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버돗의 선물 - 한정판 스페셜 기프트 세트 (스태들러 색연필 세트 + 그림엽서 + 케이스)
테드 겁 지음, 공경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해마다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12월이지만, 그 때마다 매번 낯선 감정처럼 늘 쓸쓸하고 허전해지는 마음은 돌아서는 발걸음에 눈물을 떨구게 한다.

화려한 파티도 사치스러운 옷차림도 이때만큼은 위로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두드러지게 할 뿐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위로하고자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을 읽는 것, 바로 그것이다.

2009년에는 <스웨터>/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로 연말을 따스하게 보낼 수 있었고, 2010년에 선택한 책은 <MR. 버돗의 선물>이다.

해마단 연말연시면 불쌍한 이웃을 돌아보라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그리고 알만한 얼굴들은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쁘고, 동장은 일괄적으로 성금을, 직장에서도 성금을 걷는 행위로 나만 뻔뻔하게 연말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양심을 스스로 위로한다.

 

<MR. 버돗의 선물>에서 소개되는 선행의 모습은 그러나 이와는 조금 다른 형태다.

이 책의 저자인 테드 겁은 우연히 외할머니가 남긴 외할아버지의 유산 중 가죽가방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안에서 '버돗'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수표책과 낡아버린 편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내용이 바로 <Mr. 버돗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외할아버지의 이름은 샘 스톤이다. 그는 루마니아계 유대인으로 갖은 어려움과 고초를 이겨내고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의 삶을 이루어낸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이국에서 그가 한 일가를 이루어내기까지 몰락과 성공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사회적 성공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나, 경제적 곤경속에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켜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샘 스톤은  자신을 결코 드러내지 않은 채, 본명 대신 세딸의 머리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이름 '버돗'으로 신문에 광고를 낸다. 그 내용은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칸텐의 이웃들에게 자신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주면 각각 10달러짜리 수표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이다.

샘 스톤이 이런 방법을 취한 것은, 아무리 경제적 곤란에 처한 사람이라도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의 존엄성,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은 성탄절을 맞이했음에도 끼니조차도 이을 수 없었던 칸텐시에 사는 많은 불우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샘의 원래 이름은 스톤이 아닌 핀켈스타인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내기 위해 성과 이름도 바꾸고, 자신이 살아온 삶까지 철저히 조작하여 루마니아계 미국인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러나, 궁핍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시절의 후유증은 오랜 시간 그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켄텐시의 불황을 겪으며 샘은 '버돗'이라는 이름으로 이웃을 돕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성공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갈구한 것은 바깥의 인정이 아닌, 그런 배풂이 주는 내적인 확인이며, 자신의 가치에 대한 선언이었다.

 

자존심을 지켜주는 선행은 그 선행의 대상자가 세상에 무릎꿇지 않고 비겁해지지 않고 살아갈 힘을 준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영혼의 위로가 더욱 필요했던 것. 저자가 편지를 통해서 기부받은 사람들의 후손을 추적한 내용은 참으로 감동스럽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오는 바람에 원래의 10달러를 5달러로 쪼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주게 되었는데, 그 수표는 모두가 깊은 사랑의 이름으로 쓰여지게 된다. 그 이후에는 미국의 실업난은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았고, 그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낸 조상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

 

옛 성현의 말씀에 따르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한국의 한 도시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2000년 4월 전주의 한 동사무소에 걸려온 40대 남자의 음성은 11년째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을 기탁해 오고 있고, 이제 그 소식을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아무리 곤경스럽고 힘든 처지에 있더라도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나 또한 대공황에 버금가는 1998년 IMF시절에 같은 경험을 했으니까.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신세를 진다는 것은 나의 존엄성, 삶의 의지, 아름다움, 희망, 등을 결코 꿈꿀 수 없게 한다. 경제적으로 철저히 망가져버린 나를 그래도 신뢰하며 변함없이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세상은 끝까지 살아볼 만 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 현재 화이트칼라에서 철저히 추락한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밥한끼의 위로는 적합치 않다. 그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악수, 포옹이 그진정한 격려가 아닐까.. 주변에 조용히 홀로 울고 있는 친구가 없는지 항상 마음을 열어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진정으로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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