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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있는 여름별장 ㅣ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고 조용한곳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런 일련의 사건은 평화로운 그곳의 경치와 극적인 대비를 이뤄 그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릴러에는 대부분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준후 사소하고 작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해서 어느 한순간 그 평화로움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평화로움과 평화가 무너진 이후의 간격이 크고 대비가 분명할수록 관객에게 와닿는
두려움은 더 크고 그런 대비를 잘 살린 영화를 스릴러의 명작으로 꼽는다.
물론 이런 점은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스릴러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평화로움속에 숨은 공포라니...생각만해도 오싹해진다.
몇년전인가 `디너`라는 작품을 통해 지식인이며 교양있는 모습을 한 부부지만 자식이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내 아이가
그럴리 없다는 부정을 하고 상대 피해자가 노숙자라는 걸 들어 아이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건을 은폐할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페턴을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있는 부모와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의견대립을 보여줬던 문제적 작품을
쓴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 `헤르만 코흐`가 이번에도 역시 평온해보이는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그 이면에 흐르는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책 `풀이 있는 여름 별장`이다.
마음속 깊은곳에 환자의 육체에 대한 혐오감과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 마르크는 남들이 다 인정하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이쁜 두 딸아이를 가진 유부남이자 늘 진료실에 환자가 대기하는 일명 잘나가는 의사였다.
그의 환자중 유명한 연극배우 랄프가 진료실을 찾아오면서 그의 아내 유디트에게 흑심을 품게 된 마르크는 그들의 여름 휴가를 랄프와 유디트가
있는 별장 근처로 정하고 의도적인 만남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들의 여름 별장으로 초대되면서 이 모든 악몽은 시작되는데...
여름의 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잘나가는 지도층이자 부유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여름 휴가는 넉넉하고 여유로우며 휴가의 본질인 먹고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지만 갓 10대를 벗어난듯한 여자와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는 중년의 감독이나 유명배우이자 여자에게
호색한같은 시선을 보내고 추파를 던지는 남편과 늘 남자들의 시선을 받고자 노력하는 아내,그리고 냉정한 시선으로 이들을 관찰하면서도 약간의 기회만
있으면 남의 아내를 어찌해보고자 하는 남자 마르크의 모습은 자칫 코메디같이 느껴지지만 이들의 위선은 교묘하고 공고해서 좀체 그들의 본모습이
들어날 기회를 주지않는다.
그저 주변을 기웃거리며 변죽만 울려대는 그들의 고요한 일상의 전개가 중간까지 이어져 자칫 늘어진다 생각할 즈음에 마침내 그 평화를 깨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용하지만 위선으로 가득찬 그들의 일상은 누가 범인일지 찾아가는 미스터리적 형식을 띠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르크 가족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은 스스로를 냉정하고 이성적이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조롱하듯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마르크의 위선과
오만을 깨는 계기가 되는데 이후 그가 한 선택을 보면 복수라는 원초적인 감정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그가 가진 재산같은 거와 상관없는 인간
본성에 가장 가까운 행위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게다가 이후 밝혀진 진실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가책이나 망설임따윈 없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모습은 위선적이고 추악함을 넘어 인간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 그의 모습이 우리주변에서 항상 나쁜일은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않기에 새삼 놀랍거나
하지는 않다.그리고 그의 일련의 행동을 보며 나 역시 그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걸 보면 나 역시 그와 다르지않은 인간임을 깨닫는다.
결국 인간은 자기 본위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이기적인 동물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