나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
씨나 믈로페 지음, 조선정 옮김, 레이첼 그리핀 그림 / 북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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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보았다. 에티오피아라고 명명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8개 아프리카 부족에 관한 이야기는 정작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깥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21세기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단지 피부가 검은 원시적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땅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이야기는 신화시리즈에서 아주 짧게 접해본 것이 전부인 내게는 <씨나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퀼트무늬의 표지가 포근하게 다가오는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따뜻하게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가 되어줄 듯 싶어 기대가 컸다.

아프리카의 수난을 역사와 영광의 역사를 기술한 첫장을 넘기면 아프리카 지도가 펼쳐진다. 지도에는 이름도 낯선 나라이름이 대륙을 표시하고 있으며, 걔중에는 기아와 난민의 대표명사로 가름되는 익숙한 나라이름도 많아 아프리카에 대한 깊은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미비아,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세네갈, 가나, 수단, 에티오피아 등 여덟 나라의 옛이야기는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

각 이야기들 앞에는 그 이야기가 속한 나라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아마도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못한 아프리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어줄 거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 중 절반인 네 개의 나라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여서 내심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소외되었던 땅이라지만, 이토록이나 모를 수가 있다니. 흔히 접하는 세계가 하나,라는 슬로건이 정말 무색할 지경이었다.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들은 우리네 구전문학처럼 그렇게 입으로 입을 통해서 전해진 이야기가 오늘날 사랑받는 여러 이야기들의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옛이야기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습관, 가치관 등을 우리는 엿볼 수 있겠는데, 아프리카의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이야기마다 나오는 노래로 표현하는 모습은 아프리카 민족들이 노래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사냥꾼, 치료사, 모험, 지혜로운 엄마, 삶의 역경, 에 대한 내용들은 아프리카의 척박한 자연환경속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긍정적인 자세를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아프리카만의 물소떼, 독수리, 표범가죽, 임팔라, 바오밥나무, 사탕수수, 등의 이야기속 소재와 조각이불보같은 화려한 아프리카 풍의 삽화들은 읽는 재미를 한껏 높여주기도 한다. 내용의 주제는 아프리카라고 다를까.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삶의 역경을 이겨내면 복이 오고, 다만, 그 내용을 구성해내는 소재들이 좀 더 이국적이고 다채로울 뿐...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는 곳이 비록 다르더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아프리카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달려올 것이다.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인 만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또 얼마나 무궁무진할 것인가.

더 다양한 책을 만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 속의 아이들로 우리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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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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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이'인 내게 겨울이란 계절은 여러가지 추억들로 먼저 다가온다.

언젠가 친구랑 손잡고 들렀던 할머니보살집에서 보았던 점괘에서도 나는 '겨울나무' 사주였다.

겨울이 태어난 양의 일생이, 그리고 나뭇잎으로 다 떨어뜨린 채 홀가분하게 혹은 쓸쓸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의 잔상이 주는 느낌이 과연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난 꽤 여러가지로 연결되어 있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특별히 사랑한 거 같다.

 

제목과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신비로운 겨울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옮겨 놓았던 저자가 일본 홋카이도로 떠난 두 번째 겨울 여행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자작나무숲이 끝없이 이어지는 북유럽의 풍경이 절로 상상되며  가슴이 뛴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일본은 오오사카와 고베, 교토, 나고야 등을 돌아봤지만, 내가 언제나 일본에게서 기대하고 꿈꿨던 것은 눈덮힌 하얀 홋카이도다.

익히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여러 드라마와 영화,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홋카이도는 홀로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땅이다.

헐벗어버린 나뭇가지들, 빈 들판, 하얗게 덮힌 세상....비어있음이 그 여백이 좋은 계절, 원터. 그리고 홀릭.

비어있음은 곧 무한대의 것과 통한다고 했든가. 물질의 비어있음이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겨울을 난 사랑한다. 그리고 그 겨울을 닮고 싶다.

소유하지 않으면서 무한대의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눔. 그러한 것을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배운다. 느낀다.

 

누군가에게, 어떤 대상에게 깊이 빠져드는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해서 겨울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겨울의 색을 입은 홋카이도 모습이 실려 있는 여행에세이는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진 않는다. 여행에세이라고 홋카이도에 대한 여행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홋카이도에서 느낀 겨울을 그 겨울을 우리에게 들려줄 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단상, 그들의 이야기, 저자의 여행길 웅얼거림, 감상스케치, 겨울숲, 회색빛하늘, 열차의 차창풍경, 외로히 서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달콤한 쓸쓸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가 스러지고 다시 따듯한 외로움이 목도리처럼 목을 두른다.참 낯선감정의 조합이지만 실지로 그렇다. 요 며칠 전국적으로 오래도록 하얀 눈이 내렸다. 눈내리는 창가에서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느낌은 실지로 그 여행지에 발을 디딘 듯한 감상으로 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윈터홀릭.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겨울에 이야기거리가 많은 사람은 이 책을 한번 만나보시길.....그대를 오롯한 그대만의 세상으로 이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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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버돗의 선물 - 한정판 스페셜 기프트 세트 (스태들러 색연필 세트 + 그림엽서 + 케이스)
테드 겁 지음, 공경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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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12월이지만, 그 때마다 매번 낯선 감정처럼 늘 쓸쓸하고 허전해지는 마음은 돌아서는 발걸음에 눈물을 떨구게 한다.

화려한 파티도 사치스러운 옷차림도 이때만큼은 위로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두드러지게 할 뿐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위로하고자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을 읽는 것, 바로 그것이다.

2009년에는 <스웨터>/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로 연말을 따스하게 보낼 수 있었고, 2010년에 선택한 책은 <MR. 버돗의 선물>이다.

해마단 연말연시면 불쌍한 이웃을 돌아보라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그리고 알만한 얼굴들은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쁘고, 동장은 일괄적으로 성금을, 직장에서도 성금을 걷는 행위로 나만 뻔뻔하게 연말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양심을 스스로 위로한다.

 

<MR. 버돗의 선물>에서 소개되는 선행의 모습은 그러나 이와는 조금 다른 형태다.

이 책의 저자인 테드 겁은 우연히 외할머니가 남긴 외할아버지의 유산 중 가죽가방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안에서 '버돗'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수표책과 낡아버린 편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내용이 바로 <Mr. 버돗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외할아버지의 이름은 샘 스톤이다. 그는 루마니아계 유대인으로 갖은 어려움과 고초를 이겨내고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의 삶을 이루어낸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이국에서 그가 한 일가를 이루어내기까지 몰락과 성공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사회적 성공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나, 경제적 곤경속에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켜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샘 스톤은  자신을 결코 드러내지 않은 채, 본명 대신 세딸의 머리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이름 '버돗'으로 신문에 광고를 낸다. 그 내용은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칸텐의 이웃들에게 자신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주면 각각 10달러짜리 수표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이다.

샘 스톤이 이런 방법을 취한 것은, 아무리 경제적 곤란에 처한 사람이라도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의 존엄성,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은 성탄절을 맞이했음에도 끼니조차도 이을 수 없었던 칸텐시에 사는 많은 불우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샘의 원래 이름은 스톤이 아닌 핀켈스타인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내기 위해 성과 이름도 바꾸고, 자신이 살아온 삶까지 철저히 조작하여 루마니아계 미국인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러나, 궁핍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시절의 후유증은 오랜 시간 그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켄텐시의 불황을 겪으며 샘은 '버돗'이라는 이름으로 이웃을 돕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성공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갈구한 것은 바깥의 인정이 아닌, 그런 배풂이 주는 내적인 확인이며, 자신의 가치에 대한 선언이었다.

 

자존심을 지켜주는 선행은 그 선행의 대상자가 세상에 무릎꿇지 않고 비겁해지지 않고 살아갈 힘을 준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영혼의 위로가 더욱 필요했던 것. 저자가 편지를 통해서 기부받은 사람들의 후손을 추적한 내용은 참으로 감동스럽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오는 바람에 원래의 10달러를 5달러로 쪼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주게 되었는데, 그 수표는 모두가 깊은 사랑의 이름으로 쓰여지게 된다. 그 이후에는 미국의 실업난은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았고, 그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낸 조상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

 

옛 성현의 말씀에 따르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한국의 한 도시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2000년 4월 전주의 한 동사무소에 걸려온 40대 남자의 음성은 11년째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을 기탁해 오고 있고, 이제 그 소식을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아무리 곤경스럽고 힘든 처지에 있더라도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나 또한 대공황에 버금가는 1998년 IMF시절에 같은 경험을 했으니까.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신세를 진다는 것은 나의 존엄성, 삶의 의지, 아름다움, 희망, 등을 결코 꿈꿀 수 없게 한다. 경제적으로 철저히 망가져버린 나를 그래도 신뢰하며 변함없이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세상은 끝까지 살아볼 만 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 현재 화이트칼라에서 철저히 추락한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밥한끼의 위로는 적합치 않다. 그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악수, 포옹이 그진정한 격려가 아닐까.. 주변에 조용히 홀로 울고 있는 친구가 없는지 항상 마음을 열어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진정으로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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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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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우편으로 받은 날, 창밖 하늘이 회색빛으로 어두웠다.

12월도 이제 채 몇일 남지 않았고, 달력도 1장만을 남겨두고 있는 어느날 오후....문득 허공 가득 날리는 눈송이의 환영을 보았다.

머리를 흔들고 보니, 책표지가 방금 본 환영과 겹쳐진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눈을 기다리고 있었는가 보다.

뒷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이자 인생의 의미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감동의 메시지-

우선 느낌이 참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마음을 덥혀준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동화.동시 작가인 저자의 삶의 이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강릉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시절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시며 보리 한 톨만한 희망을 결코 놓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남보다 늦은 학업에의 길, 그 외로운 길에 문학이 있어서 그는 살 수 있었고,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동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그는 비굴한 직장인으로 살지만 또한 비굴하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고 고백하고 있다. 참으로 사실적인 그의 모습이 주는 묘한 감동은 <뒤에 서는 기쁨>을 대하는 자세까지 경건하게 한다.

 

주로 여성작가의 수필을 읽어온 나는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아온 남자의 수필을 이렇게 가까이 대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눈을 뜨는 아침부터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까지의 시간, 혹은 봄,여름, 가을,겨울 4계절 속에서 삶의 연륜을 더해가는 작가의 일상을 마치 육성처럼 듣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와 함께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남편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작가의 삶의 자세는 소홀히 대했던 내 주변 또한, 단단하게 추스리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고, 무심히 지나쳤던 남편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여성작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섬세한 문체는 세파에 거칠어진 마음을 가지런히 해주는 숨결이었으며, 세밑이 가까워옴에 따라 점점 허전해지던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구름이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같지만, 그 안에서 진주알같이 빛나는 기쁨 하나, 소망 하나, 행복 하나를 만들줄 아는 저자의 모습이 가슴 찡하는 감동과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아무리 세상일에 지치고 때로는 미래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작은 희망의 불빛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지금을, 그리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매 순간 봄을 느끼는 마음으로 저자의 시 한수를 옮겨 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먼 남쪽 동백 숲에서

봄 한 톨을 물고 온 동박새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쓰빗,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어찌 들었는지

북쪽 먼 산골짜기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인 소나무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털썩, 눈을 내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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