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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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면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금 당신을 향해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제 진심일까요?"
소은은 말문이 막혔다.
"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 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게 시몬 사람들이 여전히 가면을 쓰는 이유랍니다." - P136

"가면 뒤에 진짜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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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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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나 좀 데려가라"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해원은 스르르 눈꺼풀이 감기는 걸애써 참았다. 더는 힘들구나, 이대로 바닥에 누워버릴까 중얼거릴 무렵 보영의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 P371

H에게-책을 읽어서 고통이 사라진다면, 진짜 고통이 아닙니다.
책으로 위안을 주겠다는 건인생의 고통을 얕잡아 본 것입니다. -샤를 단치 - P400

명여 이모에게-
얼굴 보지 못하고 떠나요. 이모가 미워서 가는 거 아니야. 내가내 바닥을 여러 사람한테 들킬 것 같아서 그래요. 내가 사랑하게 된남자한테도, 책방 사람들한테도, 그리고 이모한테도 지난 며칠 동안 알게 된 일들 다 잊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겠죠. 아직도 모자란 점많은 내 모습을 후회하기 전에 지금은 그냥 숨어야겠다는 생각뿐이지만, 이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또 마주할 수 있을 거야. - P399

"웃었으면 좋겠어. 너 웃는 얼굴 보고 싶어서 온건데."
마침내 은섭은 낮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웃으라면 웃을게. 그럼 너는, 내가 웃으면 넌 어떡할건데."
"너에게 마지막 키스를 해줄게."
그는 혼란스러운 듯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원의입가에 따스한 웃음이 스쳤다.
"백 년쯤 뒤에, 그때 마지막 키스를 해줄게. 그때까진 내내같이 있자."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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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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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건 나한테는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는 그저 책이 좋았다. 책만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특히 나는 판타지 소설을 참 좋아했다. 판타지 소설만 있으면 어느 한 방에 책과 나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서 나는 '내'가 아닌 '책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방 안에 나 혼자와 책이 있는 그 느낌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커가면서 점점 책을 다 읽는 느낌이 싫어졌다. 책을 다 읽고 책과 나 혼자 있던 방에서 나와야 하는 그 느낌이,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 책은 나에게 하나의 도피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은 평생의 나의 도피처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나는 점점 책과 거리 두기 시작했다. 어차피 읽어도 나에게는 안 일어날 일들인 것을 알아버렸을까.

그리고 멀리 이사오게되었다. 친했던 친구들이랑 다 떨어지고 원래 살던 곳과 다르게 주변에는 놀 곳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집돌이가 되어갔다. 그러다 도서관에 갔다. 내가 원래 무척 좋아했던 도서관의 그 느낌은 그대로였다. 책을 찾는 일은 옛날처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문제는 '독서'였다. 무척이나 많은 책을 빌려왔지만 결국 거의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해 버렸다.

그 책들 중 이 책이 유일하게 내가 다 읽은 책이다. 벌써 5월이 다가오지만 2024년에 내가 완독한 두 번째 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을 몽클 몽클하게,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루만에 다 읽는 초고속의 책 읽는 속도를 다시 보인 것도 아니고, 한달에 한 장씩 읽은 것도 아니고, 진짜로 내가 읽고 싶을 때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책 읽기의 행복을 찾은 것 같다. 딱 내가 찾고 있던 힐링의 책이었다. 막 책에 빠져서 확 읽고 싶은 사람들 말고, 힐링하면서 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에겐 지루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나에겐 최고의 책이였다.)


사연이 많고 많은 우리의 주인공, 목해원은 인생에 지쳐서 시골로 온다. 나는 엄청나게 커다란 일이 해원이에게 닥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작고 큰 문제들이 쌓이다보니 인생에 지쳤다, 이 문장이 딱 주인공과 걸맞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주인공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을까. 어쩌면 나 또한 해원과 같은 성격이며 같은 생각을 많이 해봐서 그런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고 싶다, 힘들었을 때 많이 했던 생각이다. 모든 상황을 다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해원은 그대로 시골로 내려온다. 그리고 거기서 동창의 서점 알바를 하고 (사랑도 하고) 북클럽도 가입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점점 행복해진다. 그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인 건 아니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또한 그들이 겪었던 일들이 그렇게 특별한 일들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마지막에 반전은 있지만). 오히려 우리 사이에 우리도 모르게 껴있을 아주 흔하고 흔한 사람들이며 어쩌면 우리가 껶은 일들보다 더 작은 문제들일 수 있다. (물론 해원이 겪은 일들은 결코 쉬운 문제들이 아니지만.) 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그들은 하나 하나 다 특별한 사람이었고 모든 일들은 하나 하나 다 특별한 일들이었다. 그들 곁에서 해원은 점점 행복해지니까. 해원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서로 서로 도우며 행복해지니까.

맨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이 공감이 많이 가서 그랬을까, 하루 빨리 주인공이 행복해지길 바랬다. 하지만 읽다보니 천천히 행복해져 가는 주인공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있었다.(사실 읽다보니 어느새 행복해져 있는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천천히'라는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 천천히 가도 된다고. 천천히 행복해져도 된다고. 천천히 괜찮아져도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졌던 해원은 더 큰 문제를 겪으며 결국 다시 무너져 버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문제를 모두 다 해결 하지 않는다. 해결 하는 장면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뭔가 멋지게 주인공이 무언가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며 확 관계가 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책 속에서 해원은 결국 또 도망친다. 어떤 사람들은 도망 치는 것은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거기서 도망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때때로는 도망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만나는 방법. 그들에겐 독자가 모르는 여러 사건들이 더 있었겠지만 그들은 결국 해피 엔딩을 마주한다. 딱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해피엔딩이 아닌 우리도 갖을 수 있는 해피엔딩. 나는 그들의 결말이 너무나도 좋았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망설임이 없는 해원과 평생 해원만을 사랑할게 뻔한 은섭, 그들의 로맨스는 읽는 내가 더 설렜다.... 해원이 다시 서울로 돌아갔을 때, 넋을 잃은 은섭의 서사도 무척 궁금하지만 그렇게 힘들었을 시간의 두배는 더, 아니 몇 배는 더 행복했길을 어느새 빌고 있다...

다만, 너무 해결 하는 장면을 안 보여주어서 그랬을까, 마지막에 이모와 해원이의 관계가 풀리는 장면은 안 나와 많이 아쉬웠다...

아무튼 이 책은 다시 내가 책과 화해 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나도 이제 갑자기 확 환경이나 상황을 바꾸며 행복해지는 그런 거 말고, 천천히 지금 내 삶에 행복해지고 싶다.

+)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있어서 한 번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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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첫 책은 법의학자 책으로 정했다..! 아직 몇 쪽 못 읽었지만 버스 안에서 틈틈히 읽을 책으로, 재미있지만 읽다가도 손을 놓을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딱 맞는거 같다.

저번에 도덕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다수의 수다]에서 법의학자 편을 봤는데 멋진 직업인거 같아서 궁금해서 관련 책 중 그래도 재미있어보이는 이 책을 주문했다.

법의학자를 보통은 다들 대충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시신을 부검하는 일을 하는 법률상 문제되는 의학적 사항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법운영에 도움을 주고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분야라고 한다.

내가 법의학자에 호기심을 갖게 된 매력포인트(?) 첫번째는 법의학자가 우리나라에 대략 50명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단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특별한 직업 참 끌린다. 힛
두번째는 초등학생 때 추리 소설을 보며 꿈 꿔 봤던 탐정와 그나마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경륜이 쌓인 법의학자는 사건 현장과 시신의 상태만 봐도 대충의 정황을 추리해낸다.)

내가 원래 긴 설명글이 써져있는 책을 안 좋아하지만(오직 소설만 추구하는 편...) 이 책은 중간에 멈추는 일 없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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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자를 인터뷰할 수 없다. 이튿날 부검실에서 시신을 부검하고 부검에서 발견한 사항을 현장에서 찾은 내용에 덧붙일 때, 내가 믿을 수있는 환자의 과거는 주위 환경밖에 없다. 작고하신 나의 스승 찰스허시 박사는 뉴욕의 수석 검시관으로 오랫동안 일하며 그와 함께 일
하는 행운을 누렸던 모두에게 부검이란 그저 사망 사건 수사의 일부일 뿐이라고 가르쳤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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