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기막힌 장점을 하나 갖고 있다.

 

즉 대상을 소유하지 않고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 아멜리 노통브, 『제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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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매 시간 유아 1,250명이 죽어가고 있다.

아기와 엄마를 넉넉히 먹이고

최소한의 의학치료에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1억 2,500만 달러가

무기와 군인을 위해 지출되고 있다.

유아를 살리기 위한 지원금 대신

3초마다 10만달러가 군사비로 쓰이는 것이다.

 

이 비극적인 상황을 정당화할 그 어떤 명분도 있을 수는 없다.

 

-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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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공항에 나가는 아내를 차로 바래다주는 남편(지석). 한참을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더니 아내(영신)가 대뜸 남자가 생겼으니 자신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다. 무슨 그런 말을 공항 가는 차 안에서 하니?

 

     출장에서 돌아온 영신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자. 그런 아내를 도와 아내가 아끼던 그릇들을 정성들여 포장하고, 커피를 내려주고, 좋은 식당을 예약한다. 떠나겠다는 건 아내인데, 남편은 시종일관 단 한 번의 비난도 없이, 마치 모든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매사에 미안해하고 염려하며 배려한다. 

 

     엄청나게 비가 내리는 그날, 끊임없이 들리는 빗소리에 맞춰 두 부부의 조용한 이별이 진행된다.

 

 

 

 

2. 감상평 。。。。。。。                    

 

     시종일관 빗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두 사람의 이별이야기. 누구 하나쯤은 소리를 지를 만도 한데, 이 부부의 이별에는 떠나겠다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서로에 대한 증오나 차가움 때문이 아니라는 데 이 상황의 독특함이 있다. 대사 대신 영화 전반을 뒤덮고 있는 이 빗소리 속에는 제목처럼 계속해서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하는 질문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이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는 걸까?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유를 모른다면 그 때까지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능력의 부족을 의미할 테고, 이유를 알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부족을 뜻할 테니까. 이런 차원에서, 이미 결심을 했다면 자신이 왜라고 묻거나 사정을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당신을 보내주겠다는 영화 속 지석의 대답은 참 논리적이다. 그런데 사랑이 그렇게 논리적이기만 할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 영신의 결심의 이유는 이미 설명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석은 논리에 기반한 사랑을 하고 있었고, 영신은 좀 더 감정적인 교류(종종 부딪힘으로 나타날수도 있는)에 기반한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둘의 사랑은 종종 만나기도 했지만, 더 자주는 비켜가기만 했다.

 

 

 

     대사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중 상당 부분은 그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못 듣고 넘어가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는 내용들이다. 감독의 메시지는 오히려 대사의 빈 공간에 의미를 두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에게나 배우들에게나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말하지 않고 상황으로, 눈빛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일이니까. 특히나 그래도 몇 번은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영신보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며 슬픔이란 감정을 컨트롤하려는 지석 역이 대단히 중요했는데, 노력은 했지만 아직은 이런 깊은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좀 벅차보였다.

 

     자신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만드는 연기나 영화는 대단히 어렵다. 그 경지에 도전하기는 했으나 조금은 부족했던 영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달간 본 영화 중 가장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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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들이 샬롬에 대해 말할 때는,

인간들이 더 이상 하나님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을 그 날,

그들이 자기를 추적하는 하나님께

더 이상 반항하지 않을 그 날을 가리켰다.

인간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참 기쁨이라고 고백할 때,

샬롬은 완성된다.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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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잭 - CARJAKED
영화
평점 :
현재상영


1. 줄거리 。。。。。。。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달리는 로레인은 여덟 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이혼녀다. 심지어 이혼을 한 뒤에도 여전히 전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연발하고 있으니 옆 사람 보기에 참 답답한 성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주유소에서 은행 강도 로이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가 요구하는 곳까지 동행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제목처럼 차량강도 이야기.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차량강도들은 차만 가져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차 주인까지 함께 가져가려 하고 있다는 부분. 덕분에 영화는 시작될 수 있었다(잃어버린 차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기가 좀 그럴 테니까). 결국 이야기는 납치범과 납치된 사람이 차 안이라는 한 공간에 있게 되면서 주고받는 심리적 변화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적인 기법이면서, 잘 만들면 작품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냥 ‘볼 것 없는’ 영화가 되고 말 수도 있는 시도다.

 

     감독은 우유부단했던 주인공이 강도를 만나고, 자신과 (특별히)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그림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가려면 역설적으로 악역인 강도 역시 매력적인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의 연기력을 문제 삼는 건 아니지만, 그냥 평범한(?) 은행 강도일 뿐, 딱히 공감이나 감정적 교류를 이룰만한 부분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여기엔 주요 흐름과 더불어 중간 중간 삽입해 재미를 더해주는 부 소재들의 부족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영화가 확실히 보여주는 한 가지는 역시 ‘어머니는 강했다’일까. 납치라는 공포 속에서도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평소와는 다른 놀라운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는 모습은, 언젠가 들었던, 불난 집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냉장고를 들었다는 엄마나 깔린 아이를 위해 자동차를 옮겨냈다는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모성(母性)이라는 게 이렇게 참 강한 건데, 요새 간간히 뉴스에 나오는 것들을 보면 이 너무나 원초적인 성품마저 점차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겁이 난다. 그 뒤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어머니는, 그냥 대단한 것 같다. 생각 난 김에 몇 달 못 뵌 어머니한테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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