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겨울아이'인 내게 겨울이란 계절은 여러가지 추억들로 먼저 다가온다.

언젠가 친구랑 손잡고 들렀던 할머니보살집에서 보았던 점괘에서도 나는 '겨울나무' 사주였다.

겨울이 태어난 양의 일생이, 그리고 나뭇잎으로 다 떨어뜨린 채 홀가분하게 혹은 쓸쓸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의 잔상이 주는 느낌이 과연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난 꽤 여러가지로 연결되어 있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특별히 사랑한 거 같다.

 

제목과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신비로운 겨울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옮겨 놓았던 저자가 일본 홋카이도로 떠난 두 번째 겨울 여행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자작나무숲이 끝없이 이어지는 북유럽의 풍경이 절로 상상되며  가슴이 뛴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일본은 오오사카와 고베, 교토, 나고야 등을 돌아봤지만, 내가 언제나 일본에게서 기대하고 꿈꿨던 것은 눈덮힌 하얀 홋카이도다.

익히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여러 드라마와 영화,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홋카이도는 홀로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땅이다.

헐벗어버린 나뭇가지들, 빈 들판, 하얗게 덮힌 세상....비어있음이 그 여백이 좋은 계절, 원터. 그리고 홀릭.

비어있음은 곧 무한대의 것과 통한다고 했든가. 물질의 비어있음이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겨울을 난 사랑한다. 그리고 그 겨울을 닮고 싶다.

소유하지 않으면서 무한대의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눔. 그러한 것을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배운다. 느낀다.

 

누군가에게, 어떤 대상에게 깊이 빠져드는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해서 겨울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겨울의 색을 입은 홋카이도 모습이 실려 있는 여행에세이는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진 않는다. 여행에세이라고 홋카이도에 대한 여행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홋카이도에서 느낀 겨울을 그 겨울을 우리에게 들려줄 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단상, 그들의 이야기, 저자의 여행길 웅얼거림, 감상스케치, 겨울숲, 회색빛하늘, 열차의 차창풍경, 외로히 서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달콤한 쓸쓸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가 스러지고 다시 따듯한 외로움이 목도리처럼 목을 두른다.참 낯선감정의 조합이지만 실지로 그렇다. 요 며칠 전국적으로 오래도록 하얀 눈이 내렸다. 눈내리는 창가에서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느낌은 실지로 그 여행지에 발을 디딘 듯한 감상으로 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윈터홀릭.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겨울에 이야기거리가 많은 사람은 이 책을 한번 만나보시길.....그대를 오롯한 그대만의 세상으로 이끌지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