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습관 - 나를 지키고 사람을 얻는 성숙한 말과 태도
김진이 지음 / 다른상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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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사람을 얻는 어른의 말과 태도


지은이 김진이는 방송 아나운서다. 말을 하는 직업이라, 말이 주는 영향력을 민감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는 나를 지키고 사람을 얻는 성숙한 말과 태도를 이 책에 담았다. 잘 말하기 위한 노력은 졸업 없는 과정이다. 시간과 공간, 사람과 상황, 시대의 문화에 따라서 제각각이니 말이다. 그의 직업 경험을 통해 얻은 나름의 비결을 공유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랄까, 


구성은 5장 체재이며, 1장에서는 소통의 도구는 언어와 몸짓, 표정 등 다양함을, 그리고 어떻게 말하고 싶은가 내 말 단련법에 관한 글을 담았다. 2장, 호감을 얻는 말하기, 3장 언제나 매력 있는 사람이 되는 태도, 4장 관계가 돈독해지는 말 습관, 5장 성숙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말, 아마도 핵심은 4장이지 않을까 싶다. 호감과 매력은 인상에 관한 것인데, 결국은 이 역시 관계설정과 정도로 거리를 얼마쯤 두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역시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이 책 내용의 밑바탕을 흐른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과 꼭 공유해야 할 내용 서너 가지를 살펴본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말의 패턴을 바꾸자


소통은 언어와 비언어의 각 비율이 30대70이라고 한다. 입은 뭔가를 말하는데, 눈의 방향은 다른 곳으로, 몸짓은 비호감 적이라고 할 만큼 방어적 태세라면, 그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은 금방 눈치를 챌 것이다. 이 사람이 아주 나를 바보로 아는구나라고, 눈을 보고 말하자. 어느 예절 교육장에서 강사는 눈을 정면으로 뚫어지라 쳐다보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니, 미간이나 이마 쪽에 눈길을 두는 게 좋다고. 이 역시 관계와 상황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는 눈을 쳐다보라고 할 뿐이니,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도 곁들이기는 하지만, 


당신의 말 습관은 어떤가? 혹시 먼저 부정적인 표현이 튀어나오지 않나, 습관이 되면 전혀 의식을 못 할 수도 있다. ~마세요. 않는다. 안 된다.'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금지”다. 사람의 뇌는 부정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사로잡히고 집착하게 된다. 이런 표현을 연성화하면 어떨까, 


지각하지 안 된다. 대신에 제때 도착하면 된다. 무시하지 말아라. 대신에 존중하라, 눈치 보지 마라. 대신에 내 생각을 가져라. 걱정하지마 대신에 괜찮아. 못 할 거야 대신에 할 수 있어,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마라. 대신에 중요한 것부터 신경 써라, 확실히 지은이의 지적대로 이런 부정표현은 될 일도 안 될 일로, 할 일도 못 할 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말에 지배당하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말 한마디가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선순환을 반복하는 긍정의 뫼비우스 띠를 만들자.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중요한 사항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야기하자”


쇼핑호스트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말 기술자의 요령 하나, 불편한 구석을 감지하자고, 대화에서 주도권은 늘 나에게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도 모르게 작동, 발동한다. 길게 숨 한번 쉬고, 대화는 “너”를 위하여, 의식적으로 바꿔보자. 마치 물건을 팔아야 할 쇼핑호스트처럼, 에어컨을 팔 때, 핵심은 무엇일까, 예비소비자들은 전력소모량이 어느 정도일까에 관심을 둔다. 이건 상식이다. 이때, 이 에어컨은 무풍이며 전기세를 줄이는 기능임을 알려준다면…. 상대방이 듣고 싶은 것이 뭔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다. 상대의 기호에 따라 같은 제품인데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전혀 달라지기도 한 이유는 말이다. 뭐 “말장난”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핵심은 내가 아닌, 네가 좋아할 거라는 전제에서. 이 책에서 4장 또한 중요한데, 긍정감, 진솔감, 동일성, 전문성, 긴장감, 일치성, 솔직함을 곱씹어보자. 


나를 평가하는 말에 무뎌지자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박상미<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특별한 서재, 2024)에 실린 내용 한 대목을 보자. 박상미가 인터뷰 한 연예인의 에피소드가 앞 부분에 실렸는데, 그는 지은이에게 하는 말의 처음과 끝이 "모두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가"였다. 무명시절을 거쳐 조금 유명해지니, 힘들 때 응원해주던 주변사람들이 자기를 시기의 눈초리로 본다. 별것도 아닌게 운이 텄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질투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지은이는 그의 말 속에서 불안감과 열등감, 인정욕구가 뒤엉켜있음을 읽어낸다. 즉, "나를 평가하는 말에 무뎌지자"는 말은 내 방식대로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언젠가부터 어른스럽게 란 말이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인연의 끈이 느슨해진 시대, 혼자가 익숙한 시대, 어른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레 터득하는 시대는 끝나고, 이 또한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어른의 말습관"이란 함의, 어른의 말은 어떠야 하는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언제인가 한 번 쯤은 들어본 말들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들었던 그저 그런 이야기를 목적의식 명확히 하고 돼새겨보면 그저 그런 이야기 속에 감춰진 것들이 가치 있는 코멘트로 되살아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게 된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각 장은 독립된 구조다. 관계가 돈독해지는 말 습관 역시 상식적이다. 다만, 내가 왜 부정적인 표현을 입에 달고 살게 됐는지, 자기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에 사전 배열부터 바꿔야 하는데,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안내자가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말습관"이란 제목이지만, 우리 모두 염두해 두어야 할 언어생활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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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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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의 대명사 “철학”


노동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술은 우리의 자유를 증진하는가?

권력 행사와 정의 존중은 양립 가능한가?


이 문장이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다. 답은 무엇일까? 를 찾는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 철학 수업이다. 이를 소개한 지은이 사카모토 다카시는 교토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거쳐 프랑스 보르도 제3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교토약학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바칼로레아적 사고를 바탕으로 소논문 과제를 내기도 하고, 대학 직원 대상의 세미나 등을 통해서, 어떻게 사고의 틀을 이해해야 할지를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안내하는 “바칼로레아” 제도,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 제도, 많은 사람이 실제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바칼로레아에서 철학시험을 보는 이유는 사고의 틀, 당연한 모든 것을 의심하는 틀을 가르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이런 시민들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교육제도 중 다른 여러 국가와 비교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바칼로레아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이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다. 여기에 합격해야, 고졸 인정이 되기에. 대학 입학은 그랑제콜을 통해서 가는 전문직군(경찰, 사법 등)은 바칼로레아 시험 합격 후에 2년 정도 전문학원 등에서 공부한 후에 별도의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책의 구성은 6장이다. 1~5장은 사고의 틀의 기본 편으로 1장은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관한 소개, 2장은 철학시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의 틀을, 3장에서 사고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 문제의 주제, 형식 식별, 용어 정의, 가능한 답안 열거, 질문 분석, 구성안 작성 등의 실제를 살펴본다. 4장은 맨 위에 적은 세 가지 문제에 필요한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소개하고, 5장에서는 세 가지 문제의 해결 과정을 예시로 삼아, 사고의 틀 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논한다. 마지막 6장은 사고의 틀을 활용하기 위한 요령을 다루는 응용 편이다. 


고등학교 때 철학을 가르치는 이유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철학”을 배운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고하며, 해결할 것인가,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듯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프랑스의 철학교육 목적은 “틀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를 풀 때 자신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쓴다는 생각은 오해다.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육은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표현한다, 그것이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서 평가하는 것이며 그런 훈련 덕분에 프랑스인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펼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고, 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전혀 다르다. 철학교육에서 다루는 17가지 개념은, 노동, 과학, 기술, 국가, 정의, 의무, 자유, 종교, 시간, 의식, 무의식, 진리, 이성, 행복, 언어, 예술, 자연이다,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은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가”를 확인?


이 시험에서는 “사고의 틀”의 숙달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고의 틀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표현된 시험문제를 정해진 순서대로 분석하고, 답을 ‘도입-전개-결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하여 작성한다. 우리의 대입 논술고사의 소논문 쓰기와도 비슷하다. 즉, 서론, 방법, 결과, 고찰(IMRaD)로 구성되는데, 이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교육의 목적은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하며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수단이 철학이다. 철학의 역사나 다양한 철학자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 보다, 어떤 사고 방법을 활용하는지, 어떻게 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의 틀을 익히는 목표는 서양이 역사적으로 복잡한 사고의 본보기로 삼아 온 철학을 학습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철학교육은 내용이 아닌 형식 혹은 규칙을 배우는 것이다. 형식에 따라 토론하고, 자기 견해를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연함”을 의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획일화, 혹은 집단적 사고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이해한 다음, 자기 견해가 정당함을 주장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정책을 입안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 대학과정 등 고등교육과정의 유학생, 철학에 배우지 않고 학업을 마친 사람도 있어(, 모든 사람이 전부 학교에서 철학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고의 틀과 시민교육


프랑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교육은 고등학교의 “철학” 수업을 통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을 반대의견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역지사지의 태도일 수도 있고, 똘레랑스, 즉 상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를, 한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배려 때로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른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 시민의식이며, 이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것인데, 여기서 “사고의 틀”은 아주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제대로 혹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기에…. 아울러 프랑스인에게 철학교육이나 사고의 틀은 이상적인 사고법이 아니다. 시민교육의 한 방법과 사고의 틀을 길러주는 그 무엇인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남귤북지(南橘北枳), 귤화위지(橘化爲枳), 사람도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처럼….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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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 오류투성이 구시대 법조문 이대로 둘 것인가
김세중 지음 / 두바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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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언어학자로 국립국어원에서 어문자료, 국어생활 등의 부장을 지냈고 공공언어지원단장으로 국어 바로쓰기를 위한 연구를,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만들기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초등학교 현장 교사로 평생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권정생 선생과 함께 아동문학가로 활동했던 이오덕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학교를 다녔기에, 우리말 속에 끼어들어있는 일본말을 우리말로 고쳐쓰고, 이를 널리 알렸던 분이다. 그가 지닌 언어가 그 사람의 세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중요한 열쇳말이 될 듯하다. 


이 책은 지은이의 관점에서 쓴 글이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비판을 감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비판”이란 말에 담긴 함의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그는 오랫동안 국어 생활화를 위해서 그리고 공공언어를 우리말로 바꿔쓰기를 해온 분 답게 작정하고 돌직구를 던진다. 오류투성이 구시대 법조문, 일본어투의 번역, 쓰지도 않는 의미난해 낱말까지, 바꿔야 한다고...그러고, 알아 먹을 수 없는 기호같은 법률용어를 신성한 영역으로 여기는 법조인들에게도 쓴 소리를...


의용민법, 그리고 현재의 우리 민법과 일본의 그것을 우선 비교해보라


1960년 의용민법(依用), 조선 민사령 제1조에 의하여, 1912년부터 195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던 일본의 민법전. 현행 우리나라 민법에 대응하는 말인데, 우리 민법 중 “인사편(친족과 상속편)은 일본과는 전통과 문화가 다르니 한국상황에 맞게 되돌리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일본의 민법을 그대로 따랐다. 한겨레신문 창간과 더불어 신문의 ‘한글’가로쓰기 문화로 바뀌기 전까지 신문은 국한문혼용의 세로쓰기였다. 법학교재도 그렇다. 특히 곽윤직의 민법총칙은 한자표기에 조사만 한글이니 그대로 읽고 조사를 일본어로 바꾸면 바로 일본책 그대로가 될 정도였으니... 극단적으로말해, 일본 민법의 조문을 그대로 가져와 지시대명사와 조사 따위를 한글로 써서 연결하는 뭐 한자+한글.. 이두 문자라 할까?, 판결문도 그러하고, 행정부 전반에서 쓰는 행정용어는 거의 일본어를 국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은이가 지적한 육법전서(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는 오류투성이다. 그의 관점으로 이 책을 보면, 50년대 일본의 법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당대의 모든 행정용어와 문서, 군대, 건설 산업현장에서 쓰는 용어는 거의 일본어의 번역이었다는 사실을, 물론 법조문 따위로 한정해 본다 손 치더라도 이런 배경은 설명해줘야 한다. 


언어 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은 언어는 절대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또 언어게임과 철학탐구에서, 한 낱말의 의미는 그 낱말의 사용법이라고, 그 사람이 지닌 언어가 그 사람의 세계라고, 또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의 세계를 랑그와 파롤로 나눈다. 일제가 왜 조선말 사용을 금지하고 공식언어로 일본어를 모든 사람에게 사용하게 했을까?, 바로 그가 지닌 언어는 그의 세계를 나타내기에 그렇다. 일본말을 사용해야 내선일체로 이끌 수 있기에... 


법전은 오류투성이 아니라, 일본어로 된 애초의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해 사용했을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 


국회에서 우리말로 바꿔 쓴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은 단지 여,야의 공방전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되지 않아서 그리 된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때문인지도 살펴야 한다. 사법, 재판용어는 외국어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하고, 판례평석을 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실생활에서 별로 사용하지 않거나, 전혀 쓰지 않는 용어들, 한자(표의문자)와 한글(표음문자), 우리 말의 어원의 7할이 한자에서 유래한 점 등에 비춰보면, 개념이 명확해야 할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쓴다는 문제는 또 하나의 과제다.


 202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의 ”이지리드 판결“ 즉, 쉽게 풀어쓴 판결, "청구기각" 대신에 "아쉽게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장애인의 요청으로 그림과 단문 등으로 판결문이 만들어 졌다고... 여기서 이지리드란 말은 또 무슨 의미일까? 우리 신문의 기사꼬라지다. 어렵고 전문적인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썼다는 사실을 전하는 데 왜 영어표기를 썼을까, 한자가 우세했던 시대에는 한자를 써야 품격있다는 말을 들었듯, 영어로 쓰면 뭐가 달라보이나...


지은이의 지적은 이런 의미에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번지수를 착각한 것이다. 그는 1950년 대의 오류투성이 구시대 법조문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논점을 명확히 하자. 오류투성이 구 시대 법조문을 이렇게 봐보자. 우선 일본어를 국어로 번역해두었을 뿐이라는 점, 이를 국어로 바꿔쓰면 국어의 7할이 한자인데, 여기에는 한자와 함께 표기를 해야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법률을 국어로 모두 바꿔야 한다가 아니라 알기 쉬운 말로 고쳐써야 한다고 해야 이치에 닿는다. 


또 하나, 리걸마인드라는 개념, 즉 법률, 법조문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혹여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여기서는 생락한다. 


지은이가 예로 든 오류투성이 법조문을 보자. 


사단법인의 임시총회를 다루는 민법 제70조 제2항은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으로부터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한 때에는”이라 돼 있는데, 지은이는 이를 전형적인 비문(非文), 즉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라 한다. 비문이라고 하는 대신에 문법에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그의 견해는 ’회의 목적 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한'의 주어는 총사원의 5분의 1이상이다. 그런데 총사원의 5분의1이상으로 부터라는 엉뚱한 조사가 붙는 바람에 주어가 없는 문장이 됐다는 말이다. ~으로부터는 일본어 ~から라는 말이고, 이는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이 아니라 일본어(수동태 등)와 국어(능동태 중심)의 표현법의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튼, 일본어로 구성된 법조문을 국어 번역해놓고, 이를 국어문법에 맞는다 맞지 않는다는 지적보다는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설명하며 알기 쉽게 써야 한다는 게 견해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24조(판결규정의 준용) ①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결정과 명령에는 판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자, 여기에 일본 민사소송법 제122조(판결에 관한 규정의 준용) 결정 및 명령에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판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判決に?する規定の準用)第百二十二? 決定及び命令には、その性質に反しない限り、判決に?する規定を準用する。

이를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보인다.


일본 민사소송법 122조와 한국 민법 224조는 판결규정의 준용을 할 수 있는 경우를 다루고 있다. 일본은 "결정과 명령에는" 조문 상단에, 한국은 후단에, 핵심은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이다. 자, 이제 우리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일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이는 오류가 아니다. 독일법을 계수한 일본, 또 다시 일본으로부터 이어받은 한국, 이런 구도 속에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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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유령 푸른사상 소설선 53
이진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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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그 확장성, 우리 시대의 돌봄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이진의 네 번째 소설집 <소설의 유령>은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초록 알람” 등 9편의 단편과 문학평론가 방승호의 작품해설이 실려있다. 소설의 유령이라는 제목에 깔린 그 무엇은 유령일까, 역사 속 평강공주와 온달과 백제의 미마지전설을 소환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무엇은 “신뢰” “돌봄”, 서로서로 돌봐주고 배려해주고 믿어주고 하는 마음이 글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싶을 정도다. 현대 사회의 특히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엇인가에 얽매여있는 사람들, 서로의 관계는 물론 존재마저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작가의 작품 9편은 제각각의 “사람과의 관계”의 정도, 경계를 오가는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뭔가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 즉 목마름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관계는 부모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은밀한 계약 속에서의 관계들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작가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좇아가는데, 탄탄한 플롯도 한몫한다. 

작품해설을 한 방승호는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읽히는 마음의 거리, 그 둘을 오가는 갈등에서 갈증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기류를 표면으로 꺼낸다”라고 평한다. 


당당한 여성으로 살기 위해 


소설집 첫 장에 실린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는 당당한 주체로서 서려는 여성, 이혼을 결심한 데는 그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란 독한 각오가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주인공의 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마스크는 내면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훌륭한 방패가, 만남도 대화도, 딱 코로나 시대의 적정거리 유지하기처럼, 여자의 일생, 통과의례처럼, 어렸을 때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혼인해서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는 이른바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아직도 우리 사회를 떠도는 유령이다. 어머니는 낙태와 혼인의 갈림길에서 낙태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나’라는 존재가, 또 한편으로 직장동료에게 낙태 루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것이 “돌봄”에 관한 시대적 해석일까?, 


돌봄의 확장성 "탈인간중심"


“도도와 쭈아”와 “은행나무 협주곡”은 우리가 지나치고, 둔감해졌던 “돌봄”을 재인식하게 된다. “도도와 쭈아” 가족이 있는 아비 고양이 도도에 관한 이야기다. 결말은 극적인 반전, 도도는 새끼고양이 돌봄을 위한 실험 로봇이었다. “은행나무 협주곡”은 추석 쇠러 아들네 집에 갔다가 그 집에서 사는 늙고 못생긴 작은 개의 질병에 호들갑을 떠는 아들과 며느리를 보며, 주인공 심 여사는 조상한테 지극정성을 다하고 사람한테나 잘하라며 문을 박차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구급차를 쫓아 쏜살같이 달리던 누렁이와 조우, 주인을 기다리는 누렁이와 함께 아파트 주민들이 냄새난다며 베어버리라는 은행나무 표식을 떼러 간다. 그저 그런 개였지만. 누렁이의 이름은 “은행”이는 유기견, 그의 주인은 나 홀로 노인, 돌봄의 문제는 모든 주체에 적용되는 것이다. 돌봄은 모성적 사유가 전담해야 하는(혼자만 하는 육아처럼) 일이 아니라고, 돌봄은 친밀성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돌봄의 윤리는 배려와 신뢰로 이뤄지는 보편적 돌봄의 확장(이미 돌봄노동이란 산업이 생겨날 정도이니)을.. 하물며 짐승도 제 새끼는 챙기는 법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지만, 돌봄의 문제를 탈인간중심으로 문제로까지 확장되기를. 이 문제에 관해 우리에게 깊이 생각해보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 


“초록 알람”은 대리모 이야기다.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해 아이가 필요하다. 한 번의 대리모 경험이 있는 주인공에게 은밀한 직거래를 제시한 여자. 남편과 사이가 틀어진 여자는 주인공에게 낙태하라고 여성과의 계약이기에 따라야 하지만, 주인공은 생명과 돌봄의 문제로 들여다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인공은 첫 번째는 곁에서 떠나보냈지만, 두 번째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내 뱃속에 생명(태명이 초록이다)이 살아 움직이는데. 여자는 아이의 존재는 미끼…. 자본주의 속성을 전면에, 작가는 여성만이 소유해야 하는 모순적 욕구들을 정면으로 표출한다. 사회적 무능을 질타한다. 


돌봄 윤리의 또 다른 해석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디지털장례사(이른바 컴퓨터에 있는 자료나 기록을 없애주는 일) 정산의 회상으로 시작하는데, 유명한 소설가 범상이 죽었다. 그의 컴퓨터 안에 있는 습작을 찾아야 하는 상속인, 정산에 이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범상에게 접근한 여자는, 상속인을 칭하는데…. 이후, 그 여자 이름으로 소설이 발표되는데, 그 소설의 내용은 가사도우미로 들어온 여자가 등단을 준비하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으며, 그 여자의 최종심 심사평을 범상 자신이 썼다는 사실, 그리고 최종심에서 떨어진 여자는 범상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내용. 작가는 돌봄의 윤리를 활용하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돌봄이 필요했던 범상은 자신의 소설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 자신을 타자화하는 역설, 이것이 행위 주체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현실을….



이 소설집에 실린 9편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있기도 하고 깔려있기도 한다. “유령”이라는 열쇳말을 음미하면서, 소설 속으로 몰입되기에 그렇다. 작가 닿고자 하는 문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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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패스 물류관리사 합격예감
박창환, 김동엽 지음 / 이패스코리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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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관리사 합격예감


국제통상 관련 국가 자격, 물류 관리사(Certified Professional Logistician, CPL)는 국제공인자격인 생산재고 관리사(Certified in Production and Inventory Management, CPIM)와 더불어 고급자격에 속한다. 유통관리사 1, 2급(대한상공회의소, 민간자격), 국제무역사, 관세사, 보세사, 원산지관리사 등과도 관련 있다. 시험은 1회, 6월에 접수하면 시험은 8월 중, 과목은 5과목으로 물류관리론, 화물운송론, 국제물류론(1교시, 3과목 120분), 보관하역론, 물류관련법규(2교시, 2과목 80분)이며, 문제는 200문항이 출제돼 1분에 한 문제씩을 풀어야 하므로 보자마자 답을 바로 찾아내야 할 정도 다회 독을 해야 한다. 시험의 난이도를 떠나서 실무현장에 필요한 내용도 들어있어,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워, 30% 전후의 합격률이다. 1,300여 쪽의 학습 분량이다. 이 책 또한 900여 쪽이나 된다. 과목별 난이도는 물류관련법규가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국제 물류론, 화물운송론, 보관하역론, 물류관리론 순이다.


책의 구성과 흐름


이 책은 5과목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는데, 흐름을 따라가면 물류와 유통에서 시작하여 물류시스템, 물류 혁신기법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물류관리론(1과목)은 기본과목이며 나머지 세 과목이 이 총론에서 나온 각론적 성격이다. (2과목)화물운송론에서는 화물과 운송수단, 화물자동차 운송, 철도운송, 항공, 해상, 국제복합, 단위 운송시스템(ULS), 수, 배송시스템까지 자못 방대하다. 그리고 국제물류론(3과목), 이 과목은 말 그대로 무역실무 총론과 무역실무 조약 등을 다루는 국제무역사와 무역 영어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도 해상과 항공운송 그리고 컨테이너운송, 복합운송에 해상보험 및 보험 관계와 관세, 통관 실무를, 그러다 보니 신용장에서 시작해서 신용장으로 끝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4과목) 보관하역론은 물류센터의 설계와 운영, 재고와 재고 관리시스템, 일반하역론, 운반과 보관 등으로 창고업법 조항도 눈여겨 봐두어야 한다. 나머지 이른바 “통곡의 벽”으로 알려진 물류관련법규다. 법규를 뺀 4과목은 컨베이어 시스템 공정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먼저 물류관리론을 확실히 정리한 후에 각론으로 옮아가야 할 듯하다.


입체적 학습


이 책은 이런 학습의 흐름에 따라 입체적으로 학습하도록 짜여있다. 개념과 열쇳말(핵심)은 굵은 글씨 혹은 음영, 밑줄 등으로 시각적으로 바로 눈에 들어오도록, 거기에 도표와 그림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내용의 설명 또한, 오지선다형에 나올 법한 내용으로…. 그리고 쪽 옆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적을 수 있도록 여백을 배치해뒀다. 물론 이 여백에도 내용에 따라 물류에 쓰이는 지게차 등의 도해도 실려있다. 특히 장별로 핵심 문제를 실어, 학습내용 정리와 핵심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3년 동안의 기출문제도 실려있어 시험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해두었다. 


충분히 “합격 예감”을 갖도록 입체적으로 구성돼있다. 아울러 “합격 예감” 시리즈는 유통관리사, 원산지관리사, 국제무역사 등과 연계해서 학습할 수 있도록 각 교재와의 연계하여 학습하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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