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귀환

시인의 계곡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내가 돌아왔다!!

8년전 그를 믿었던 사람들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고 유유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던 연쇄살인마 시인이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에게 총을 쏴서 어둠속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던 FBI요원 레이철 월링에게 나를 잡아보라는듯 GPS좌표로 자신의 살인현장을 당당히 공개하고 나선 시인

그가 가리킨 그곳은 사막 한가운데에 자리한 유골의 도시나 다름없었다.

끝없이 나오는 유골들을 발굴하는 현장에 지금은 경찰에서도 물러나 사립탐정일을 하던 해리가 들이닥치고 언론을 비롯해 내부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곤 시인의 귀환을 숨기고 있었던 FBI는 크게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온 이유를 캐묻는 과정에서 한때 동료로 여기던 전직 FBI요원이자 프로파일러였던 테리 매컬럽의 의심스런 죽음과 그들이 조사하던 시인 사이에 접점이 있었음을 눈치 챈 해리는 그들 보다 한발짝 앞서서 뒤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8년전 그의 행적에는 그를 의심하는 사람이 없어 마음껏 살인을 저지르고도 완벽하게 마무리짓고 유유자적하게 나올수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않는 해리에게 덜미를 잡힌 이상 그가 숨을곳은 더 이상 없었고 생각보다 빠른 추격에 놀라 당황하기 시작한 시인은 아주 작은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런 작은 실수조차 놓치지않는 우리의 형사 해리는 끝내 그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대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들의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에 숨을 참게 된다.

사람들의 심리에도 탁월하고 범죄자를 쫓는 연방요원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들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통달해 있는 시인에게는 FBI를 따돌리고 그들을 비웃는 일따윈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자신에게 총을 쏘았던 레이첼를 통해 단서를 남기는 오만만함을 보이지만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수사하는 해리에게는 통하지않았다는게 시인의 불운이었다.

 해리보슈 시리즈와는 별도의 작품인 `시인`에서와 달리 이번 `시인의 계곡`에서는 시인이 주인공이 아닌 해리보슈가 주인공이라 그가 어떻게 작은 단서를 가지고 그에게 접근해서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지... FBI와는 어떤점이 달라서 전에는 검거에 실패했던것이 이번에는 성공할수 있었는지 그 차이점을 보는것도 흥미로웠다. 

전보다 더 강력해지고 악랄해져서 돌아왔지만 역시 정체를 모르고 그의 행적을 쫓아가던 `시인`에서보다는 다소 그의 강렬함이 줄어든것도 사실이고 왠지 비범했던 모습에서 그냥 일반적인 연쇄살인마의 모습으로 추락한듯한 그의 모습이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다.

좀 더 많은 시체가 뒹굴고 더 치밀해진듯하지만 자살로 위장한 사람의 유서에 에드가 앨런 포의 싯구를 한 구절 남겨두는... 어딘지 죽음의 시인스러운 멋은 잃었달까?

시인의 연작으로 보면 좀 아쉽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의 하나로 본다면 만족할만한 작품이었다.

난쟁이가 사는 저택

난쟁이가 사는 저택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온사방은 좀비로 가득차고 나와 아버지는 병원건물에 갇혀 지낸지 1년

병원내부에서조차 좀비들이 돌아다녀 마음편히 쉬질 못하지만 어디에서도 도움받을길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마저 좀비가 되고 삶의 의욕마저 꺽이던 날 우연히 자신이 있는 병원 내부로 좀비에게 쫓기던 다른 생존자가 도움을 청하며 합류하게 된다.

생존자 중 한사람은 자신이 원래 근무하던 병원원장의 아들로 평소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위에서 군림하며 폭력도 서슴치않고 행하던 사람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해 호감을 가졌던 여자였다.

이들은 도움을 받았을 당시 잠깐 고마움을 표하지만 이내 세상이 바뀌기전과 다름없는 행태로 힘이 없고 약한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며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몰염치한 면모를 서슴없이 보이고 있다.

그들의 이런 염치없는 행동은 이후 나의 변심에 타당성을 부여해준다.

바깥과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 좀비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가 식량을 구해올수있는 사람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뿐이라는걸 자각하게 된 나는 점차 이런점을 이용해 생존자들 사이에서 군림하게 되고 비록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식량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왜소증남자에게 모든걸 맡기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생존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의심과 불신의 싹이 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몇해전 좀비라면 질색하던 내가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있다.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옥상으로 가는 길,좀비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좀비를 소재로 해서 단순히 좀비에게 쫓기는 모습이 아닌 사회고발을 하고 환경문제같은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좀비문학은 B급이라는 인식을 조금 바뀌게 해 주었고 제2회 ZA문학 공모전 수상작이었던 만큼 작품완성도도 높았던 책이었다.

그 4편의 단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것중 하나가 바로 `옥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 책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그 단편의 확장버젼이라 할수 있다.

보이는 곳 모두 좀비에게 점령당하다시피하고 생존자는 얼마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 얼마 남지않은 생존자 사이에서도 서로 우위에 서고 싶어 싸움을 하고 누구에게 잘 보이면 좀 더 나을까 궁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지않을 수 없지만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솔직히 나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않을거라는 걸 알기에 맘놓고 욕을 할수도 없다.

2명만 남아도 서열을 나눈다는 인간의 속성은 여차하면 모두가 좀비에게 먹힐 상황임에도 다툼을 멈추지않고 서로를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좀비가 들끓는 곳으로 가차없이 내보낼뿐 아니라 눈앞에서 좀비에게 먹혀도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보호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흉기마저 휘두르는 극단적인 잔인성과 이기심을 보여주고 있는

이곳은 이미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 할수 없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들 하는데 이곳 병원건물에 모인 생존자들은 겉은 인간의 형상이지만 이미 인간임을 포기한...바깥에서 이성은 없고 오로지 먹을것에만 반응하고 찾아 다니는 좀비와 다르지않다

사회에서 늘 편견과 부당한 시선에 시달리던 왜소증 남자가 모든것이 바뀐 세상에서 자신의 작은 몸을 이용해 힘이 주는 권력의 맛을 알고 날아올랐다 추락해가는 과정을 잔혹하게 그리고 있는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좀비로 가득 찬 바깥도 무섭지만 언제 내 뒤에서 칼을 들이밀지 모르는 인간이라는 동족들이 모여있는 내부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아니  그저 본능에 충실한 좀비보다 이성이 존재하는 인간들이 모여있는 이곳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 곳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길 위의 소녀들

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길은 늘 어디로든 갈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지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으로 유명한 프로스트의 시도 있듯이 길이란 우리로 하여금 늘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어디로도 갈수 있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머물수도 있지만 모든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여기 길위에서 어디로 갈지 선택을 해야하는 두 소녀가 있다.

한명은 모두에게 천재라 불리우는 소녀 루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오갈데 없어 길위에서 생활하며 스스로를 부정하는 이름인 노 라고 불리우는 노숙자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환경의 두 소녀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 어떤 접점도 없는 두 소녀가 만나게 된건 루가 선택한 과제를 하기 위해서였고 그 과제를 위해 노를 인터뷰하면서 루는 아무것도 가진것 없어 떠도는 노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겉으로는 중상층 집안의 외동딸로 남부러울것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부터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하나뿐인 딸에게 어떤 관심도 보이지않는 엄마와 그런 엄마로 인해 웃음을 잃은 텅빈 집안은 늘 루에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학교생활 역시 학습진도는 빠르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미성숙상태라 교우관계 역시 평탄치않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겉돌고만 있다.

어디에서도 편안하지 못한 자신과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노는 비록 다른 환경에 있지만 닮아있음을 느끼고 동질감을 가지게 되는 루는 노가 스스로 자립할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게 된다.

노가 성공적으로 자립하는 걸 지켜보고자 하지만 처음의 평탄했던 출발과 달리 이내 흔들리기 시작하는 노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루의 모습은 마치 벼랑끝에 내몰린 사람처럼 절박하기 그지없다.

노의 실패가 마치 자신의 실패처럼 여겨진 루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불안하게 보인다.

어느순간부터 자신과 노를 동일시하게 된 루는 자신을 도와 루를 보살펴주던 친구 뤼카마저 끝내 루를 외면함으로써 더 이상은 어디에서도 자신들을 봐주지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되고 흔들리고 있는 노를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은 자신을 돌아봐주지않는 엄마에 대한 불만과 외로움을 폭발하게 만들어 루로 하여금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때는 노숙자에다 술과 약에 쩔어서 살며 벗어나고자하는 의지가 약해보이는 노 라는 소녀는 친구로 삼기엔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루에게는 어디에도 마음 둘곳 없는 자신을 필요로하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하나뿐 인 친구였기에 그녀를 놓을수 없고 약간의 도움과 사랑 그리고 믿음만 있다면 언제든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기다려주지않고 외면해버리는 가족에게 더욱 실망하게 되고 마치 자신이 외면당한듯한 느낌마저 갖게된다.오랫동안 혼자만의 슬픔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지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까지 겹쳐서...

결국 어떤 길을 갈지 말지 혹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지 그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노 가 그런 선택을 한 것도 그런 노의 선택을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라는 걸...

루 라는 소녀가 노 라는 소녀를 만나 조금은 성숙해지고 아픈 선택도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

죽음을 건 탈주

라이프 오어 데스 ㅣ 스토리콜렉터 50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출감을 하루 앞둔 죄수가 탈옥했다.

도대체 왜?

하루만...딱 하루만 기다리면 정문으로 나갈수 있는데 도대체 그는 왜 이런 위험하고 무지한 선택을 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이다.

그의 이름은 오디 파머

현금수송차를 덮쳐 700만달러라는 거금을 강탈하고 4명의 사망자를 낸 죄목으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그는 감옥에서 그가 숨긴 돈을 노리고 덤벼드는 온갖 죄수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당했지만 살아남은 용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왜 하필 출소를 하루 앞두고 탈옥을 감행해야했을까 하는 의문이 이 책의 가장 핵심 키워드이다.

게다가 그가 탈옥하지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나타난 남자는 그를 체포했던 보안관이자 오디의 머리에 마치 깨진 계란같은 흉터를 남긴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구역도 아닌곳까지 와서 그를 뒤쫓는 행보는 자못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런때 오디를 쫓는 또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모스...오디와 같은 감옥에서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낸 감방동기이자 종신형을 언도받은 범죄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이동명령이 떨어지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오디를 찾지못하면 사랑하는 아내를 없애겠다는 위협을 받고 졸지에 오디 추격에 나서게 된다.

그를 뒤쫓는 사람들중에는 감옥에 있는 사람도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는 힘을 가진 무시못할 권력자가 있지만 오디에게는 그를 믿고 도와줄 사람이 없어 그가 점점 더 그들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것 같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연방정부를 비롯해서 경찰에다 감방동기까지...여러사람들로부터 추격을 받게 되는 오디

거기다 언론에서는 그를 잔인하기 그지없는 탈옥수처럼 묘사할 뿐 아니라 그를 도왔던 사람중 누군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물론 그 죽음 역시 그의 이름으로 된 죄목으로 추가되어 그의 잔인성을 부각시키는 용도로 이용되 사방에서 그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점점 좁혀들어온다.

그는 과연 이 모든 위협에서 안전하게 탈출할수 있을까 싶을 즈음 그의 사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등장하게 된다.

엄청나게 작은 키에다 여자라는게 핸디캡이지만 이런 모든걸 뛰어넘는 활약으로 당당하게 남성중심의 연방수사국에서 활동하는 데지레는 출소를 하루 앞두고 탈옥을 감행한 그의 이상한 행보에 의심을 가지게 되고 그를 뒤쫓는 수사관 라이언의 수상스런 행동에 주목하게 된다.

모두가 뒤쫏는 가운데 오디가 간 곳은 거금이 숨겨진 장소도 아니고 안전한 곳도 아닌 조용한 마을의 어느 집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집앞에서 한가로이 보드를 타던 한 소년을 만나 마치 일상처럼 대화를 나누고 떠나지만 그녀와 그 소년 모두 그와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다.

혹시 그녀가 그의 옛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은 무너지고 그들이 그를 잡았던 보안관 라이언의 가족임이 밝혀지면서 라이언과 오디와의 관계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어릴적부터 성실하고 영리하고 똑똑했던 오디가 어떻게 이런 범죄자의 길을 걷게 되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지 그의 행보를 보면 그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멀쩡했던 사람도 어느 한순간 마치 운명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질수도 있음을...그리고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한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저 잘못된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음부터 어느정도 짐작했던것처럼 함정에 빠진 오디가 과연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이 모든 위기로부터 어떻게 탈출할수 있을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서 책을 읽는 순간 도저히 손을 놓을수 없게 만든다.

이미 먼저 출간되었던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와는 또다른 매력에 빛나는 `life or death`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속도감있는 스토리진행으로 단숨에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내 이웃집에 연쇄살인마가 산다면?

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이웃집에 살인마가 산다면?

이런 생각만해도 섬뜩한 가정을 소재로 하고있는 `킬러 넥스트 도어`

요즘같이 내가 아닌 사람에 대해 무관심한 세상에서 내 이웃 사람이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 혹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은 그럼에도 옆집사람이 살인마라거나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없을것이다.

그냥 그 사람도 나와 같이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일거라 짐작하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누군가가 옆집 혹은 윗집에서 매일밤 사람을 죽이고 자르고 해체하고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것이다.

사람들의 그런 생각의 헛점을 소재로 한 책이 바로 이 책 `킬러 넥스트 도어`이다.

여기 달랑 여섯명이 사는 허름한 아파트가 있다

그리고 그 아파트에 얼마전까지 살던 아가씨를 대신해 또다른 입주자가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콜레트

그녀는 방세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들어왔지만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한 탓에 그들로부터 쫓기고 있는 도망자신세다.

콜레트외의 다른 입주자들 역시 약간은 정상범위를 벗어난듯한 느낌이다.하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미성년자임이 분명한데 뭘로 방세를 충당하는 지 의심스러운 어린 아가씨 셰릴과 이란에서 와 망명신청을 한 남자,그리고 칠십평생을 이곳에서 산 할머니 베스타에다 아무와도 왕래가 없는것 같은 독신남까지...

이 들중 누군가는 매일밤 자신의 애인이라 칭하는 사체를 소중히 끌어안고 오일을 바르며 관리하면서 보내는 연쇄살인마이다.

그의 이런 행위로 인해 아파트의 오물관 배관이 막히게 되고 지하에 사는 베스타할머니의 부엌이 역류하게 되지만 아파트 관리인이자 주인은 배관수리는 커녕 그저 베스타할머니가 나가 주기를 바라고 아파트를 팔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렇게 서로가 뭔가 비밀을 가지고 서로를 음밀히 지켜보는 가운데 베스타할머니를 쫓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밀려고 할머니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왔던 집주인이 할머니가 휘두르는 후라이팬에 맞아 죽게 되고 경찰을 부를수 없는 사정을 가지고 있던 아파트 내부인들이 모두 공모를 하게 되면서 평화롭게 보이던 일상이 깨어지게 된다.

얼핏보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듯한 사람들이지만 각자가 경찰과 엮이길 꺼려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그 중에는 심각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기에 이들의 은밀한 공모는 성공한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겉으로 봐선 평범한 사람중에 연쇄살인마가 있고 그와 더불어 또다른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그 살인마의 존재가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익명성을 가지고 있는 이웃중에 무서운 살인마가 있다는 설정자체는 흥미롭지만 등장인물이 달랑 6명인데다 심지어 그중 3명은 여자이기에 살인마가 누구인지 너무 쉽게 짐작할수 있어 이것만으로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냐면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고 중간까지는 좀 느슨한듯한 구조이지만 집주인을 숨기는데 주민들이 공모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갑자기 급물살을 맞아 분위기가 바뀌고 확 몰입하게 된다.

다 읽고는 앞으로 돌아가 경찰과 심문하는 과정을 다시 보게 되면서 아하~ 하는 새삼스런 즐거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