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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이 쓴 <나의 한국현대사>를 드디어 다 읽었다.
글쟁이로서의 유시민을 정치인 유시민보다 훨씬 더 좋아했기에
결과가 어찌됐건 그가 다시금 작가의 세계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
한 모임에서 그와 나란히 앉는 영광을 안은 적이 있었다.
난 그의 모든 책을 사서 읽었으며, 그의 책을 읽으면서 사회에 눈을 떴던, 유시민의 제자였지만,
막상 만나니까 벅찬 가슴과는 달리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으로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달리던 정여울 작가가 있기에
유시민에게 “종합 1위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시민에게 질문을 해봤다’는 것에 들뜬 나머지 그가 뭐라고 답변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그로부터 두달여가 지난 뒤 나온 이 책은
출간 즉시 종합 1위에 오르더니 종합 1위에 3주간이나 머물렀다! (알라딘 기준)
이 말의 핵심은 이렇다.
“내가 유시민에게 종합 1위를 못해봤냐고 자극한 것이 그로 하여금 남은 기간 열심히 책을 쓰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가 종합 1위를 3주나 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유시민과 내가 별로 나이차이가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한 적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젊은이들이 의외로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빈곤하다고 느꼈기에,
균형잡힌 현대사 지식을 가르쳐주는 이 책이 잘 팔린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178쪽)
검찰과 국정원, 언론이 힘을 합쳐 최악의 인물이 마음껏 악을 행하도록 돕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칼 포퍼의 말을 빌어 “다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게 불가능한 나라는 독재국가다.”(177쪽)라고도 말하는데,
우리나라가 헌법상으로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한 나라가 돼버린 것도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여부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
현재 55세(만)유시민이 65세가 됐을 무렵의 대한민국은 조금은 희망을 가진 나라가 되어 있을까?
책을 읽을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절망감만 들게 만드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내 이름이 책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나는 기차를 타고 있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책을 덮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찌됐건 종합 1위 책에 내 이름이 등장한 건 가문의 영광,
이럴 줄 알았다면 “종합 1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보다는 좀 더 따뜻한 얘기를 해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