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우편으로 받은 날, 창밖 하늘이 회색빛으로 어두웠다.

12월도 이제 채 몇일 남지 않았고, 달력도 1장만을 남겨두고 있는 어느날 오후....문득 허공 가득 날리는 눈송이의 환영을 보았다.

머리를 흔들고 보니, 책표지가 방금 본 환영과 겹쳐진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눈을 기다리고 있었는가 보다.

뒷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이자 인생의 의미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감동의 메시지-

우선 느낌이 참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마음을 덥혀준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동화.동시 작가인 저자의 삶의 이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강릉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시절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시며 보리 한 톨만한 희망을 결코 놓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남보다 늦은 학업에의 길, 그 외로운 길에 문학이 있어서 그는 살 수 있었고,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동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그는 비굴한 직장인으로 살지만 또한 비굴하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고 고백하고 있다. 참으로 사실적인 그의 모습이 주는 묘한 감동은 <뒤에 서는 기쁨>을 대하는 자세까지 경건하게 한다.

 

주로 여성작가의 수필을 읽어온 나는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아온 남자의 수필을 이렇게 가까이 대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눈을 뜨는 아침부터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까지의 시간, 혹은 봄,여름, 가을,겨울 4계절 속에서 삶의 연륜을 더해가는 작가의 일상을 마치 육성처럼 듣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와 함께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남편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작가의 삶의 자세는 소홀히 대했던 내 주변 또한, 단단하게 추스리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고, 무심히 지나쳤던 남편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여성작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섬세한 문체는 세파에 거칠어진 마음을 가지런히 해주는 숨결이었으며, 세밑이 가까워옴에 따라 점점 허전해지던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구름이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같지만, 그 안에서 진주알같이 빛나는 기쁨 하나, 소망 하나, 행복 하나를 만들줄 아는 저자의 모습이 가슴 찡하는 감동과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아무리 세상일에 지치고 때로는 미래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작은 희망의 불빛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지금을, 그리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매 순간 봄을 느끼는 마음으로 저자의 시 한수를 옮겨 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먼 남쪽 동백 숲에서

봄 한 톨을 물고 온 동박새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쓰빗,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어찌 들었는지

북쪽 먼 산골짜기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인 소나무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털썩, 눈을 내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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