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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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여행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 

평소 여행을 다니지 못한 탓인지 여행서적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곤 했다. 여행서라고 하면 작가가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여행 기행문이 보통이었다. 주로 읽었던 책이 그러하였기에 이번 책도 제목만 보고 여행기록문 정도로 생각했다. 어디를 다녀왔을까? 어떤 장소일까? 어떤 사진이 담겨있을까? 책에 대한 정보 없이 그렇게 생각하면 읽기 시작했는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여행가의 기발한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보여주듯이 집보다 여행을 더 자주 다니는 작가의 여행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담긴 책이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통해서 엿본 삶에 대한 일련의 조각들, 해보고 싶은 혹은 상상해보고 싶은 기발한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 등 독특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여행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행은 인간이 하는 가장 창의적인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인간의 갖고 있는 두 가지 본질적 특징,'직립도행'과 '놀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저자 서문에서 여행의 가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글귀가 마음에 든다. 무작정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하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 가끔 드는 허전함이 이런 철학적 사고의 공백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질과 가치를 찾는 탐험에는 감상적인 낭만보다는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본능이 필요한 법이다.... 

인생과 여행에 대한 철학적 사고는 바로 이런 냉철한 이성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말에 공감한다. 철학적 사고가 바탕이 되었을 때 생활지를 떠났다로 그치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삶이 채워지는 여행이 될테니 말이다. 

여행 사이트에 올라와 수많은 댓글이 달린 이달의 인기글인 '달나라 여행기'  , 가상의 mc와 드라큘라의 인터뷰, 2020년의 마녀 재판 등 새로운 글감에 '이건 도대체 뭐야?'라는 심정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보통의 여행서와 다른 현식과 내용이 다소 독자를 당황하게도 하고 호기심을 갖게도 하지만 현대사회 사람들에게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여행에 대해서 좀더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임을 깨닫는다. 나를 구속하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불확실성이 들끓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향하고자 우린 오늘도 여행을 꿈꾸는 자들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