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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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말 그대로 ‘잔혹극’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 가족이 몰살당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이 책을 간추려 말하기는 쉽다

다른 거 없다

글을 모르는 유니스가 그 사실을 숨기려다가 오해가 쌓여 자신이 일하고 있는 집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게 되는 이야기니까. 여기에 조앤의 광기가 살짝 더해진다.

그 죽음은 유니스도 생각지 못했던 만큼 우발적인 상황일 뿐이었다.

하지만 <활자 잔혹극>은 그게 다가 아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아무것도 아니었을 단순한 사건에 푹 빠지게 된다.

유니스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단 한 문장만 말했다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유니스의 이야기는 그 한 문장을 숨김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듯 사건이 만들어지고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글을 이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이미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고 있음에도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유니스와 공범이 되어버린 조앤. 그녀들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숨기려했던 범행이 어떻게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결론.

그녀들은 아무것도 안했다

그래서 그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숨기려고만 했기에 모든 사건이 벌어졌고, 또한 그녀들의 범행이라는 것이 어이없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어.. 참... 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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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안녕한 여름 - 서른, 북유럽, 45 Days 그리고 돌아오다
홍시야 지음 / 소모(SOMO)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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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5일동안 ‘북유럽’이라고 한정지었지만 그냥 ‘유럽’을 여행한 기록이다. 내게 있어 북유럽은 세 나라뿐이니까.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이 책에는 핀란드만 있다. 그 외에


핀란드 카모메 식당, 코펜하겐 스톡홀름, 바르셀로나, 파리, 벨기에, 크롤뢰 뮐러 뮤지엄,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러니 그냥 유럽 여행 에세이라고나 할까.

아,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이 책을 도대체 뭐라고 구분해야 할까.

글이 짧다. 글보다는 사진이 많다. 여행의 기록 뒤에는 드로잉한 풍경도 담겨 있다.

글, 사진, 그림.

그렇지만 의외로 정보는 적다. 그러니 가이드북은 아니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읽을거리보다는 그냥 볼거리위주이다. 사진집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해서 다 읽는데 채 한 시간도 안 걸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뭐랄까 그물처럼 숭숭 뚫려 있어 내 마음도 숭숭 허해진다. 이렇게 좋은 곳에 갔는데, 할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었나? 의문도 든다.

뭐,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 다른 법이겠지만.

또한 좋아하는 여행책의 종류도 다 다르겠지만, 난 좀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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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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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게 있어 ‘백영옥’ 하면 반사작용처럼 튀어 나오는 작품은 <스타일>이다.

그러고보니 다른 책을 읽지 않았구나.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스타일>은 드라마로도 제작될 만큼 꽤 괜찮은 작품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맘엔 안들었다.

그 시절 한창 유행하던 칙릿 소설의 대표 주자격이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너무도 비슷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그 때부터였을까. 백영옥 작가하면 ‘가볍다’란 선입견같은 것이 생겼다. 물론 그런 평가는 압구정 혹은 청담동에 대한 내용이 담긴 소설을 쓰는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긴 제목의 책이다.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뭔가 많이 변했다.

마치 작가 스스로도 큰 아픔을 겪고 난 것처럼, 깊어지고 넓어졌다


“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게 진짜 위로야. 무릎이 깨졌으면 당장 쓰리고 아프더라도 과산화수소수를 퍼붓고 빨간약부터 발라주는 게 위로라고. 정말 용기있는 사람만이 진짜 위로를 할 수 있어. ”


미도는 그 때의 두려움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나보다 약한 존재를 책임지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고 만다. 준비하지 않은 채 맞이하는 첫 번째 생리처럼 낯선 통증을 느끼면서.


아마 이런 문장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야기 속에서 발견되는 짧은 몇 개의 문장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왠지 앞으로의 작품들에 대한 기대 또한 생겨 버렸다.

K-pop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자주 하는 말처럼 ‘다음 무대가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다음엔 어떤 작품일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내용을 펼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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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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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상하게 이런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사실 요즘은 빌려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내 주변의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혹은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가보다, 세상은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꿈이 있는,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라고 노골적인 격려를 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이런 저런 이유를 찾아본다.

여하튼 그렇게 빌려본 책들에서 정작 내가 더 많이 감동하고, 공감하고, 힘을 얻는 것 같다.


p22 그래서 꿈을 말하기 전에 일단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어. 그 꿈이라는 놈이 실은 치열한 생활을 방해하는 훼방꾼은 아닌지, 고단한 자네의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핑계는 아닌지.


p94 당신의 삶은 가치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수 있는, 당신은 가치 있다. 당신의 사명에 다가가며 남을 돕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당신은 가치 있다. 좀더 완성된 자신을 위해 조금씩 배우고 경험해가는, 당신은 가치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p134 일본의 만화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 '돈이 되지 않더라도 나만 만족하면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현실에 잘 착지시킬 수 없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뜬구름 같은 덧없는 꿈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 내 재능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현실로 다가온다." 고 말했다


p247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눈'에 민감하다.

아니 외국에서는 별로 타인에게 신경쓰지 않다가도 우리나라에만 돌아오면 도로 예민해진다. 최인철 교수 "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p248 남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맞추려고 혼자 그렇게 안달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그 '남의 눈' 에서 조금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지금 나에게 힘내라고 주는 조언처럼 다가온다. 아마 나역시 노골적인 격려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원했었던가 보다.

아직도 어른아이로 살고 있는가.

다시한번 진지하게 내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서 답을 구해야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도 참 좋다. 세간의 논란이야, 다른 사람의 평이야 모르겠고, 나는 참 좋다. 다만 두 번째, 비슷한 스타일의 책이라 그랬는지 뒤로 갈수록 조금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면 세 번째는 아예 못 읽어내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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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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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포양

책의 원제목이다

에어포트를 일본식 발음으로 줄여 써서 공항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 나리타공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엔도와 그 동료들의 이야기이다.

꽤 자세히 공항에서의 일을 적었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작가가 공항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었다.


여행을 떠나려는 고객은 꼭 출발시켜드리는 것이 공항의 임무며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는 엔도. 그런 엔도에게는 그 마음을 이해해주며 따르는 사원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다양한 공항의 손님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이나 예기치 못했던 사건, 사고가 엔도의 앞을 가로 막는다. 그 중 한가지, 나의 예상을 빗나갔던 부분은 모든 사람이 꼭 출발하기 위해 공항을 찾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 이런 그럼 대체 무슨 이유로 공항을 찾아왔던 것일까.

꼭 출발시키고자 하는 엔도와 떠날 필요가 없었던 손님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 참 흥미로웠다. 그 외에 참으로 담담하고 진지하게 공항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과하지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다. 아무래도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볼 기회가 많지 않았었기 때문에라도 더욱 흥미로웠고,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한직에 속하는 공항인지라 조금은 불안해했던 곳에 점점 정을 붙여가고 책임감을 느끼는 엔도 역시 변화되어 간다.


사람이 만들어낸 기적, 예술과도 같은 장치, 공항은 그 예술의 일부다. 그리고 예술은 우연히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 매일 반복되는 저런 끊임없는 노력이 이 예술을 완성시킨다. 그것이 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p168)


세상 어느 곳에 있던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한 사람에게 치유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이 서 있는 장소마저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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