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 (Paperback)
Max Tegmark / Vintage Books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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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며칠 됐는데, 어떤 평을 올릴까 곱씹다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냥 두서없이 몇 자 남기기로 했다. 


일단 별 세 개는 이런 이유로 준다. 이 책은 크게 보면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부분은 기존에 많이 알려졌던, 하지만 테그마크가 정리한 현대 과학(우주론,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이다. 그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과학이 이룩한 성취의 내용과 의의를 잘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별이 3개이다. 


이후는 왜 다중우주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그의 주장과 생각이다. 사실 그는 다중우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외부 실재 가설(External Reality Hypothesis)'은 '수학적 우주 가설(Mathematical Universe Hypothesis)', 즉 '4단계 다중우주'를 시사하며 이것이 갖는 의미를 얘기하는 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과학적 방식일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는 느낌도 있다. 그 자신은 '수학적 우주 가설'을 철저히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어 급변하는 과학계 발전에 조금 뒤떨어진 감이 있다. 저자는 태초의 중력파를 검출하여 인플레이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BICEP2 실험의 흥분을 언급한다(p. 110). 하지만 2015년 초 이 실험은 데이터 분석의 오류로 밝혀졌다[1]. 이 책이 출간된 직후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언급할 때 허사비스의 딥마인드나 ChatGPT 등은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같은 스웨덴인인 다니엘손은 최근 <세계 그 자체>를 출간했는데[2], 왠지 테그마크의 이 책을 읽고 그 반론으로 쓴 것 같다. 스몰린과 다니엘손을 먼저 읽은 나는 수학이 단지 우리가 자연을 기술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중우주에 부정적이다. 이 책은 내게 반면교사로서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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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처 기사: Gravitational waves discovery now officially dead

[2] 스웨덴어 원서 <Världen själv> 2020년 출간, 영어판 <The World Itself> 2023년 2월 출간, 국역판 <세계 그 자체> 2023년 8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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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차하는 여의도역 지나쳐 내려서 파란 하늘 양털 구름 밑에서 여의도로 걸어가는 인파들. 

길을 몰라도 여의도로 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마음 속에는 모두 같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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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1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이쪽 분들이랑 합류할 걸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무리는 상당히 적어서 저는 내내 마음 졸였다는...

blueyonder 2024-12-11 15:46   좋아요 2 | URL
알라딘 인싸인 단발머리님을 여기서 뵐 뻔... ㅎㅎㅎ
이렇게 여의도 가본 적은 없어서 인터넷 지도 켜야 하나 했는데 웬걸요. 그냥 따라 가면 되더라고요. 여의도 건너가는 다리도 사람이 많아서 막히니 더 걸어가서 다른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고 앞에서 소리치며 얘기해 주신 분도 계셨고요, 도로 건널 때 차 잠시 막고 건너가라고 교통정리 해 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은하수 2024-12-11 17:50   좋아요 2 | URL
저도 너무너무 가고 싶네요...
응원합니다^^

blueyonder 2024-12-11 19:53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테그마크는 이 책에서 곱씹어볼(동의가 안되는?) 얘기를 한다. 여러 물리 이론이 (다양한 의미로)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이른바 '다중우주multiverse'의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는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Parallel universes are not a theory, but a prediction of certain theories. 


다중우주(평행우주)는 이론이 아니라 이론의 예측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Parallel universes (if they exist) are things, and things can't be scientific, so a parallel universe can't be scientific any more than a banana can.


다중우주는 이론이 예측하는 '사물'일 뿐이므로 바나나가 과학적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학적'이라는 말은 '반증가능함'과 동의어로 쓰였다. 많은 이들이 다중우주가 반증가능하지 않다고 과학적이 아니다 또는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테그마크는 이론만이 과학적일 수 있으며, 이론의 예측은 사물과 마찬가지어서 과학적일 수가 (반증가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위의 상자 안에 있는 말에 그런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론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 이론이 예측하는 '사물'도 맞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if they exist)"라고 한 발 빼는 문구를 넣어 두었다. 


이론이 지금까지의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면(즉 성공적인 이론이면), 그 이론의 예측인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는가? 결코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테그마크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론은 언제나 임시적이니까.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중우주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흥미로운 대상일지는 몰라도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는 듯이 보인다. 다시 테그마크는 다중우주는 '과학적일 필요가 없어'라고, 단지 이론의 '예측'이며 '사물'일 뿐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바나나와 같다니까!' 결국 개인의 취향 문제인가? 


테그마크는 여러 다중우주를 다음과 같이 단계를 붙여 정리한다. 


이론 -> 예측

인플레이션 이론 -> 1단계 다중우주

인플레이션 이론 + (끈이론 등이 얘기하는) 우주의 '풍경' 이론 -> 2단계 다중우주

파동함수 붕괴가 없는 양자역학 -> 3단계 다중우주

외부 실재 가설 -> 4단계 다중우주


여러 물리학자들이 각자 다른 의미로 '다중우주'라는 말을 써서 테그마크가 정리하고자 '단계'를 도입했다고 한다. 2단계 다중우주 사이에는 적용되는 물리법칙도 다르다. 테그마크는 이 모든 다중우주를 믿는 듯하다(특히 그의 주장인 4단계!). 


사실 인플레이션 이론조차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도입된 가설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현재 주류처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이론과 경쟁하는 다른 가설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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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24의 글을 그대로 옮겼다(책에도 위와 같이 상자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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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시먼즈 교수의 <World War II at Sea>가 <2차대전 해전사>로 번역되어 나왔다. 원서가 2018년에 나왔는데 2024년에 나왔으니 비교적 빨리 번역됐다. 그만큼 좋고 중요한 책이라는 방증일 터이다. 독자 평을 보면 대개 잘 읽고 있는 듯싶지만, 번역에 대한 지적들이 나온다. 내가 조금 살펴본 후 내린 결론은 번역에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번역은 현역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했다고 하는데 특히 해군사와 해군 용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보인다. 번역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다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 오역: 완전한 오역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첫 장에 나오는 독일 해군 U보트 함장 귄터 프린의 계급이다. 독일 명칭은 Kapitänleutnant이고,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는 우리의 대위 계급에 해당한다. 번역서는 중위라고 지속적으로 적고 있다. 영어원서에서 Kapitänleutnant 다음 괄호 안에 lieutenant라고 해 놨음에도 이렇다. 해군의 lieutenant는 대위이다. 미군 계급 명칭은 해군과 육군이 다르며, lieutenant는 육군에서는 보통 중위(first lieutenant), 해군에서는 대위를 지칭한다. 해군 용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이 이런 뜻이다. 


그 다음 대표적 오역은 torpedo bomber에 대한 것으로서, 지금까지는 ‘뇌격기’로 번역돼왔다. 역자는 이를 ‘어뢰기’라는 말로 번역했다. 혹시나 어뢰기라는 말이 있나 싶어 사전을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는다. 역자가 말을 새롭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장의 제목 중에는 ‘무역 전쟁’이 있다. ‘War on Trade’를 번역한 말이다. 2차대전 중의 War on Trade는 요즘 많이 언급되는 예컨대 관세 등을 이용한 무역 전쟁이 아니다. 잠수함 등으로 적의 수송선을 파괴하여 해상운송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역 전쟁’은 잘못된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 대신 ‘통상’이라는 말이 보통 많이 쓰이며, ‘통상 전쟁’, 또는 ‘통상 파괴전쟁’이 좀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 명백한 오역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전쟁사 읽었던 이들에게는 거슬리는 것들: 몇 페이지 넘겨보지 않다가 단박에 눈에 들어온 것은 ‘전투순양함’이다. battle cruiser를 번역한 말인데, 그보다는 ‘순양전함’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battle cruiser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장갑과 무장을 조금 희생한 ‘전함’이라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항모 ‘기동부대’를 ‘기동 타격대’라고 번역한 곳들이 나오는데 어색하다. 경찰 기동타격대가 떠오른다. ‘기동 타격부대’라고만 써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일본해군 전함 ‘金剛’은 보통 ‘공고’라고 쓰는데 이를 ‘곤고’라고 쓴 것도 어색해 보인다. 모두 나열하지 않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종종 눈에 띈다. 


- 역자의 선택으로 용인가능한 것들: 일본의 ‘해군 대신’을 ‘해군 장관’으로, ‘해군 군령부총장’을 ‘해군 참모총장’으로, ‘해군 병학교’를 ‘해군 사관학교’ 등으로 번역한 것은 용인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서를 번역한 책들은 아마 거의 그대로 일본 용어를 썼을 터이지만, 대응하는 우리말 용어가 있기 때문에 역자의 선택으로 이렇게 번역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위의 일본 용어들을 고유명사라고 보는 이들이나 이전에 전쟁사를 많이 읽은 이들에게는 이런 부분들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질지 모른다. 


영어원문과 번역문의 문장을 꼼꼼히 비교하며 번역의 정확성을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지적한 용어 부분들을 감안하고 읽으면 그냥 읽을 만하는 느낌이다. 부정확한 용어의 번역에 대한 아쉬움을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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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시아.태평양전쟁 일본 근현대사 6
요시다 유타카 지음, 최혜주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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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1941년 12월에 시작되어 1945년 9월에 항복문서 조인으로 끝난 전쟁을 '아시아·태평양전쟁'이라고 부르기로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에서 당시 사용했던 '대동아전쟁'은 "너무나 이데올로기 과잉의 호칭"이고, 현재 많이 사용하는 '태평양전쟁'은 "미일 본위의 호칭으로, 중국전선이나 동남아시아 점령지의 중요성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거대하고 잔인했던 전쟁을 객관적 시선으로, 전황에 따라 일본 내부에서 진행됐던 정치적, 사회적 사실에 대해 담담하게 기술한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전쟁에서 천황의 역할과 전쟁이 일본 민중과 사회의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비교적 짧지만(257페이지까지가 본문)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다양한 사료를 이용하여 일본 내부의 관점에서 잘 요약 정리하고 있다. 


번역은 일본 용어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원서는 2007년에, 번역서는 2012년에 출간됐는데 요새는 이렇게 번역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한자 단어를 일본에서 수입한 우리로서는 한편 당연한 것들도 있지만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와 일본이 사용하는 용어가 다른 것들도 꽤 된다. 대표적인 것이 항공모함을 줄여 부르는 단어이다. 우리는 이를 줄여서 '항모'라고 하지만 일본은 '공모'라고 한다. 역자는 일본 용어 그대로 공모라고 쓰고 있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일본 단어와 일본어를 공부하는 느낌은 있다.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의 제6권으로 출간됐는데, 시간이 나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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