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 낭비 없고 세련된 프랑스식 미니멀라이프
미카 포사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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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니멀 라이프가 조용히 유행하고 있지만 그 취지엔 공감해도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왠지 이 가방이나 명품옷을 나도 안 가지면 이 나이에 이 정도 아파트 평수에 살지 않고 차를 가지지 않으면... 남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가지거나 소유하지 않으면 왠지 실패한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이나 방송 같은 데서 이런 심플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 뒤에 나도 한번 하고 실천해보겠다 작정하고 집안을 뒤지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꼭 필요하다고... 누가 뭐란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변명하며 오늘도 난 버리지 못하고 오래된 것들을 꼭 붙들어 매고 있다.
그리고서는 집이 좁다고 투덜거리고 사고 싶은 걸 못 산다고 뭐라 하고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래서 확실히 우리보다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럽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인들의 평소 생활 철학과 삶의 방식에 대해 프랑스인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인의 시각에서 쓴 `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심플 라이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들의 심플 라이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쓰레기통이 없는 방이라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도 책상 밑이나 아이 방 안방 등에 자연스럽게 쓰레기통이 있고 또 그걸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쓰레기가 나오거나 휴지 같은 게 나오면 그냥 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게 지정해놓고 모으면 버리기가 훨씬 더 편리할 텐데 왜 방방마다 쓰레기통을 놓았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보다 버릴 때 그냥 눈에 띄는 곳에다 버리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편리함에다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건 사소한 사고방식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청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프랑스식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편리할 수 있겠다.
요즘 우리도 원 플레이트를 사용해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먹는 사람이 제법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은 국그릇이며 밥그릇에다 각각의 반찬 그릇까지... 차리는 것도 힘들지만 설거지할 때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집이 많다. 
게다가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들은 집에서 커피며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놀라웠다. 커피, 와인과 프랑스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는 카페에서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그렇다니 얼마나 실용적인 생각인가
맞벌이를 하는 가족이 많은 만큼 이런 시간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보다 합리적인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하고 남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하는 데 보낸다니... 왠지 그들의 여유로움을 보면서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걸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24시간을 쓰는데...
짧은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는 남보다 더 빨리 많은 걸 가져야 이길수 있고 지는 건 곧 도태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내려서 오늘도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기 위해 내 시간을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아닐지... 이렇게 생각하니 더 슬프다.
그들의 여유로움이나 삶의 철학도 부럽지만 무엇보다 배워야 할 점은 아직 어린 3~4살의 어린아이에게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부모는 그들을 지켜보고 참견하지 않는 태도인 것 같다.
우리는 내 아이가 늘 친구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도록 채찍질하고 어떤 걸 공부하고 어떤 대학을 가라고 부모가 결정하고 자식이 따르도록 그냥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자식이 실패하지 않고 잘 되길 바라서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배울 기회를  뺏어 버리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해 책임지는 삶을 배우지 못해 작은 좌절과 실패에도 큰 상처를 입고 일어설 수 없어 고꾸라지고 마는 나약한 아이들을 양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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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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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빠가 탈옥했다.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총기로 무장한 아빠는 분명 모두를 따돌리고 나를 찾을 것이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감옥에 갇히게 한 것 역시 딸인 나였으니까...
남편에게까지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던 헬레나는 라디오에서 들리는 탈옥수의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공포에 떨게 된다.
탈옥한 사람은 오래전 자신의 엄마를 납치해 늪에서 숨어살면서 딸인 자신을 낳게 한 납치범이자 강간범이고 살인범인 자신의 아버지... 늪의 왕이라 불렸던 제이콥이었다.
그와 오랜 세월같이 늪에서 살아왔던 헬레나는 오로지 자신만이 아버지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찾아 직접 늪으로... 그와 엄마와 자신이 한 가족으로서 생활했던 늪으로 찾아가 그와의 대결을 한다.
이렇게 소설은 딸이 아버지를 사냥해야한다는 카피처럼 소재자체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어린 소녀를 납치해 가둬두고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한 남자와 그런 아빠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야 하는 딸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충분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데 내용은 이상하게도 자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늪이라는 자연환경에서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전원적이고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남들의 눈으로 볼 때 납치범에 강간범이고 살인자이기도 한 남자가 아빠로 가족으로 볼 때는 자신에게 늪에서나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고 나름대로 정성스레 자신을 양육한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헬레나 본인이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은 아버지로서 그를 사랑했고 그와 살았던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어서 그를 잡는다는 이유로 숲과 늪을 헤매며 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지만 헬레나의 내면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고 그에 대한 그리움과 이성의 혼돈으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사람들을 죽이고 엄마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내겐 그렇게 나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까지 아버지를 변호하던 헬레나가 결국 아버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딸을 노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결국 아버지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잔혹한 살인자일 뿐 아니라 딸인 자신을 사랑했다기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뒤를 쫓으면서 결국 스스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싶었다는 걸 깨달은 헬레나
자신에겐 사랑하는 가족이자 아버지였지만 엄마에겐 남편도 가족도 아닌 범죄자이고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악마였다는 진실을 서서히 깨달아가면서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서야 자신의 눈을 덮었던 아버지의 본모습을 확실히 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가 시작된다.
충격적으로 시작해서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질 땐 숨죽이면서 읽다가 모든 거짓이 사라지고 내 가족이 직면한 위험을 깨달은 순간 마치 먹잇감을 향해 소리 없이 다가가 단숨에 목숨을 낚아채듯 스릴 있는 묘사가 빛난다.
강약 조절이 빛나는 스릴러... 늪의 환경 묘사가 마치 그림 같이 평화로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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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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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총이랑 엄청난 돈 그리고 갱과 같은 마피아가 떠오른다.
여기에 좀 더 소설적 재미나 영상미를 더하고자 한다면 미인 그것도 반드시 금발의 미인이 등장하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이 책 `블랙머니`는 이런 요소를 모두 모아놓은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인 로스 맥도널드가 하드보일드의 3대 거장이라고 칭송받는 것에 비해 유명세는 좀 덜한듯하지만 그래도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인 탐정 루 아처라는 이름은 어느 정도 들어봤을 듯하다.
여기에서 어딘지 수상한 남자와 그가 가진 돈 그리고 이 모두와 연관 있는 금발 미인과의 관계를 쫓아다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바로 루 아처이기도 하다.
루 아처에게 처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부자 아버지를 둔 젊은 뚱보 청년 피터인데 그가 의뢰한 내용은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약혼녀를 눈앞에서 가로채간 프랑스 남자의 신원을 조사해 파악해달라는 것이었다.
검은 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그는 부자이기도 한데 그런 그에게서 어딘지 미심쩍은 냄새가 난다는 피터
하지만 그의 이런 의심은 이제 전 약혼녀가 된 버지니아에게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고 진짜 프랑스의 부유층 자제인지 의심스러운 프란시스 마텔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는 피터의 제안을 받고 마텔의 신분을 조사하던 중 그를 루 자신ㅇ 아닌 또 다른 사람이 조사하고 있다는 것과 마텔의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며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남자들의 의심에 반해 그가 머물고 있는 부유층 상대의 테니스클럽 안의 여자들은 그의 외모와 매너에 대해 호의적이고 버지니아와 맺어지는 것에도 긍정적이다.
굉장한 미모에다 지적인 능력까지 갖춘 버지니아는 어딘지 결혼을 서두르는 듯한데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였던 그녀의 집안이 아버지의 낭비벽과 도박으로 몰락해가다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겪게 되었고 그런 그녀에게 부자인데다 어딘가 아버지의 외모와 닮은듯한 마텔의 등장은 어쩌면 일종의 구원과도 같았다는 걸 알게 된다.
피터의 의심대로 그는 본명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가 가진 돈의 출처 역시 떳떳하지 못한 돈 즉 블랙머니였음이 밝혀지면서 누군가 그의 돈을 따라 뒤를 쫓는다는 걸 알게 되지만 손쓸 새도 없이 연이은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모든 게 7년 전 바다로 걸어들어가 자살한 걸로 알려진 버지니아 아빠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고 그의 죽음에도 또 다른 금발의 미인과 돈이 얽혀있음을 밝혀 낸 루는 그가 찾아낸 조각들로 사건의 진실을 꿰맞추려 노력하지만 오래전 사건인데다 상류층 사람들이 얽혀있어 쉽지가 않다.
어쩌면 사건 자체는 단순하다.
수상쩍은 돈이 있고 그 돈의 행방을 쫓는 사람들의 신분 역시 단순하지만 이들이 섞여 들어온 데가 자신의 감정을 능숙하게 숨기고 자신의 명예를 중시하는 부유층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점과 늘 남자들에게 문제가 된 여자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이 루로 하여금 사건 해결을 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밝히기 쉽지 않게한다.
자신의 매력을 알고 끊임없이 리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여자들 속에서 탐정이라는 위치에  맞게 흔들리지 않고 사건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에게도 쉽지 않다.
검은 돈과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 그리고 몰락해가는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허영심들이 섞여 밤하늘을 가르고 총성이 울러퍼지게 하고 비밀을 눈치챈 사람들이 죽어간다.
요즘의 크라임스릴러소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군더더기없는 필체와 건조한 느낌의 남성적인 매력을 맘껏 느껴볼 수 있었고 마초맨 아처의 매력도 느낄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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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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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소재로 생명의 소중함이나 사랑에 대해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소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웹툰 `뽀짜툰`
처음 이 책 시리즈 1권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려견은 몰라도 반려묘라든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후하지 않아 집안에서 미혼의 여성이 고양이를 몇 마리나 키우고 그 일상을 소재로 글과 그림을 그린 책이 과연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지만 벌써 이 시리즈가 6권째 나오는 걸 보면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요즘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가 많이 나오고 인기를 끌지만 오히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편하게 보면서 픽픽 웃을 수 있는 책도 사람들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끝내고 편안히 누워 귀여운 고양이 녀석들의 장난과 그 장난에 휘둘리는 어리숙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의 휴식이 된달까?
어쨌든 부담 없이 읽기엔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편은 다소 무겁다.

그동안 주인공 옆에서 오랜 세월같이 하며 울고 웃었던 짜구가 조금씩 아파하다 끝내 병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모습을 하나하나 그리고 있는데 내용도 그렇지만 그림에서도 그 아픔이 절절히 느껴져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 몇 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고 떠나보낸 후유증도 겪어봤지만 이렇게 옆에서 오랜 세월같이 지낸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솔직히 겪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짜구 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은 단순히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아닌 가족과의 이별과 다름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같이 산 다른 고양이들이 떠난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의 슬픔을 공유하고 동조하며 여차하면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연이은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설명은 놀랍다.

아무 생각 없이 먹을걸 주는 주인에게 애교를 피우고 재롱을 떠는 존재로만 생각했던 애완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아프게 떠나보낸 짜구의 이야기만 있는가 하면 역시 남아있는 장난꾸러기 말썽꾼들의 일상은 오늘도 바쁘다.

먹을 것에 집착을 보이는 녀석, 자리에 집착을 보이는 녀석, 간식을 좋아하는 녀석... 무엇보다 가장 웃긴 건 날씬한 허리의 표상 같은 고양이에게도 비만이 있고 비만 고양이 쪼꼬는 움직이는 걸 너무 싫어해 고양이의 본성마저도 이긴다는 놀라운 사실~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청설묘라 불리는 봉구의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오늘도 고양이들의 주인은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고양이 사진들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의 인물이 더 낫다고 팔불출 같은 주장을 한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바쁜 주인공과 고양이들의 일상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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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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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미묘한 심리 그중에서도 특히 사춘기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아침이 온다`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낳을 수 없어 아이를 입양해야 했던 엄마와 아이를 가졌어도 키울 수 없었던 낳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낳은 엄마가 역시 어린 소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기른 엄마인 사토코는 아이를 낳기 위해 체외수정까지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너무 힘든 과정에 지쳐버려 모든 걸 포기할 즈음 우연히 방송을 보고  `특별 양자 결연`이란 걸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한 케이스이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에게 아이를 찾기 위한 게 아닌 아이의 복지를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특별 양자 결연의 목적이라는 다소 의외의 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처음의 고민과 달리 아이를 보자마자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름을 아침이라는 뜻의 아사 토라 지은 후 정성을 다해 양육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입양한 걸 숨기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사토를 돌려달라는 친모의 전화가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여자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병들어 있고 어딘가 불안정해 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들 부부가 알고 있는 친모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한편 부부 모두 교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중학생 소녀 히카리는 꽉 막히고 고지식한 사고를 가지고 자식들에게조차 그런 사고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넌더리가 난 상태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런 부모를 혐오하고 경멸해마지않는 조금은 조숙하고 남다른 소녀이기도 하지만 첫사랑의 남학생에게 순수하게 빠져드는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이기도 하다.
부모 몰래 남학생과 사귀고 언니보다 빨리 성 경험을 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그래서 이 조숙하지만 순진한 소녀가 임신을 하고 난 뒤 겪게 되는 모습은 그런 순수한 소녀의 첫사랑과 달리 지독히 현실적이고 진흙탕처럼 추하게 느껴진다.
부모의 외면, 학교의 모르쇠, 믿었던 첫사랑의 배신 그리고 친척이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어린 히카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했고 아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갓 14살인 중학생 딸아이의 임신은 솔직히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히카리 부모가 내린 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순간도 히카리를 이해하거나 포용하려는 노력은 없고 아이보다 자신들의 체면을 더 생각하는 모습이라든가 아이 혼자 출산하러 멀리 보내는 건 자신들의 눈앞에서 문제를 치워버리는 모습처럼 느껴져 히카리가 느끼는 배신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한 건 비록 어린 소녀의 몸이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모성을 가진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엄마였다는 걸 이해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건네준 후 히카리가 느낀 죄책감이 이해가 되고 그 이후 그녀의 방황과 일탈에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 너도 힘들었겠구나 하는 이해와 함께...
이렇게 각자의 사연으로 나름대로 힘들었던 두 엄마에게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빛으로 다가와 희망의 아침이 된 존재인 아사토
모성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침이 온다`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둠을 물리치는 아침 같은 존재라는 걸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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