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희의 집
김조숙 지음 / 남해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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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작가가 찍은 사진 속의 꽃 이름을 맞추면 책을 보내주겠노라는 이벤트를 보고 큰 기대 없이 댓글을 달았다가 받은 책이다.

열흘 안에 읽고 리뷰를 올린다는 조건으로.

댓글을 달고 지울까 말까 고민했었다.

열흘 안에 읽는 거야 일이 아니지만, 내돈내산의 떳떳함이 있어야 솔직한 독후를 적을 수 있는데 책을 보내준 정성과 마음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대가성 주례사식 리뷰를 적어야 할 수도 있으니 그건 싫어서였다.

내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좋은 책을 까대는 서평을 많이 쓰긴 했으나 세상에 이런 책이 있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기대한 서평은 아니라도 내가 쓴 책에 대해 누구라도 한 줄 관심을 가져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주소를 보냈다.

고향에서 독립서점과 출판사를 겸해 경영하고 있다는 걸 인스타를 통해 알고 있었고, 영향력이라고는 1도 미칠수 없을지 모르지만 한 명에게라도 이런 책이 있다는 홍보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작가는 199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인스타에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의 내부와 간단한 일상들이 올라오고 있었으나 개인적인 친분 없는 수많은 팔로워들 중 한 명인 나는 선심 쓰듯 좋아요를 누르거나 눈팅으로 보고 지나가는 게 다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작가와 만나질리도 친해질 리도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남해 산책 서점과 출판사를 응원하게 되었고 고향 갈 기회가 있을 때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할지언정 꿈은 꾸는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서점 겸 펍을 해보는 거였는데, (이름도 정해놨다. 주책(酒冊)바가지.하하) 나와 비슷한 꿈을 실현시킨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애정의 마음이 관심을 더 갖게했다.

책 속으로 가보자 ㅡ

소설가 '진여'와 사형수 '감희' 두 여자 이야기다.

사형수가 되기까지 굴곡진 삶의 파고를 형벌처럼 살아낸 감희가 교도소에 위문 온 소설가 진여를 알아보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짊어진 소금 짐을 내려놓고 진여는 감희가 남긴 딸 채원의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는 줄거리다.

감희.

어린 시절 엄마의 자살 후 아버지의 방임 속에 친척 집을 전전하다 열여섯에 도망 나와 신산하고 지난한 삶이 시작된다. 어느 시절이나 녹록하지 않지만 삶의 모퉁이마다 만나게 되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생을 버티기도 상처입기도 하는데,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결국 사형수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 남편 그리고 딸 채원의 이야기를 진여에게 들려주고 삶을 정리한다.

진여.

흐트러짐 없고 반듯한 남편과 5년을 살면서도 남편과 자신 사이에 느껴지는 벽을 허물 방법을 찾지 못한다. 남편의 전처 화린이 이혼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면서 화린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개같은 경우가 생긴다. 자신을 대할때와 전혀 다른 남편의 모습에 떠날 결심을 하는데 화린이 먼저 떠나고, 진여의 딸을 키우기로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진여와 감희는 누구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바라는 일 없이 운명을 견디면서도 함부로 통곡하지 않는는 공통점이 있다.

주변을 원망하지 않고 두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자신이 결정한 대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설령 그 끝이 낭떠러지 절해고도거나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파렴의 난장일지라도 물러서지 않는, 고요한 이 두 여인의 강인함이 봄 에서 가을까지 이어진다.

소설의 배경이 속초에서 춘천으로 강릉으로 펼쳐진다..

춘천을 이야기할 땐 안개와 호수가 배경으로 깔리고 속초와 강릉으로 가면 출렁거리는 파도 소리가 들려 좋았다.

이어지는 입양과 파양으로 발톱을 세우고 곁은 내주지 않던 채원이도 어린 날 '감희'와 보았던 '다다'( 바다)를 기억하고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데 행복한 끝은 아니나 행복을 꿈꾸는 결말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

여기서 그냥 책을 덮고 만다면 '주례사용 글이네' 할 수도 있으니 작가와 서점과 출판사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몇 줄을 적기로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니 참고만 하시면 된다.)

1. 글자의 포인트를 한 포인트 더 키웠더라면 책 읽기도 수월하고 책의 구성이 좀 더 안정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여백이나 줄 간격에 비해 글자가 작아 눈도 피곤했지만 책을 펴는 순간 '어, 뭐지? 이 옛날 책같은 구성은?' 했다. 작은 차이지만 사방 여백에 비해 글자가 작고 쌍 모음이 겹치는 ㅜ의 오른쪽 아래 삐침은 근래 본 적이 없는 활자체라 읽을 때마다 눈에 걸려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내가 새로운 것에 적응이 늦는 사람이다.)

2.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표현들이 더러 있었다.

교실안에서 아이를 구타하는 장면에서 '뾰족한 구두의 앞부리가 등과 어깨를 찍었다(p.129)'는 표현이 있는데 아무리 선생님이지만 교실에서 뾰족한 구두를 신고 수업을 했다? 이상했다.

3. 극적인 장면을 돋보이려 설정한 사건들의 개연성이 떨어져 '이런 일 있을 수 있지..'하는 스며드는 공감보다는 '소설이니 이럴 수 있지'하는 각성의 인식을 끊임없이 하게 했다.

(감히, 감희를 까다닛!!! 하시는 건 아닌지.... 죄송)

그러나, 감희를 만날 수 있어 좋았고 내가 아는 소설가가 또 한 명 추가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

작가가 찍은 꽃은 모 과꽃이었다.

모과 꽃이 필 때마다 모과 향을 맡을 때마다 이 책이 생각날 듯하다.

보내주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건필과 남해 서점, 출판사의 건승을 바란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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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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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구매 스무권째ㆍ선물받은 사람들도 모두 좋았다고 감사해하던 책ㆍ
최은영 작가를 빼고 시대의 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는 때가 오리라는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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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ㆍ재밌게만 봤는데 이렇게 많은 복선과 의미와 연결고리가 숨어있었다니ㆍ봉준호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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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도와 흙을 고르고 다지고 싹을 돋아나게 하는 존재들이 그것만을 할 줄 아는 것처럼, 신이 다만 자신들의 자리를 결정하셨으리라 믿을 뿐 그 많은 일들 가운데 어째서 이것인지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ㆍ(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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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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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나 실천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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