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유나 린나 스릴러
라르스 케플레르 지음, 이정민 옮김 / 오후세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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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는 오늘도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

어린아이든 청년이든 혹은 결혼한 사람이든 가리지않고 하루에도 수십명 이상이 아무런 이유도 없고 말도 없이 사라지는데 대부분의 실종은 수시간 혹은 수일내로 해결을 보지만 문제는 수십명 가운데 몇몇은 돌아오지않을뿐 아니라 자발적인 실종이 아닌 범죄에 연루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애가 타는 실종자 가족의 신고와 조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관계자들은 그들이 미성년자이면 가출을 의심하고 성년일 경우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초기 수사의 중요성을 놓쳐 잡을수 있는 범인의 흔적을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한다.뭐...인력의 부족을 내세우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이 책 `샌드맨`은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증발하듯 사라진 사람들과 그 범인을 쫏는 형사 `유나 린나 시리즈`의 하나이다.

 

 

 

철로 위를 피를 흘리며 걷는 한 청년

그를 발견한 기관사의 신고로 병원으로 후송된 그 청년의 정체는 놀랍게도 13년전 어느날 갑자기 동생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미 7년전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남자였다.

그의 증언으로 여동생이 아직 살아있으며 그의 상태로 보아 여동생 역시 빠른 시일내에 찾지못하면 생존을 장담할수 없는 상태이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잡혀있던 곳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할뿐 아니라 자신들을 잡아 가둔 사람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그에게선 더 이상의 정보를 구할수 없고 그녀의 행방을 알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임을 깨닫는다.그는 바로 현재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최악의 연쇄 살인범인 유레크라 불리우는 남자

그가 저지른 수많은 살인과 납치에 그들 남매 역시 희생되었음을 깨닫고 그로부터 동생이 있는곳을 알기 위해 유나 린나팀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미 범인은 밝혀져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마치 한니발 렉터처럼 갇혀지내고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그 누구와도 말할수 없이 13년째 가둬져 있고 매일매일 감시를 받고 있는 남자가 범인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상당히 대담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가 뭔가를 도모하기엔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스릴러의 특성상 조여들어오는 공포와 스릴을 느끼기도 힘들거라는 예상을 하기 때문인데...그래서 작가는 그를 마치 속삭이는 자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의 공포를 건드릴줄 알고 진실과 약간의 거짓으로 사람들의 내면을 파고들어 한순간에 의심을 심어놓는 독약같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독방을 감시하는 사람들에겐 그와 한마디도 나누지 말고 절대로 그와 상대하지 말라는 규약을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그의 능력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고 감시자들로 하여금 규칙의 위반을 유혹하는 미끼로 쓰고 있으며 유레크라는 남자의 신비감을 돋우는 역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오래전 사라졌다 나타난 청년은 자신이 왜 갇혀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자신을 가둔 사람의 모습은 커녕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어본적 없이 그저 그에게선 늘 모래냄새가 나고 모래로 그들을 잠재운다는 엉뚱한 설명만 하고 있어 더욱 범인의 범행동기에 호기심을 돋울뿐 아니라 범인의 미스터리함을 부각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유레크와 유나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심리전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가 돋보이는 책이었다.그리고 사람들이 어떤걸 가장 두려워하고 어떤걸 건드려야 가장 취약한지를 잘 아는 사람이 쓴 글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죽어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 라고 쓰여진 카피의 문구를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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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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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뭔가 맺고 끊는 느낌이 든다.

장례식 따윈 필요없다는 부정적이고 강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 책은 우리에게 다소 익숙하지않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온 스릴러이며 주인공의 직업이 기존의 형사나 탐정이 아닌 장의사이고 더군다나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도 특색있게 느껴진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여성이 주인공이고 피가 흐르는 잔혹한 복수극이지만 분노가 불처럼 들끓는게 아닌 차가운 얼음같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중 하나다.

400여페이지 남짓한 그다지 두껍지않은 내용에다 문체 또한 긴 문장의 연결이나 대화체위주가 아닌 단어 위주의 짧은 문장으로 이뤄져있어 그 건조함이 더욱 강조되고 조금만 방심해서 읽다간 자칫 문장의 흐름을 놓칠수 있어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매력있는 글이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입양된 양부모로부터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고 자란 블룸

그녀가 양부모를 죽인 날 처음 만난 남자가 바로 그녀로 하여금 사랑을 처음 느끼게 해주고 영원한 행복을 꿈꾸게 한 마르크지만 그와 그녀의 행복은 마르크가 자동차 사고로 죽으면서 모든게 끝나버렸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블룸은 마르크의 핸드폰에 녹음 된 내용을 듣고 그 녹음된 내용속의 여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그리고 그녀 둔야를 만나면서 남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그가 하던 수사로 인한 타살임을 믿고 분노하는데...

 

인간 모두의 내면에는 악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기재와 오랜 교육의 효과로 자제하게 되고 인내하면서 사회적 동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누군가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면 깊숙히 잠들어 있는 악의는 어떤 순간에 나타나는 가? 그 선택의 경계는 어디일까?

내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사회 통념상 용서받지못할 나쁜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르고 그 어떤 처벌을 받을 일도 없다면?

내재된 은밀한 욕망을 풀어 내는 사람도 있지않을까? 아마도 경계를 넘는 순간이란 이렇게 은밀하게 다가오지않을까 싶다.

이 책 장례식을 필요없다에서는 그런 경계를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것 같다.

얼핏보면 평범하기 그지없거나 오히려 선한 얼굴과 호감가는 얼굴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남부러울것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 같은 인간에게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줄곧 의문을 가지게 했다.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을수 없고 심지어는 그들이 죽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수 있는 사람들

둔야 역시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누구도 찾지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인간이 생각할수 있는 모든 짓을 아무런 꺼리낌없이 했고 죄책감따윈 손톱만큼도 가지지않았던것 같은데 둔야에게서 지금 유럽의 현모습을 보는것 같다.

부유한 나라로 속속들이 모여드는 가난한 나라의 힘없는 사람들...그런 사람들을 노리는 건 단지 범죄집단만이 아니라 평범한 얼굴로 내면의 악을 숨긴 채 친절을 가장한 보통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님을 알수 있다.

남편을 죽인 사람들을 향한 그녀 블룸의 복수는 절절 끓는 분노가 아닌 냉정한 얼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녀의 직업과 더 매치가 잘 되는것 같고 오히려 그녀의 절망과 분노가 잘 표현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종일관 마치 혼자서 독백하듯 고백하듯 짧은 문장과 단어의 연결로 된 문체가 처음엔 익숙하지않았지만 점차 익숙해질수록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첫작품...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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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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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주변의 아는 분 혹은 그 친구분 등등 생각도 못한 사람의 부음을 접할때가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분들의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한창 젊은 나이에 죽음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늘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다소 상투적인 말들을 하곤 하지만 평소엔 죽음을 나완 상관없는 걸로 여기다 이렇게 주변에서 갑작스런 죽음이 들려오면 화들짝 놀라며 나도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걸 알지만 그 죽음이 바로 코앞에 닥쳤다는걸 미리 알고 있는게 좋을까? 아님 어느날 갑자기 벼락 맞듯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준비없는 죽음을 맞는게 좋을까?

이 책 `비포 아이 고`는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음을 알게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그것도 가장 죽음과 멀리 있다는 20대의 젊은 여자

죽음을 앞둔 여자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책을 읽기전에 선입견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단 불리하게 시작하지만 사랑하는 남녀의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한다면...올여름 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읽어도 좋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기농 채소만 먹고 건강 스무디를 마시며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데이지는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면이 있고 모든걸 미리미리 준비해서 메모를 남기는 20대의 젊은 유부녀이다.이런 데이지와 조금은 다른 남편 잭은 자신이 공부하는 수의학에선 빛나는 남자이지만 늘 양말을 침대맡에 버려두고 캔스프마저 제대로 데우는 것도 모르는...일상생활에선 옆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서로 모든것이 다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데이지와 잭에게 불행한 소식이 전해진다.바로 데이지의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이번엔 더 이상 남아있는 나날이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데이지와 잭은 혼란스러워하고 특히 데이지는 자신이 가고 난 후 잭을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죽음과 가장 멀리있다 여겨지는 20대의 데이지가 갑작스런 시한부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처음엔 믿을수 없어하고  분노하면서 모든걸 부정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이 무겁지 않게 그려져있고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과잉이나 지나친 신파로 흘러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쪽으로 흐르지않아 읽기에 부담스럽지않았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후 그녀가 자신의 남편인 잭을 위해 새로운 아내를 찾아나서는 모습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엉뚱하게 흐른다고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자신의 죽음후 홀로 남겨지게 될 사랑하는 남자 잭을 걱정해서라는 걸 알기에 어느 정도는 그녀의 심경이 이해가 갔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깨닫게 되는 데이지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걸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마침내 데이지가 자신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평온해지는 과정이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않아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다만 데이지의 심경변화에 주로 초점을 맞추다보니 잭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되지않은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여름밤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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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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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유행했던 만화가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이라고...만화가 엄청난 히트를 치자 그 시놉그대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당대의 명감독지휘아래 만들어진 그 영화는 여주인공의 미스캐스팅으로 말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영화의 히트여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어쨋든 이 만화의 시놉이란게 상당히 파격적이었었는데...야구계의 아웃사이더 즉 부상자나 그밖의 이유로 제대로 된 구단에서 야구를 못하는 사람들인 루저들만 모아 구단을 만들고 그 아웃사이더들이 야구계의 엘리트 집단을 다 이겨 먹는다는 그런 이야기에다 한 여자를 향한 지고 지순한 사랑이야기까지 가미가 되고 주인공 설까치의 매력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만화였다.

소설 아파치를 읽으면서 맨먼저 떠오른게 이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면 아파치에 대해 조금은 눈치를 챌 수 있을것이다.

나같은 여자들에게 아파치 하면 떠오르는게 일단 군대나 특수부대, 비밀 무기 혹은 인디언 같은 남성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듯이 이 책 역시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같이 상당히 하드보일드하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지극히 남성적인 스타일의 책이다.그래서 재미가 없었냐하면...잔인하지만 스릴넘치고 박진감이 흘러 한 편의 액션 느와르 영화를 본 듯 흥미진진했다

이 책이 작가 로렌조 카르카테라의 첫 소설이라는 설명을 보고...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헐리우드의 잘나가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선택을 받을만하지않았나 싶을 정도로 영화적 요소가 상당히 가미가 된 소설이었다.

 

 

 

경찰로 잘 나가던 6명의 남여가 각각의 사연으로 커리어의 절정 일 즈음에 사고를 당하고 경찰조직에서 은퇴한 후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같은 처지였던 부머로부터 부름을 받게 된다.

친구의 어린 딸 제니퍼가 갑작스런 납치를 당하게 되고 친구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부머는 제니퍼를 찾아 다니면서 갑작스런 은퇴후 잃어버린 삶의 활기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게 되고 이 과정중에 어린 소녀들과 아기를 범죄에 이용하는 무리들의 파렴치함과 잔인함을 목도한 그는 그 조직을 깨부수기로 결심, 자신과 뜻을 같이 할 동지들을 모아 팀을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 진 팀이 바로...아파치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고 할수 있다.

아파치 팀의 팀원들이 잘나가던 경찰에서 원하지 않는 은퇴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과 이들이 뜻을 모아 한 팀으로 활약하는 부분

각자의 사연들이 상당히 고통스럽고 아픈 사연들이 많지만 건조한 문체로 사실만을 직시하고 있어 약간의 동정도 원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피디한 전개와 맞물려 한 편의 블록버스터영화를 보는듯 하다.

범죄조직의 잔인하기 그지없는 범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데다 죄책감이나 약간의 망설임따윈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악의를 느낄수 있어 섬뜩함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주인공들 마저 우리가 흔히 아는 선한 존재가 아니고 거침없이 총을 쏘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악당과 한끗 차이나는 캐릭터라는 설정도 참신하지만 그들이 모여서 팀을 이룬 의미마저도 정의 사회구현이나 악의 무리를 쳐부셔 사회공헌에 이바지하겠다는 거창한 기존의 슈퍼 영웅들과 달리 그저 자신들의 에고를 만족하기 위함이라니...이 얼마나 쿨 한 설정인가~

판에 박히지않은 캐릭터,스피디한 전개,의외의 결말...

하드보일드 액션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할 책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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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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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장수하는게 신기하지않은 세상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흔하게 보이는게 노인들의 모습이고 메스컴이나 재테크관련 강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하는게 100세 시대 어떻게 잘 살것인가를 화두로 내세우는걸 보면 장수는 이젠 필연이고 운명이다.

평소 가슴 따뜻한 이야기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미우라 시온이 이번엔 70대의 두 노인콤비를 내세웠는데 생각했던것만큼 칙칙하거나 무겁고 부담스러운 게 아닌...노인이라는 설정을 겆어내고 보면 그저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와 별다를바 없음을 알수 있다.

젊은 사람만이 주인공으로 내세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올것 같다.

그리고 이제껏 노인을 상대로 한 이야기는 기껏해야 주인공의 윗대를 설명할때의 양념같은 존재이거나 혹은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의 비참한 말로 같은걸 설명할때의 모습이 전부였는데 이 책의 주인공 마사와 겐처럼 젊은 사람과 생각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별다른 차이가 없이 그저 나이를 먹었을뿐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책이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이먹었지만 그것 나름대로 귀여운 두 남자 마사와 겐 이야기

 

 

두 강이 만나 삼각지를 이룬 오래된 마을 Y동네에서 나고 자라 거의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마사와 겐

전후 어려운 나라경제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는 긍지를 가진 구니마사는 대학을 나와 은행에서 퇴직할때까지 한눈을 판 적도 없이 성실하게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렸지만 아내는 딸아이집으로 간 지 1년이 넘고 늙으막에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왠지 억울하다 생각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도 못나왔지만 쓰마미 세공으로 평생을 설렁설렁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겐지로

얼핏보기에도 상반되는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사람이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과 아끼는 마음엔 차이가 없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걸핏하면 서로 싸우고 삐치는 귀여운 두 남자와 철없이 막나가던 시기를 지나 개과천선해서 겐으로부터 쓰마미 간자시세공을 전수받으려는 뎃페의 좌충우돌 귀여운 일화들

 

귀엽기까지한 두 늙은 남자와 새파랗게 젊어 실수 연발인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마사와 겐

연작형태의 소설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그저 두 사람의 나이가 많다는 걸 빼면 젊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책과 차이점이 그다지 없다.

이 두사람을 보면 나이들어서 반드시 필요한게 돈과 즐길수 있을 취미나 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알아줄 친구라는 존재도 필요함을 알수 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겐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생각해왔던 마사가 홀로 남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제자가 있고 그 제자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겐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모습이 줄 곳 잘 그려져있다.젊었을때부터 순탄한 삶을 걸어왔던 자신이 말년에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겐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늘 즐겁게 살고 있는듯 보이는 겐을 부러워하는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우정이란 것이 오래 유지될려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처지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해야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사의 고민과 우울함이 겐과의 우정과는 별개로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 3자의 눈으로 봐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던 마사와 장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그 밖의 문제에선 설렁설렁하며 아내도 자식도 없이 홀로 남은 겐 두사람을 비교하면 마사가 훨씬 모범답안 같은 삶을 살았다고 손들어 줄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름을 알수 있다.

아내와 자식을 먹여살리긴했지만 그들을 보듬어주고 가족간의 유대를 쌓는데는 실패해 소통에 문제를 가지게 된 마사와 가족간의 균열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 와닿는 부분이고 우리시대의 아버지상과 비슷한 마사의 억울함도 일견 이해가 간다.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데 도대체 왜? 라는 마사의 고민은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모든일에 설렁설렁한듯한 겐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실수를 용납하지않는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겐이라는 인물이 마사가 보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다름을 알수 있다.그런면을 마사 역시 인정하고 있고...

이렇게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라 늘상 의견 대립이 있고 다투며 삐치기도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애정이 있기에 두 사람의 다툼은 날을 세운듯한 모습이 아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70대의 노인들도 우리와 별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란걸 새삼 깨닫는다.

싸우고 화내고 삐치고 그리고 화해하기도 하고...

노인이란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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