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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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수아비 일기>의 저자 싼마오를 알게 된 것은 <흐느끼는 낙타>를 통해서였다.

마치 소설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삶은 통통 튀는 발랄한 감성과 버무려진 우수어린 분위기가 묘한 여운을 줬던 느낌은 매우 특별했다.

싼마오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이번에 출간된 <허수아비 일기>를 선택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너무도 기쁘게 환영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그러했으니까.

<허수아비 일기>에서 '허수아비'는 바로 싼마오 자신을 말한다.

표지속 새와 나무와 풀과 어우러져 있는 허수아비의 몸짓은 금방이라도 경쾌한 리듬을 탈 것처럼 두 다리가 엉켜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싼마오는 세상의 잣대로는 아무런 실속도 없이 미래계획도 없이,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느 허수아비같지만, 그를 비웃고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참새를 그저 한결같은 미소로 배웅한 채 황금빛 들판을 지키며 자연과 동화되는 그 모습은 바로 싼마오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허수아비 일기>에는 1부에서 '타이완에서 사하라까지'라는 소제목으로 싼마오의 성장기, 파란만장 유학기, 그리고 일곱 살 연하 스페인 남자의 호세와의 결혼으로 맺어진 시댁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싼마오의 글은 뭐랄까, 매우 독특해서 직접 만나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미리, 한마디 언급하자면 지금 당신의 시선이 그녀 글의 첫문장과 만났다면 당신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결코 책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하라는 것 뿐이다.

1부에서 호세를 만나기 이전의 부모슬하의 귀여운 싼마오, 유학시절의 당찬 싼마오,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사랑스런 싼마오를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싼마오는 이때껏 내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유형의 인간이다. 단순히 멋지다, 신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2부에서는 호세와 잠깐 살았던 사하라가 전쟁으로 분할되자 사막 맞은편에 위치한 대서양의 작은 섬, 카나리아 제도로 이사하여 정착하면서 그 곳에서의 신혼생활을 그려놓았다.  창을 열면 바로 앞에 바다를 펼쳐지는 곳에서 자유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싼마오와 호세부부의 모습은 읽는 내내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한다.

스페인령이지만 아프리카의 북서쪽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는 <흐느끼는 낙타>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그림같은 풍광과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인정많고 개성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곳 사람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기는 오랫 동안 뇌리에 박혀 있어 내게는 지상낙원처럼 떠올리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대하는 싼마오의 방식인 유쾌하고 단순하고 따뜻하고 씩씩한 자세는 비록 30 여년이나 흘렀지만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책을 읽다가 문득 호세의 표현대로  '머릿속에 야생마가 뛰어다니는 듯한' 싼마오가 내 이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그녀만은 분명코 그 안에서 보석같은 기쁨과 재미를 발견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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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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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메콩강을 따라  2,850Km 길을 여자 혼자서 떠난 자전거 여행의 기록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관광으로 분류되는 단순히 패키지 여행이 아닌,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곳을 체험하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 여행보다는 직접 여행하고자 하는 코스를 계획하고 숙소 및 식당도 직접 선택하는 여행을 해야 한다. 가장 손쉽게 떠오른 것은 두셋이서 떠나는 자유배낭여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20대 대부분을 미친바람처럼 떠돌았다는 저자는 30대에 이르러 가슴속에 '사무침'이라고 할 만한 단단한 덩어리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 사무침이 화두를 잡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혼자 새로운 땅, 새로운 하늘을 내 속도로 천천히 헤쳐나가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고자 계획한 여행.

 

자전거 여행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고 자전거 여행애호가들은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못 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뿐. 해서 자전거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여행서로 만나보기에 가장 맞춤인 여행인 셈이다.

 

지난 겨울에 베트남에 사는 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방문했었다. 10여년 전부터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일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비수기 철에 한번씩 귀국을 하여 불시에 친구들을 만나곤 다시 베트남으로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번에 다녀가고는 거의 2년 만의 해후였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일테면 금발머리의 서양인이 싼값에 태국에서 티셔츠를 제작하여 일본에서 그 옷을 팔고 (일본인들은 같은 옷이라도 금발의 서양인이 판매하면 너도나도 잘 사준다고 한다!) 돈을 벌어 한 동안 일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놀러다니는 삶을 그 친구도 추구하는 것 같았다.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그리 반갑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런 유형의 삶도 본인의 선택이니 어찌할 것인가.

각설하고, 그 때 그 친구는 메콩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었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하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사람에게는 거의 생명줄에 해당하는 강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는 메콩강의 상류를 막아 댐을 건설하여 자국의 이익을 꾀할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점점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라오스를 만나고자 한다면 그 여행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암울했던 기억이 떠올라, 메콩강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메콩강가를 따라서 황토먼지를 뒤집어쓰며, 문명의 때를 타지 않아 신비롭기 그지없는 이국의 풍광속으로, 끝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로지 자전거만을 친구삼아 달리는 그 호젓한 길, 때로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고, 버스에 타기도 하며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여행한다.

그 길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다양한 세계관을 소통하면서 세상을 다각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장을 가져오며,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이 공허한 사람들, 인생의 위기에 부딪힌 사람들, 자신을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은 인생의 기로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내면의 상처와 공허함은 사회구조, 문화변동, 가족의 역사, 사소한 개인의 선택같은 복합적 요소들이 얽히고 설킨 것인 만큼 치유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내딛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희망을 품고 있기에 이미 밝다.

 

그렇다, 인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 아닐까.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길 위에서 느낀다.(p165)

여행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작업입니다.(p179)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이 생생하게 깨어 있는 감각, 내면으로 응집된 섬세하고도 완전한 에너지, 고용하고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p184)

세상이 힘들어도 나이를 먹어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세상을 발견하며 삶에 감사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p117)

 

자전거 여행은 느린 여행이다. 느린 여행은 작은 것 하나하나를 깊이 생각해보고 의문을 품을 시간을 준다. 쉽게 스쳐지나갔을 풍경을 멈추어 지긋이 바라보게 하고, 공기와 바람결을 느끼게 하며, 정해진 코스가 아닌 곳, 뜻밖의 장소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의 기쁨을 맛보게 하며, 사람냄새 진하게 나는 웃음을 서로가 짓는 순간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이 끊어진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과 새로운 생각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할 때 삶에 더 감사하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 세상을 건너는 법은 그녀에게 있어서 주어진 삶을 풍요롭게 즐기며 놀고, 항상 새롭게 자신을 재창조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바람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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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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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보나, 표지의 그림으로 보나 책의 내용을 조선조 풍류가객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막상 책을 열어보곤 그 내용의 무게감과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이 교차했다.

좋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서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을 만나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런 내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나는 김려나 이옥이란 인물이 무척이나 낯설다. 그나마 김려의 이름 두자는 들어본 듯도 하지만, 이옥의 이름 두자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내 무식함을 자랑하자고 한 것은 아니나, 이제야 이들을 알게 된 것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문체반정으로 고초를 겪은 이옥과 김려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들의 우정과 글쓰기를 주 내용으로 하여 풀어낸 이야기다.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조선조 1792년에 일어난 문체반정의 실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체반정은 정조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의 보수 세력과 정조의 연합 아래 이루어진 보수 반동적 문화정책이었다.

이옥과 김려는 바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의 문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왕이라고만 생각했던 정조가 이토록이나 깐깐하고 고집스런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소품체로 재기발랄하고 살아있는 글을 썼던 이옥은 크게 처벌받게 되고, 친구의 사정을 보면서 눈치껏 몸을 사렸으나, 김려 또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된다.

이후, 또다른 친구이자 실세인 김조순의 도움으로 논산의 현감으로 가게 되고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던 중, 이옥의 아들 우태가 방문하게 된다.

한편 이옥은 왕의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서체를 바꾸지 않아 충군의 처벌을 받게 되고,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평생을 길에서 보내게 된다. 아들 또한 바로 그 길 한가운데서 얻었다.

김려는 우태와의 만남을 통해서 잊고자  했던 유배지 부령과 진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곳에서 사귀었던 사람들과의 진솔함이 담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옥과의 우정과 그와 함께  했던 글쓰기가 곧 삶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방의 세력가인 노론 최수용의 손아귀로부터 우태를 구하고자 현감자리를 내놓은 김려. 그는 이옥의 글을 정리하고, 살아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부령으로 하인이자 평생지기인 위서방과 함께  떠난다.

성균관 유생으로 앞날이 촉망받았던 두 사람이 이렇듯 정책의 희생양의 되어버렸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들이 결코 자신들의 창작 지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옥이 그랬듯 이들 하나하나를 가슴속에 새기면서 살아가야 할 터였다.그게 바로 글이 되어야 할 터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음풍농월하는 거짓된 글 따위는 결코 짓지 않을 터였다.(p168)

 

무조건 글짓는 것은 경계해야 하네. 남들이 짓는 글이나 지어서는 안 되고 글 속의 사람이 되어야 하네.(p191)

 

조선 최고의 천재적 문장가인 이옥, 아무리 빈궁하고 어려워도 자기의 마음이 거절하는 일은 도무지 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는 글이 공기요, 물이요, 밥이었던 것, 그의 삶 전체가 바로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런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려였던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참된 우정을 나눈다는 것. 이것만큼이나 지난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평생을 두고 꿈꾸었던 것이었지만.....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마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우리의 서 있던 자리가 허망했던 것일까. 혹시 헛된 공명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에서는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김려의 입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지만, 평범하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김려의 글, 또한 나의 눈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글이었다.

조선의 문장가인 두 사람의 글을 만나는 즐거움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덧붙여, 조선의 문장가라고 하니 이덕무의 그의 벗들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늘 차 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이동하는 짬짬이 읽다가 던져두곤 했었는데, 어느 한 날을 잡아서 정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와 비교해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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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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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으로 빛나는 작가, 김려령의 <완득이>,<우아한 거짓말>은 이미 널리 읽히고 있는 청소년문학이다.

청소년문학이 단지 청소년들에게만 읽힌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 <완득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절대적인 환호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완득이>로 강렬하게 독자들의 뇌리에 박힌 이름 김려령은 그 후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깊이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감동을 주었다.

김려령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번 책<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이번에는 청소년 문학이 아닌 아이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우리곁에 다가왔다.

 

이 동화에는 아름다운 삶을 완성한 사람이 하나 나온다. 이미 그는 삶을 완성했고, 그 삶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명 건널목 아저씨로 불리는 사람. 그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쌍둥이 아들을 낳다가 죽게 되었고, 혼자서 형제를 지극정성으로 키웠는데 어느 날, 건널목 표시가 없는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쌍둥이 아들 또한, 아내의 뒤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버리게 된다. 이후, 이 아저씨는 건널목 무늬가 있는 카페트를 들고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그 카페트를 깔아 무사히 등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시작한다. 이 아저씨의 묻지마 선행은 건널목이 생길 때까지 이어지고, 일이 성사되면 또 다른 건널목이 필요한 곳으로 떠난다.

의지가지 없어보이는 아저씨를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신뢰하여 경비실을 쓰게 하였고, 부모님의 불화로 늘 밖으로 떠도는 아이 '도희'와 건널목 아저씨의 인연이 시작된다.

자신의 불행으로 늘 어두웠던 도희는 건널목 아저씨로 인해 부모없는 불쌍한 남매 태석, 태희를 알게 되었고, 건널목 아저씨처럼 이 남매를 위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돌아온 태석남매,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떠난 도희를 보면서 건널목 아저씨도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 동화속 주인공인 동화작가 오명랑이 동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듣기 교실'속 교재도구이다.

오명랑은 멋지게 등단하여 가문의 영광이 되었으나, 이후 뚜렷한 후속작을 내지 못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작가로서, 가족의 성화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속 태희는 바로 오명랑 작가, 자신이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족과의 진정한 화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멋진 동화를 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어른들도 부족한 게 많아 번쩍 안고 원하는 곳으로 옮겨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덜 힘들게 덜 아프게 덜 무섭게 그 시기를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친구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고, 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_김려령


 

세상으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우리는 겪게 된다. 작은 어려움이야 곧 잊혀지지만, 큰 어려움이나 고통은 그 흔적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어떤 사람은 더 큰 사람이 되어 넓은 가슴으로 삶을 이해하며 아와 타의 경계가 없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극도로 외곬이 되어 이기적인 삶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삶의 상처가 그대로 상처로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표지를 두른 분홍빛 띠지에 있던 문구 '한 편의 동화가 세상을 바꿉니다'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사람의 세상까지는 몰라도 오늘 한 명의 세상은 분명히 바뀌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동화가 주는 감동은 순수하고 맑아서, 불순물이 없는 말간 느낌은 삶을 그대로 정화시켜 주는 힘이 있어서 좋다.

거짓이 아닌 진짜 감정은 그 어떤 미사여구가 아닌 단순한 느낌 그대로를 담은 것으로 동화를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슴으로 순식간에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이와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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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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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관련 서적들을 몇 몇 만나보고선 그 기억이 좋아서 이번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다.

영화를 통해서 무의식속에 숨겨진 상처나 억눌린 기억들을 치유하는 경험, 혹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힘, 이런 것들이 바로 예술에 비추어 심리치료를 하게 되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사진..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세계는 인간의 마음 상태를 가장 정확하고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미술치료하는 분야가 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지는 꽤 오래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이 그려낸 그림을 통해서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책을 통해서 마음을 위로받고, 이해받는 느낌은 경이로우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 가득 따뜻함과 후련함이 차오르는 기분은 바로 이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치료라고 믿게 한다.

 

고갱, 클림트, 샤갈, 뭉크, 달리 등 불멸의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노하우를 담아냈다는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바로 너무도 유명하고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을 통해 말 그래도 마음을 치유하는 여행을 떠나보자는 기획하에 쓰여진 책이다.

 

언급된 화가들은 각자 화풍이 고유한 개성이 있어, 그 그림은 화가의 감정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가는 그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고통, 어둠과 욕망을 표현하고 해소함으로써 심리적인 치유의 과정을 밟게 되며, 그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들은 화가의 감정에 공감을 함으로써 자신 안에 감추어진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명화의 치유력이라고 한다.

명화를 통해 얻게 되는 치유력은 미술치료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미술치료 과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들은 명화 속의 표현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고갱의 붉은 색채, 클림트의 황금빛 색채, 샤갈의 몽화적 색채에서 기쁨과 환희를 발견함으로써 마음이 치유를 얻는 과정을 1부에서는 담아내고 있으며, 로트렉의 그림의 통해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고, 뭉크의 음울함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회복을 길을 물음으로써 우울함과 상처를 직시하는 것의 중요성과 상처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용기는 얻게 되는 과정이 2부에 소개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고흐의 화려한 색채, 달리의 무의식, 마그리트, 초현실의 세계를 통해서 치유의 마음을 더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명화를 통해 치유의 길을 얻은 사례를 다양한 실예와 그림을 통해서 소개해놓고 있어, 명화의 치유력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책의 기획의도는 몹시 유용하며 좋았으나, 얇은 책 한권에 담기에는 너무도 많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편집에 있어서 산만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명화를 함께 하는 마음여행을 통해서 어지러운 내면을 정리해보고자 했으나, 자꾸만 뇌와 마음이 분리는 바람에 흩어져버리곤 하여 속상했다.

실려있는 그림들이 작은 것도 아쉽다. 화면 가득 명화들을 응시하며 치유의 과정을 함께 했더라면, 더 많은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여전히 명화가 주는 여러가지 의미와 담긴 가치를 알 수 있는 시간은 유용했고 즐거웠다.

이와 비슷한 책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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