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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죽음으로도 모든 것은 용서되지 않을 수 있다.] 

 

예전에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을 보고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서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해를 떠나 정서적인 공감대가 적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와는 다르지만 닉 케이브의 <버니 먼로의 죽음>역시 우리 정서와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과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의도를 따라가기 위해 포장된 소설 속의 주인공 버니의 삶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까닭이 90%는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용적인 부분보다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과거에는 락이나 메탈을 좋아했던 적이 있기에 음악가들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물론 좋아하는 뮤지션에게만 한정되었지만~ 닉 케이브가 누군지 그것부터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과심밖의 사람이어서 그런지 익숙치가 않다. 밴드를 결성해 음악도 하고 영화음악에도 참여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게다가 책까지 쓰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그의 작품이 선하고 감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 작품 하나만 봐도 알겠다. 그가 담은 작품이나 음악과는 달리 그는 독실한 영국 국교회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독실한 가정일수록 더욱 비판적인 인물이 나온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대한 시선이 그리 따뜻하고 부드럽지만은 않은 작가 닉 케이브는 이 작품속에서도 세상을 바르게,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한 인물을 선택했다. 버니 먼로..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머릿속에서 섹스로 연상되는 섹스광에 9살 난 아들의 아픈 눈도 제대로 봐주지 못하는 무책임한 아빠에 난봉꾼짓으로 부인을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게 만든 무책임한 가장이다. 그런 인물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내의 자살과 함께 시작되는 9살 난 아들과 아버지의 기이한 4일간의 여정. 그 가운데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화장품 판매원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그것과 연관짓는 버니 먼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작품의 곳곳에는 버니의 기이한 상상과 뻔뻔한 행동이 묘사되지만 이러한 인물설정 때문에 그와 함께 4일을 보내는 아들 버니 주니어가 묘하게 대조되면서도 어울어지게 된다. 아들과 아버지..떼어내지 못하는 그들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어설픈 대화를 해나간다. 아버지의 주도가 아니라 아들의 주도 하에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면서, 불안정한 현대사회 속 극단적인 가정의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버니 먼로가 왜 섹스광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는 않다. 세상을 살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무난히 넘기는 사람과 극복하고 강해지는 사람, 그렇지 않고 좌절하고 퇴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은 타인이라는 이름으로 결합해서 남편과 아내가 된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이들이 주고받는 영향력때문이었다. 가정이 만들어진 다음에 남편과 아내는 더 이상 남이 아니다. 이들이 서로에게 주는 상처는 치유의 과정을 겪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절망을 부르기도 한다. 그 모습은 이미 작품 전반부에 나오는 버니 부인의 죽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아버지와 아들, 이들이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면서 주고받는 상처의 기억들은 얼마나 오래갈까?그 생각을 내내 했다. 버니의 행위보다는 남겨진 버니 주니어에게 이 모든 것이 어떤 기억과 상처로 남을까가 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버니 먼로는 죽음 앞에서 모든 이들의 용서를 바라면서 가장 온전하고 맑은 정신이 되는 듯 했지만 '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라는 한 마디가 반전을 준다. 세상을 착하게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착해지는 것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가장 원초적인 모습이 될 수 있는 죽은 앞에서도 삶이 힘들다고 말하는 버니에게 동조하고 싶지 않다. 결과만으로 산다면 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이 너무도 허접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삶의 과정이 소중하기에 인생은 역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버니 먼로의 죽음 앞에서도 "그래, 당신 외롭고 힘들게 살았어"라는 말보다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매몰찬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은 이러한 이유도 한 몫한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 모든 것을 용서해 준다가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삶이 잇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버니와 버니 주니어의 4일간의 삶의 흔적이 유쾌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남겨진 상처를 보면서 가정 속에서 부모라는 권위를 휘두르는 인물이 내가 아닌지, 혹은 상처를 주는 부부는 아닌지 슬쩍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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