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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평점 :
바칼로레아의 대명사 “철학”
노동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술은 우리의 자유를 증진하는가?
권력 행사와 정의 존중은 양립 가능한가?
이 문장이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다. 답은 무엇일까? 를 찾는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 철학 수업이다. 이를 소개한 지은이 사카모토 다카시는 교토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거쳐 프랑스 보르도 제3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교토약학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바칼로레아적 사고를 바탕으로 소논문 과제를 내기도 하고, 대학 직원 대상의 세미나 등을 통해서, 어떻게 사고의 틀을 이해해야 할지를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안내하는 “바칼로레아” 제도,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 제도, 많은 사람이 실제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바칼로레아에서 철학시험을 보는 이유는 사고의 틀, 당연한 모든 것을 의심하는 틀을 가르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이런 시민들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교육제도 중 다른 여러 국가와 비교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바칼로레아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이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다. 여기에 합격해야, 고졸 인정이 되기에. 대학 입학은 그랑제콜을 통해서 가는 전문직군(경찰, 사법 등)은 바칼로레아 시험 합격 후에 2년 정도 전문학원 등에서 공부한 후에 별도의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책의 구성은 6장이다. 1~5장은 사고의 틀의 기본 편으로 1장은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관한 소개, 2장은 철학시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의 틀을, 3장에서 사고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 문제의 주제, 형식 식별, 용어 정의, 가능한 답안 열거, 질문 분석, 구성안 작성 등의 실제를 살펴본다. 4장은 맨 위에 적은 세 가지 문제에 필요한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주장을 소개하고, 5장에서는 세 가지 문제의 해결 과정을 예시로 삼아, 사고의 틀 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논한다. 마지막 6장은 사고의 틀을 활용하기 위한 요령을 다루는 응용 편이다.
고등학교 때 철학을 가르치는 이유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철학”을 배운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고하며, 해결할 것인가,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듯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프랑스의 철학교육 목적은 “틀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를 풀 때 자신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쓴다는 생각은 오해다.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육은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표현한다, 그것이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서 평가하는 것이며 그런 훈련 덕분에 프랑스인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펼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고, 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전혀 다르다. 철학교육에서 다루는 17가지 개념은, 노동, 과학, 기술, 국가, 정의, 의무, 자유, 종교, 시간, 의식, 무의식, 진리, 이성, 행복, 언어, 예술, 자연이다,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은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가”를 확인?
이 시험에서는 “사고의 틀”의 숙달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고의 틀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표현된 시험문제를 정해진 순서대로 분석하고, 답을 ‘도입-전개-결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하여 작성한다. 우리의 대입 논술고사의 소논문 쓰기와도 비슷하다. 즉, 서론, 방법, 결과, 고찰(IMRaD)로 구성되는데, 이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교육의 목적은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하며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수단이 철학이다. 철학의 역사나 다양한 철학자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 보다, 어떤 사고 방법을 활용하는지, 어떻게 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의 틀을 익히는 목표는 서양이 역사적으로 복잡한 사고의 본보기로 삼아 온 철학을 학습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철학교육은 내용이 아닌 형식 혹은 규칙을 배우는 것이다. 형식에 따라 토론하고, 자기 견해를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연함”을 의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획일화, 혹은 집단적 사고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이해한 다음, 자기 견해가 정당함을 주장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정책을 입안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 대학과정 등 고등교육과정의 유학생, 철학에 배우지 않고 학업을 마친 사람도 있어(, 모든 사람이 전부 학교에서 철학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고의 틀과 시민교육
프랑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교육은 고등학교의 “철학” 수업을 통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을 반대의견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역지사지의 태도일 수도 있고, 똘레랑스, 즉 상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를, 한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배려 때로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른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 시민의식이며, 이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것인데, 여기서 “사고의 틀”은 아주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제대로 혹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기에…. 아울러 프랑스인에게 철학교육이나 사고의 틀은 이상적인 사고법이 아니다. 시민교육의 한 방법과 사고의 틀을 길러주는 그 무엇인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남귤북지(南橘北枳), 귤화위지(橘化爲枳), 사람도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처럼….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