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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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작가의 경찰 소설이고 마르틴 베크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가 있으며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로 이 책 `로재나`라는 간단한 사실만 알고서 읽게 된 책이다.
요즘 각광받는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는 표지의 글도 있지만 이 책이 나온 게 무려 1965년이라는 점이 일단 놀랍다.
왜냐하면 책 속에 등장하는 살인자의 형태가 그때 당시 범죄자들의 형태와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체로 많은 범죄의 이유가 그렇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범죄의 이유는 돈을 노리거나 분노 혹은 애증관계가 아니면 복수를 위해서라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가장 인간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이유로 인해 살인이나 범죄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책 로지나의 범인은 전혀 다른 범죄의 목적을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의 관광명소인 운하에서 벌거벗겨진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명확하게 타의에 의한 질식사였으며 성폭행의 흔적도 남아있지만 아무리 조사를 하고 탐문을 해도 여자의 신원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이 사건에 최고의 형사라 불리는 마르틴 베크도 가담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누구인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겨우 그녀가 살해된 사건 현장이 그녀의 좁은 선실 안이라는 것만 밝혀졌을 뿐 진전이 없어 모두가 답답해할 즈음 드디어 그녀의 신원이 밝혀진다.
그녀의 이름은 로재나이고 미국에서 건너온 사서였다.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그녀가 살해된 것인데 그녀를 죽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배 안에 탔던 모든 승객과 선원을 일일이 조사하지만 유럽이라는 곳의 특성상 뿔뿔이 흩어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이 책은 요즘의 책과 달리 스피디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게다가 피해자와 살인자 사이엔 어떤 특별한 점점이 없어 살인의 이유를 짐작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더욱 용의자를 잡아내기가 막막할 즈음 시리즈의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의 활약이 빛난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로재나라는 여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과정을 통해 그녀가 평범한 여성들과 달리 성에 자유로웠으며 남성들과의 하룻밤 유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밝혀내고 배 안에서 그녀와 가까이 있었던 한 남자를 지목하게 된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세계였지만 범죄를 수사하는 데의 기본은 변하지 않아 모든 사람을 수사하고 탐문하고 또다시 조사하는 등 지루하고 반복적인 수사에 지쳐가는 형사들의 모습도 그렇고 특히 남달리 예민한 신경과 위장을 가진 남자 마르틴 베크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어 그가 슈퍼영웅도 아니고 엄청난 능력을 가진 형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이 난관에 가로막히면 고민도 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에 전전긍긍하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선 모든 것을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비유나 관찰을 통한 묘사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범인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해서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은 공원을 둘러 걸어오며 퇴근 시간은 늘 같다. 수요일엔 영화를 보고 화요일엔 동료와 볼링을 치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등등 범인을 미행하며 관찰한 모습을 경찰의 입을 빌려 표현하고 있는데 그 표현에서 범인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데 그 방법이 촌스러운듯하면서도 상당히 멋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활극이 펼쳐져 주인공이 돋보이지도 않지만 진짜 형사들의 활약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왜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왠지 흑백영화를 보는듯했달까?
엄청나고 잔인한 범죄소설에 좀 질렸다면 이 시리즈를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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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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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만약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거나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안 들거나 혹은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사람이 뭔가 나보다 나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또는 그때 헤어진 옛 애인이 문득 생각났을 때 등등
여기 이 단편집 `평범`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택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보면 그때의 선택이 내 인생을 결정짓는 터닝포인트였다는 걸 깨닫고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지기도 하고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과정을 되짚어보기도 하는 등등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만약에... 하며 상상을 하는 모습 그대로를 그리고 있다.
순탄하고 별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생각했던 부부가 여행길에 동행했던 친구 커플과의 트러블로 자신들 부부 역시 의견 차이를 보이고 각자 흩어져서 다니다 문득 깨닫게 되는 진심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남편과의 생활보다 혼자만의 생활을 꿈꾸고 그런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하다는 것.
갑작스러운 이혼을 통보하는 아내에게 놀라고 화가 난 남편은 이혼을 거부하고 자신과 아내가 틀어진 게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생각하지만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냥 언제부턴가 아내와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에게 관심이 사라진 것뿐 하지만 결혼한 지 몇 년쯤이면 다 들 이런 거 아닐까? 그러다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게 되고 그녀가 자신과 달리 아이를 줄곧 원해왔다는 걸 비로소 깨달은 남편의 이야기
오래전 아주 친했던 친구는 미디어에서도 각광받는 유명인이 되어있고 자신은 그때의 선택으로 시골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주부가 되었다. 만약 그때 내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과 같은 선택을 했다면 자신은 원하던 커리어 우먼이 되었을까?
어느 날 문득 지금 자신의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회한을 품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자신이 이런 선택을 한 데에는 나름의 사정과 이유 또는 확신이 있었으며 그 모든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걸 납득하게 되는 사람들은 결국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평범`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던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또다른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가는 소재였는데 확장해서 소재를 끌고가는 게 아니라 왜 그런 만약을 상상하게 되는지 그때의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현재가 불만족스러워서라기 보다 늘 가지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은 남을수 밖에 없는 것이고 작가는
결국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저 매일매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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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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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나온 책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일단 출간 시기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추리소설로 부동의 위치에 올라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흔하지 않은 에세이라는 점에서 더욱 점수를 주고 싶다.
작년인가에 하루키의 시드니올림픽 관전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하루키는 소설뿐만 아니라 줄곧 에세이 작품도 써 왔던 터라 게이고의 에세이에 비해 작품의 희소성이 좀 떨어진달까?
어쨌든 유명 작가가 쓴 올림픽 관전기는 올림픽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생각한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계 올림픽을 좋아하고 특히 스노보드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인지 해박한 지식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글안에 가득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에세이와 달리 여기에서는 작가가 1인칭이 되어 이야길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그의 고양이이자 여기에선 어느 날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한 고양이 청년 유메키치라는 화자를 앞세워 게이고조차 아저씨라는 통칭으로 일컬으며 고양이의 시점으로 풀어가는듯하고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색달라서 좀 더 흥미로웠다.
스키 종목도 그렇고 스노보드도 그렇고 스케이트 외의 경기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경기가 있는 줄 미처 몰랐을 뿐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관심도 없었다.
스키점프 역시 그저 스키를 타다 높이 활강해서 착지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지 스키를 벌려타거나 일자로 타는 방법에 따라 공기의 저항이 다르며 조금 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남자 선수들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 같은 건 몰랐었던 사실인데 고양이 유메키치와 아저씨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옛날 이야길 들려주는 것 같이 흥미로웠다.
경기 규칙이나 경기 방식 같은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누가 가장 먼저 스키를 벌려서 즉 오늘날 흔한 형태인 V 형태로 시도했는지...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며 각국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스키어 선수의 키에 따라 스키 플레이트의 길이를 정하게 되었는데 우리에겐 늘 강자처럼 하던 일본 역시 동계올림픽종목의 강국인 유럽에서는 변방 취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 등등
잘 몰랐던 에피소드를 마치 투덜거리는 아저씨 같은 게이고의 입을 통해 들으니 더 흥미로웠다.
유럽에서 특히 인기 있는 종목인 바이애슬론 같은 경우도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어떤 종목이며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지 몰랐는데 크로스컨트리에다 사격을 합친... 생각보다 어려운 종목일 뿐 아니라 사격에서 명중하지 못한 만큼 벌점처럼 스키를 더 타야 한다는 게 재밌었다.
늘 관심 밖이었던 루지며 스켈레톤, 봅슬레이에 대한 설명도 아주 간결했지만 인상적이었고 스노보드 종목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솔직히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읽게 되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토리노 올림픽이 언제 열렸는지 보니 지금보다 11년 전 2006년에 올린 동계 올림픽이었고 생각보다 우리나라 선수의 활약은 좋았던 것 같아 놀랐다.일본보다 월등한 성적이었다니...통쾌함마저 들었다.
비록 게이고의 말처럼 특정 종목 즉, 쇼트트랙에 메달이 집중되고 다른 종목엔 참가조차 하지 않은 것 등은 아쉽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적은 인구와 적은 예산같은 것 때문에 모든 체육은 엘리트 중심의 체육이라 될 성 부른 나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거지만 다행히 조금씩 다른 종목에도 관심을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경기의 규칙이나 경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고양이와 아저씨 콤비의 투덜거림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특히 교통 편이 불편했던 것 같은 토리노에서 경기장을 찾아 여기저기 차로 다니며 고생하는 모습도 그렇고 화장실의 불결함에 질색하는 모습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지만 언어소통이 안돼 더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토리노 올림픽은 모든 것이 잘 정비된 채 열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내내 투덜거리고 불평을 일삼으면서도 아저씨스러운 면도 보이고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형에 비쳐 평가하는 부분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속물스럽게도 보여 웃기기도 했다.
하계올림픽 종목에 비해 다소 어려운 경기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은 경기종목과 규칙 같은 걸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런저런 에피소드 같은 걸로 흥미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보일뿐 만 아니라 경기장 밖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 싫고 좋음을 가감 없이 나타낸 것 같은 건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져 좋았던 것 같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게이고의 색다른 모습을 고양이의 비판을 통해 보는 것 역시 즐거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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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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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순간에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다.
그 사고로 같은 처지가 된 사람들의 울분에 차고 고통스러워하는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눈물은커녕 슬프다는 느낌조차 받지 않는 그 남자 역시 결혼할 땐 분명히 아내와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은 사라지고 그저 습관처럼 아내를 곁에 둘 뿐 마음속에는 그녀를 향한 그 어떤 관심도 따뜻한 마음도 없었다.
심지어 그는 몇 년 전부터 외도를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아내가 죽었던 그 시각 모처럼 집으로 여자를 끌어들여 정사를 나누면서 한점 죄스러운 마음도 갖지 않을 정도로 아내에 대해서 더 이상의 관심도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필요 없었다.
자신이 다른 여자를 안고 있던 그 순간 아내가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을 갖거나 갑작스럽게 사람이 변한 것처럼 아내를 향한 뒤늦은 후회를 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뻔하고 뻔한 순서를 밟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이자 인기 소설가인 그 기누가사 사치오는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배려 때문에 갑작스럽게 생긴 시간이 남아돌아 지루하던 차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요이치에게 도움을 주기로 한다.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늘 집을 비우는 그를 대신해서 중학교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아들과 이제 겨우 4살이 된 딸아이를 대신해서 돌봐주면서 사치오는 조금씩 그들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늘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고 죽은 아내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그의 설명에 놀라움과 반문을 표시하는 요이치네 가족을 보며 문득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와 이 집에서 이 가족들과 지내며 즐거워했던 아내와의 괴리를 발견하게 된 사치오
스스로 자신이 그녀에 대해 알기는 했을까 반문할 즈음 어느새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요이치네 가족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고 그 들 역시 자신과 같을 거라 여겼던 마음에 균열이 생긴다.
이 들 가족에게 자신이 보기엔 신통치 않아 보이던 한 여자가 다가왔고 그가 몇 개월간 노력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든 것에 비해 순식간에 그 가족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눈앞에서 문이 닫기는 듯한 배신감과 혼자 외로이 떨어진듯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사치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가족이 아니며 가족이 될 수도 없다는 걸 깨달은 사치오는 드디어 자신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는다.
왜 있을 때 좀 더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왜 사랑해도 아까울 시간에 미워하고 외면했을까?
드디어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그는 아내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늘 곁에 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무심하게 되고 관심을 덜 주게 되는 관계가 가족이 아닐지... 특히 사치오와 아내의 관계는 일반적인 부부의 형태와 조금 달랐기에 더욱 그 관계가 흐트러지기 쉬웠던 것 같다.
아내를 부양하지 못했다는 남자로서의 자괴감은 성공을 한 뒤에도 어느새 그 아내에 대한 고마음은 자신의 못남을 비춘 거울이 되어 더욱 아내를 외면하고 무시하게 된 계기가 된 게 아닐지...
뒤늦은 후회와 자책으로 눈물 흘리는 한 남자의 길고 긴 변명은 어느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해지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작은 배려조차 잊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충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옆에 있을 때 잘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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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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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의 외딴 성
소녀 키트는 처음 보자마자 이곳에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하지만 엄마를 비롯해서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한 기숙학교... 스릴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고립된 장소로 제격이다.
이런 곳에 부모의 손에서 벗어난 어린 소녀들이 모여든다.
안 그래도 부모의 손에서 처음 벗어난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에다 외지고 어딘가 음습한 기숙학교, 그리고 그곳에는 전 주인을 둘러싼 해괴한 소문이 있다.
키트가 도착한 블랙우드 기숙학교는 이런 곳이다.
엄마는 오랫동안 홀로 그녀를 키우다 마침내 재혼해 키트를 이곳 기숙 학교에 입학시킴과 동시에 유럽으로 허니문을 가려는 중이라 키트는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데 블랙 우드의 분위기도 어딘지 음습하기 그지없어 소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두렵게 하는 건 이곳에 모인 소녀가 달랑 4명뿐인데다 너무 깊은 산속이라 휴대폰도 안되고 바깥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야말로 고립된 상태다.
얼마간은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으로 음산한 기숙사의 분위기는 사라진듯하지만 밤이 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누군가의 비명 소릴 키트가 들으면서 기숙사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명을 질렀던 건 키트와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했던 소녀 샌드라였고 그녀의 방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늘 어두컴컴한 복도 오래된 마루에서 나오는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는 이윽고 발랄했던 소녀 모두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소녀들은 각자의 이유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된다.
밤마다 꿈을 꾸고 자고 나면 너무 피곤해 음식을 먹고 싶은 의욕도 사라지고 점차로 무기력해지는 소녀들...그리고 소녀들에게 생각도 못했던 재능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재적인 솜씨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고 음악을 작곡하며 어렵고 복잡한 수식이나 공식을 저절로 깨닫게 되는 등...다른곳에선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는 소녀들
컴퓨터가 나오고 휴대전화며 이메일이 나오는 걸로 봐선 분명 지금 현대의 모습인데 책 속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19세기 유럽의 어느 고립된 성에서 벌어진 일 같은 느낌을 주는 `어두운 복도 아래로`는 별다른 무서운 존재가 나오거나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블랙 우드라는 기숙학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만으로 전체를 어둡고 비밀이 가득한 곳으로 몰고 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십 대의 어린 소녀 4명만이 나오고 특히 그 아이들이 흔히 또래와 연락할 수 있는 각종 통신망이 막혀있어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만들어놨다.
자신들 4명이 왜 블랙우드 기숙학교장인 뒤레 부인에게 선택되었는지 마침내 의문을 품게 된 용감하고 영리한 소녀 키트에 의해 밝혀지는 기숙학교의 비밀
역시 사람을 해치는 건 유령이나 귀신이 아닌 인간이며 세상 어디에도 동족에게 해를 끼치는 종은 인간밖에 없다는 걸 새삼 알려주고 있다.
이기적이면서 잔인하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어떤짓도 서슴치않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종족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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