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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차력당의 7월 선정 도서이기도 한 이 책을 읽은 건 꽤 오래 전인데, 당의 명령이 없어서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차력당에 가보고 나서야 당이 황폐화된 걸 알았다. 이왕 이리 된 것, 나라도 리뷰를 올려 당의 뜻을 받드는 게 도리라는 생각에 먼지 쌓인 책을 꺼내 맨 뒷페이지를 폈다. 거기 쓰인 글들을 여기 옮긴다.
1) 관점의 차이
-9.11 테러의 주범으로 생각되는 오사마 빈 라덴은 천만장자다. 무어의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테러리스트나 이슬람 근본주의자, 혹은 아랍인이라고 말한다...왜 우리는 "맙소사 천만장자가 3000명을 죽였다! 천만장자들을 체포하라"고 말하지 않는가?]
-테러 직후, 난 북한이 9.11 테러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행여 제정신이 아닌 부시가 그걸 빌미로 북한을 공격할까 두려워서. 하지만 북한은 다행히도 반테러 성명을 냈다. 무어의 다음 말을 들으니 테러리스트 중 북한 사람이 없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행기 납치범 19명 중 15명이 북한인이고 그들이 3000명을 죽였다면 다음날 언론이 헤드라인을 "북한 미국을 공격하다"라고 뽑을 거라고 생각...]
그러고보니 나도 이걸 신기해한 적이 있다. 15명이 사우디 인들로 밝혀졌지만, 부시의 분노는 사우디가 아닌 아프카니스탄에, 그리고 이라크로 향해졌다. 왜 그랬을까. 사우디에 석유가 많아서? 아니면 사우디가 아랍에서 드문 친미정권이라서?
2) 기업은 어디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도덕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년간 디즈니, 네슬레, JP 모건, 월마트를 비롯한 기업들은 비밀리에 종업원들의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자기 자신-기업-을 수혜자로 지명하였다!...당신의 죽음은 당신의 보스가 프랑스의 휴양지에서 즐거운 생활을 즐기도록 도와준다]
3) 유머
마이클 무어의 책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유머와 풍자라는 강력한 무기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90년대 이후는 유머의 시대, 미국의 양심인 노암 촘스키는 이제 지는 별인가보다. 무어는 "안녕, 여러분? 하느님이야"라는 글에서 하느님의 육성을 대신 전한다. 아주 유머스럽게.
[고백할 게 있다. 나도 가끔 큰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지. 내 피조물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냐. 긔록 너희들이 조지 W. 부시라고 알고 있는 인간의 경우, 글쎄 그는 정말 내 의도에서 벗어난 자다]
4) 보수 설득법
가을산님도 하신 말씀이지만, 정치 얘기는 자기 가족과도 할 수 없다. 코드가 다른 사람들간에 오가는 정치 얘기는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우린 대화를 포기한다. 상대를 '꼴통'으로 낙인찍고, '넌 그렇게 살아라'고 비웃을 뿐이다. 하지만 무어는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그는 보수가 무식하다고 전제하는 우리의 태도가 잘못되었으며, 보수도 긍정적인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거기에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생각하면서 지적 우월감에 빠져 대화를 포기한 사람들-날 포함해서-에게 이 대목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들의 돈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시켜라...당신이 존경받고 싶은 식으로 그들을 존경하라...좌파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라...]
책을 읽고나면 영화가 보기 싫어지기 마련이지만, 이 책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화씨 911>은 정말 보고싶다. 무어는 어떤 유쾌한 풍자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