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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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상대로 폭행과 성폭행을 일삼았지만 형법상의 문제로 풀려나는 사람들을 찾아 낯선 무기인 아프리카 전통 창

`아세가이`를 이용해 단숨에 처단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토벨라

그 역시 사랑하는 아들을 눈앞에서 강도에 의해 잃어버린 아빠이자 전직 용병출신의 남자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을 죽인 강도들이 너무나 쉽게 탈옥에 성공했을뿐 아니라 다시 잡기 조차 쉽지않은 현실에 분노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신문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부모와 이런저런 이유로 죽거나 학대받은 아동이 많은것을 알고 그들을 처단하는 걸 사명으로 삼게 되면서 형사 베니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악마의 산`은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형사 베니를 비롯해서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첫번째가 범인이자 베니가 잡아야할 아세가이 용사 토벨라,그리고 콜걸이면서 신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된건지를 과거 회상형식으로 들려주는 크리스틴 그리고 주인공 베니 세사람의 관점으로 과거와 현재 시제를 번갈아가며 사건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게 되는지...세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연관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베니는 탁월한 형사였지만 어느순간 술에 잠식당한 채 사명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를 술로 버텨내기 바쁜 알콜 중독자이자 아내에게마저 최후 통보를 받고 집에서 쫓겨난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어 끊임없이 자신이 술을 마시는것에 대한 합리화를 하며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술을 먹으려고 하는 중증 알콜릭이지만 한때 그 역시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자긍심에 불타던 청년이었으나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잡아도 잡아도 줄어들기는 커녕 세포분열하듯이 늘어만 가는 범죄자들에 지치고 고생해서 잡아도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풀려나버리는 지금의 법체계에 대한 깊은 환멸 역시 한몫했다고 볼수 있겠다.

이런 현실에 분노하고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베니 뿐만 아니었다.

그래서 국민들 대다수를 비롯해서 형사팀 내부에서도 힘없고 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자들에게 자신들도 하고싶지만 할수 없었던 개인적인 복수와 처단을 실행하고 있는 토벨라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세력이 생길수 밖에 없고 베니를 비롯해서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팀들은 고전할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렇게 베니와 토벨라는 서로 잡고 잡혀야할 형사와 범죄자의 관계지만 이 들과 전혀 상관없는 콜걸 크리스틴의 역활은 도대체 뭘지 중간까지도 밝혀지지않고 있어 서로 어디에서 어떻게 엮이게 되나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키 의 역활을 하고 있다.

사적 복수에 반대하던 베니와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처단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물색해서 단숨에 끝장내버리는 영웅적인 범인 토벨라는 서로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어느순간 서로 부모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장면을 통해 베니라는 캐릭터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있지않나 생각한다.

술때문에 동료에게 신뢰를 잃고 아내에게도 버림받을 가여운 처지지만 그 역시 자식을 위해 뭐든 할수 있는 부모이고 스스로 자신이 아이들의 부모라는 자각이 있는 이상 끝까지 가지는 않은 타입이랄까?

세계 곳곳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잔혹한 범죄가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고 범죄자 대부분이 부모이거나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위치에 선 사람이라는 통계를 들은적이 있다.

굳이 통계따위 들먹이지않더라도 우리주변에서도 너무나 흔히 발생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잔혹한 폭력과 범죄들...여기에 무지한 사람들의 루머와 미신에 의해서도 아동과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많다는 책 속의 이야기는 정말 믿고 싶지않은 부분이지만 지구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악의적인 보도나 오보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는 피해자가 발생할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망설임없이 나쁜놈을 처단하는 토벨라에게 은근히 지지하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 솔직히 공감도 갔다

두 남자의 쫏고 쫏기는 게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 크리스틴의 이야기가 섞여 참으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완성을 보여준 형사베니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악마의 산`

우리의 베니는 과연 술을 끊고 집으로 돌아갈수 있을지 아님 새로운 삶을 선택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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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 1~3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28
신여리 지음 / 디앤씨북스(D&CBooks)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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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그랬다

춥고 좁은 땅에서 굶주리는 내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더 이상 추위와 굶주림에 헐벗은 사람이 없도록 하겠노라고...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분연히 일어서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또 정복하면서 이 모든것은 오로지 내 백성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여왕 스완 세칼리드 라르칼리아의 꿈이 변절된것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믿었던 남편이자 섭정공이었던 벨바롯트 브류나크와 귀족들의 배신으로 대륙정복을 눈앞에 두고 처형당하고 만 여왕 스완 그리고 그의 곁에서 모든것을 같이 하고 같은 꿈을 꿨던 동생이자 동지였던 페이작 돌레한 라르칼리아는 이 모든것을 보며 피끓는 심정으로 자신들에게 칼을 겨눈 조국 라르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적국 모르가나로 망명한다.그리고 모든 역사가 패자에게 그러하듯이 그들은 역사속에서 잊혀지게 된다.

200년 후

평범한 말 팔이꾼의 딸로 태어났으나 전생을 기억하던 르옌 데투아는 오빠의 죽음과 동생의 참전으로 어쩔수 없이 전쟁에 뛰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운명처럼 전생에 자신의 남편이자 뼈아픈 배신을 했던 벨바롯트와 닮은 현 공작 브류나크공 파시드를 만나게 되고 200년전 무패의 여왕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끝내는 죽음의 길로 인도했던 악마의 요새 올조르의 함락에 도움을 주게 되지만 오히려 간자로 의심을 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올조르의 함락소식은 그녀의 전생의 또다른 인연이었으나 이제는 모르가나의 귀족이자 라르칼리아란 이름과 조국을 버리고 택한 마리포사 페이작과 적으로 조우하게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연과 악연으로 얽혔던 세 남녀가 200년만에 조우하게 되지만 르옌과 페이작은 전생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으나 파시드는 전생을 기억하기는 커녕 이 두사람이 하는 말을 믿지도 않는 상황이라 그녀 르옌에 대해 맹목적인 마음과 믿음을 가진  페이작의 집착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이 알던 여왕에 대한 기록과 역사와 다른 말을 하는 두사람을 믿을수 없어하고 있다.

거기다 이미 조국을 버리고 변절자가 되어 적국의 땅에서 마리포사라는 새로운 가문을 열고 라르크에 엄청난 위협적인 존재가 된 페이작은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조국의 배신을 절대로 용서할수 없을 뿐 아니라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비록 자신에게 날카로운 배신의 아픔을 안긴 조국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르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뜨거운 애정은 결국 서로 날카로운 대립을 하게 한다.

전생에서의 그대로 자신의 유일한 아군이자 누이이며 대륙을 호령하던 영원한 여왕의 모습을 원하는 페이작과는 같이 할수 없기에 그의 맹목적인 믿음은 보답받을수 없고 보답받지 못한 그의 애정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한편 르옌과 함께 전장을 돌아보고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알던 역사속의 마지막 여왕인 라르칼리아에 대한 진실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파시드는 자신도 모르새 조국 라르크에 대한 그녀의 뜨거운 사랑과 그녀의 올곧은 성정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지만 스스로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채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편에 펼쳐질 그 두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한다.

전생을 기억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모습과 과거 처음 전쟁을 일으켰을때의 마음과 달리 전쟁을 위한 전쟁을 하게 된 자신의 과오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인정하고 있는 여자 르옌과 그 전생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마음속에 들끓는 증오와 분노, 복수심을 가지고 변화를 받아들일수 없는 페이작...전생과 무관하게 조금씩 르옌에게 빠져들고 있으나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오로지 국가에 대한 사명과 가문을 이을 장자로서의 책임감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고지식한 남자 파시드의 애정과 애증의 역사가 전쟁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몹시 기대가 된다

세사람의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 면면히 살아있는듯 생동감있고 전쟁속에서 드러나는 뜨거운 전우애와 궁중의 치열한 정치게임...그리고 그 속에서 수줍은듯 피어나는 로맨스가 멋지게 그려지고 있는 `마리포사`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여러나라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어디 한군데 허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이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이다.

자신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며 투쟁하는 애국청년들의 마음도...강대국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외교전쟁을 벌이는 각 국의 치열한 정치도...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모든것을 가진 자들의 가진 오만함을 비롯해서 각 자가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갈등하는 심리묘사가 단순하게 흑백 논리나 평면적인 기술로 묘사되지않아 훨씬 더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어딘가 삐둘어지고 병들어 있는 페이작도 안쓰럽고 너무 많은 생각과 책임,의무를 가지고 있어 무거운 파시드에게도 애정이 간다.

물론 새로 태어난 여왕 스완이자 말 팔이꾼의 딸이기도 한 르옌 역시 매력적이고...

앞으로 그들의 전쟁이 어떻게 될지...페이작은 과연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이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가는 파시드는 어린 정혼녀와 르옌 중에서 과연 누구를 택할지...그저 모든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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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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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를 기다린것은 온통 피로 물든 집안에서 죽어있는 가족들

그 날 이후로 잘나가던 미식축구 선수출신 형사였던 에이머스 데커는 모든것이 무너져버린다.

삶의 의욕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그에게 남은건 주체할수 없이 비대해진 몸과 텅빈 눈 그리고 전직 형사출신 탐정이라는 시덥지않은 직업뿐

이렇게 무의미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그에게 전직 파트너가 찾아와 그에게 폭탄같은 발언을 한다.

자신의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스스로 경찰서로 와 자수 한 남자가 있다는 것...그의 이름은 세바스찬 레오폴드

하지만 데커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다.

이제 그를 직접 만나 도대체 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이런짓을 했는지 물어보려하는 데커

그날 고등학교에서 총기사고가 나고 모든 관심이 그 쪽으로 몰렸을때 경찰서로 침입해 레오폴드를 직접 만나보지만 그는 본 적조차 없는 사람인데 레오폴드는 데커가 자신을 무시해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데커는 절대로!! 결코!! 그를 만난적이 없다고 자신할수 있다

그는...그가 직접 눈으로 본것은 절대로 잊어버릴수 없는...모든것을 기억하는 남자이기때문이다.

 

우연한 사고로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자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데커와 그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남자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리고 있는 `모든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전 세계 1억 1천만 독자로부터 선택받은 초베스트셀러 작품인 만큼 가독성도 뛰어나지만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들은 몰입감이 엄청나다.

자신이 한번이라도 눈으로 보거나 읽은것은 모든것을 기억하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지만 이런 엄청난 능력이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범인만큼은 알수 없다는 것에 남자가 느끼는 분노와 좌절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클수밖에 없고 데커는 그 좌절이 안으로 공격해 들어가 스스로 무너져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모든것을 잃고 무너져 내리던 그를 붙잡은 것이 바로 레오폴드의 출현이었고 레오폴드는 데커에게 있어서 악몽의 시작이자 어쩌면 구원의 손길이었을 수도 있다.

데커는 레오폴드의 증언을 하나하나 말한마디조차 끄집어 내어 복기하면서 혹시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 어떤 증거를 남겼을지 되새기며 범인의 뒤를 쫓아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찾는데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모든것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진 스토리인지 알수 있을 만큼 사건속에 숨어있는 복선과 트릭이 난무한다.그리고 밝혀지는 진상을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된다.도대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를 둔 것일까? 하는...

범인의 발자취를 쫓는 데커 뿐 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범인이 남긴 단서나 증언 혹은 그들의 대화조차도 예사로 넘길수 없다.

그 속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범인의 흔적이나 사건의 진상이 숨어있기때문에 한순간도 책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모든것을 기억하는 남자와 그에 버금가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범인과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볼만 하지만 데커가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끄집어내서 마침내 범인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 그를 찾아내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좋았고 이 불쌍하기 그지없는 남자가 마침내 무기력과 좌절에서 일어서는 과정을 보는것도 좋았다.

한번 본 것은 모든것을 기억한다면 얼핏 생각할땐 넘 좋을것 같았지만...분명 좋은 점도 많겠으나 세월이 가고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고 조금씩 무뎌지는 망각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큰 축복중 하나라는 걸 데커를 통해 알수 있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한편에서 만 본다는건 아깝다고 생각한다.

에이머스 데커는 반드시 시리즈로 나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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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영화와 인권
박태식 지음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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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일을 하는거지?`

`옳은 일이니까요`

 

박태식신부가 영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책제목을 왜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로 정했는지 알것 같다.

우리는 대부분 어떤게 옳고 어떤 일이 옳은일이라는걸 안다.알고는 있지만 그저 행하지않을뿐이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내 일이 아니어서...혹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와 양심을 저버리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우리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을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명단을 넘기지않고 모험을 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인권보호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거창하게 국가권력이나 힘있는 사람으로부터 억압받는 사람들에게만 칭해지는 말처럼 여겨지게 되었는데 박태식신부는 이 책을 통해 인권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하고 무겁기만 한 단어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국가권력이나 거대권력으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이야기도 물론 다루고 있지만 소소한 일상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침해받는 내용도 담겨있어 무겁게만 느껴지던 단어인 인권이라는 단어를 좀 더 친밀하게 느끼게 하고 있다.

마치 옆에서 자근자근 영화를 보고 그 감상을 들려주듯이 영화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속에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 곁들이고 있는듯하달까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의 통근길에서 마주친 운명의 사랑이야기`런치박스`도 달콤하게 들리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잔인하기 그지없는 폭력을 토대로 표현한 `차이나 타운`이나 조금 엉뚱한 조합과 파격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 `미스 리틀 선샤인`도 납득이 가고 설득이 된다.

특히 가족의 사랑이나 가족의 화합에 대한 영화소개가 많고 종교인들의 고발이나 종교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아마도 저자가 지향하는 방향과 연관이 있는건 아닐지 짐작해본다.

특히 어느새 성역이 된 종교집단을 고발하는 영화와 그 영화속에서 비쳐지는 종교집단의 비틀린 양심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의 무리들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는 일반인이 아닌 종교인의 목소리로 스스로 자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끄집어 내어 공론화하기엔 그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중매체나 영화같은 미디어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렇게 반드시 우리가 자각하고 있어야하는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감독에 대한 이야기 혹은 주연상에 대한 이야기같은 것 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편 혹은 여러편의 영화를 통해 친구와 대화하듯이 풀어내고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한데 아쉬운것은...

어느새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봐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것이고

우리도 모르는 새 거대자본의 힘으로 멀티플랙스라는 복합상영관에서 인기있거나 그들 자본과 연관된 영화만 보여주고 있어 저자본 영화나 제3세계 영화같이 일명 돈이 안되는 영화는 구경하기 조차 힘든 시대를 살고 있기에 박태식 신부가 책속에 인용한 영화를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설명을 듣고 시놉이 끌려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지않다는 점에서 직접 영화를 보고 그의 감상과 나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점이 같은지 비교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 점 역시 개인이 보고싶은 영화를 볼수 없는 인권침해의 하나라고 본다면...인권이 얼마나 우리생활에 밀접한 관계인지를 알수 있을듯...

하나하나 따로 읽어도 좋은 영화의 인권 이야기는 두고두고 그가 말하는 영화를 찾아볼때 그의 감상과 비교해서 보면 더 좋지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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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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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모두가 조금씩 힘든상황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입장따윈 모를뿐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기에도 바쁜때 우연한 일로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년 해리와 여동생 톰은 저지대에서 묶인채 잔인하게 난도질당한 흑인여자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마침 소년 해리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경관의 일도 맡고 있을때여서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 사건을 조사하는 아버지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지 50년이 지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인을 인간이하의 그 무엇으로 취급할뿐 아니라 흑인이 백인을 대상으로 저지른짓에는 재판따윈 필요없이 즉결심판처럼 반드시 보복이 따라 잔인하게 도륙하는 일이 횡행하고 그것이 죄라는 인식조차 없던 시기였다.

그나마 마을사람들에게 다행인것은 발견된 여자의 사체가 흑인이었다는것이지만 해리의 아버지는 백인임에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조금은 깨어있는 사람이자 흑인도 정당한 법절차를 밟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사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흑인을 옹호한다는 의심을 사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자신이 발견한 사체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 의무감도 생긴 해리는 아버지를 졸라 사체를 조사할 때 동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죽은 흑인여성이 잔혹한 짓을 당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이지않은 형태의 흔적을 봐서는 범인이 보통의 사람이 아닌..어쩌면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잔혹한 살해사건에도 해리의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심지어는 다른 관할의 경관이자 아버지의 어릴적 친구였던 사람으로부터  더 이상의 조사에는 손을 떼라는 경고를 가장한 협박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당시에 활약했던 kkk단이 방문을 받는 일촉측발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이러한 때 처음에는 흑인인줄 알았던 여자의 사체가 백인임이 들어난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죽은 여자의 지갑을 주웠다는 이유로 한 흑인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마을에는 점점 더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누구봐도 늙고 지친 노인이라 젊은 여자의 반항을 제지하고 묶을수 있을만한 기운이 없다는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겁에 질려 몰려든 백인들에게는 힘없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런 희생양의 조건에 딱 맞는 흑인 노인은 잔혹하게 처형된다.

백인이라는 인종적 우월감에다 죄를 지은건 무조건 흑인이라는 오래된 편견,거기에다 절대다수의 힘이라는 폭력을 앞세워 저항하지도 못하는 노인을 잔인하게 죽이면서 스스로는 정당한 일을 한다는 합리화를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뭔가를 뒤집어 쓰는 모습에서 그들 내면에서는 의심과 죄책감 혹은 수치심이 존재했다는 걸 짐작할수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꼿꼿하고 정의로웠던 해리의 아버지 역시 엄청난 심리적 내상을 입고 휘청거리게 되지만 무엇보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봐도 무조건 흑인들이 한 짓이라는 맹목적이기까지한 사람들의 믿음과 이상하기만 한 이 사건의 처리방식에 해리는 의문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못한 추악하기 그지없는 과거들이 밝혀진다.

얼핏봐서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만 대대로 살아가는 것 같던 마을이지만 대를 이은 폭력이라든가,경멸하고 인간이하로 취급하던 흑인들과 남몰래 정을 통하고 심지어 애를 낳기까지 하면서도 겉으로는 신사인척 숙녀인척 위장하던 마을 사람들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사건의 진상이 밑바닥부터 뿌옇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연쇄살인과 그 사건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들 마침내 드러나는 범인의 진상...이 모든걸 아직은 어리다고 끼워주지도 않던 어린 소년과 소녀가 편견없이 그저 드러나는 증거와 정황을 통해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을 뿐 아니라 늘 우상이자 굳건한 나무같이 의지했던 아버지 역시 좌절하고 상처받으면 흔들리기도 하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그런 아버지여도 여전히 자신의 우상이자 사랑하고 있음을 소년이 깨달으면서 정신적으로 한뼘 더 자라게 되는 모습을 그린 소년의 성장소설 `밑바닥`

소년과 마을사람들입을 통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염소인간의 실체를 보면서 결국 이런 전설이나 괴담따위보다 어디서든 숨어드는 잔인하기 그지없은 인간의 악의나 편견에 사로잡힌 대중의 광기보다 더 무서운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가독성도 좋고 짜임새있는 전개도 좋지만 목가적인 풍경과 대비되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통해 사건의 본질속에 숨어있는 인종차별과 인종증오라는 감정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감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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