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Scientist (주간 영국판): 2019년 08월 03일 - 영어, 매주 발행
New Scientist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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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ity is virtual

Natural selection has given us sensory systems that are a simplifying user interface for the complexity of the world. Space, as we perceive it around us, is a 3D computer desktop, with tables, chairs, the moon and mountains icons within it.

  In other words, our senses constitute a virtual reality.

  ...we create an apple when we look, and destroy it when we look away. Something exists when we don’t look, but it isn’t an apple, and is probably nothing like an apple... Physical objects, and indeed the space and time they exist in, are evolution’s way of presenting fitness pay-offs in a compact and usable form.

  That leaves the fact that treating our observed, subjective reality as objective reality has allowed us to create scientific theories — frameworks that allow us to make predictions about how the world works, and so are presumably part of an objective reality that exists outside our heads.

  This approach aligns with the quantum-Bayesian interpretation of quantum theory, or QBism, in which the uncertainty inherent in quantum observations is all in the minds of the obser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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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The Trouble with Physics>와 마찬가지로 초끈 이론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책이다. 어떤 내용인가 읽어보는데,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마 번역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는 Introduction 부분이다. (Introduction이 ‘입문’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내게 특히 감명 깊었던 책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한계를 넘어서Across the Frontier>였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태동기인 1920년대 하이젠베르크 자신의 경험담을 모아 놓은 일종의 회고록으로, 여기에는 동료들과의 등산길에서 물리적 실체에 대하여 나누었던 긴 토론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이때의 이야기들은 슈뢰딩거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을 크게 자극하여 1925년 양자역학을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독일 상황에 대해 알아 가면 갈수록, 중요한 통찰을 얻으려 오솔길을 산책하는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도반들의 모습이 내 가슴속 깊이 다가왔다. (17페이지, 강조를 위해 밑줄 추가)


<한계를 넘어서Across the Frontier>란 아마 우리말로 <부분과 전체>로 번역된 책인 모양이다. <부분과 전체>에 어린 하이젠베르크가 친구들과 산으로 하이킹을 가서 원자를 이해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 밑줄 친 부분이다. 이런 10대들의 토론이 “슈뢰딩거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을 크게 자극하여 1925년 양자역학을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읽는 순간 말이 안 되는 번역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원문을 찾아봤다. 원문은 이렇다.


  One book that made a strong impression on me was Werner Heisenberg’s memoir Across the Frontiers, in which he tells the story of his experiences during the 1920s, the early days of quantum mechanics. He describes long debates with his friends about the nature of physical reality, held during hikes in the local mountains. The basic ideas at issue were those that soon led him, Erwin Schrödinger and others to the explosion of new ideas about physics that was the birth of quantum mechanics in 1925. Later on, after I had learned more about events in Germany between the wars, the image of Heisenberg and others in his youth group marching around the mountains to attend large inspirational gatherings began to take on more troubling aspects. 


“이때의 이야기들은 슈뢰딩거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을 크게 자극하여 1925년 양자역학을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의 원문은 “The basic ideas at issue were those that soon led him, Erwin Schrödinger and others to the explosion of new ideas about physics that was the birth of quantum mechanics in 1925.”이다. “이때의 이야기들”이 “물리학자들을 크게 자극하여 1925년 양자역학을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이때의 문제의식은 이후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등이 가졌던 문제의식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고 결국 1925년 양자역학의 탄생을 가져온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의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묘한 것 같지만 분명히 다른 이야기다.


읽다 보면 이 인용문에는 오역이 하나 더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다음 문장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독일 상황에 대해 알아 가면 갈수록, 중요한 통찰을 얻으려 오솔길을 산책하는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도반들의 모습이 내 가슴속 깊이 다가왔다.”이다. 이 문장만 봐서는 오역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원문과 비교를 해봐야 완전한 오역임을 알게 된다. 원문은 “Later on, after I had learned more about events in Germany between the wars, the image of Heisenberg and others in his youth group marching around the mountains to attend large inspirational gatherings began to take on more troubling aspects.”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저자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 독일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자,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산을 돌아다니며 행진하는 청년 집단들에 속한 하이젠베르크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 우려스럽게 다가왔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청년 집회들은 독일 내에서 일종의 내셔널리즘 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동이 결국 히틀러의 집권과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걸 알고 있는 우리는 하이젠베르크의 이러한 모습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중요한 통찰을 얻으려 오솔길을 산책하는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도반들의 모습”이란 의미는 어디에도 없다. “inspirational”이라는 단어를 “중요한 통찰”이라고 번역했지만 inspiratio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the action or power of moving the intellect or emotions”라는 뜻도 있다. inspirational gathering은 결국 고무된 집회 정도의 뜻이겠다. 


원문을 번역문과 대조해 보면 이 외에도 지적하고 싶은 내용들이 또 나온다. 위의 문단 이전에 나온 부분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20세기 물리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면서 현대물리학의 이정표 역할을 해 왔지만, 지금은 ‘한물 간 이론’으로 취급을 받는다. (15페이지)


이 문장도 자체로는 이상하지 않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한물 간 이론’으로 취급을 받는다”는데, 뭐 저자가 그렇게 썼으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원문을 보자.


  The story of how the discovery of the principles of special relativity and quantum mechanics revolutionised twentieth-century physics is by now a rather old one.


원문을 보면 역자가 저자의 글을 완전히 왜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결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한물 간 이론”이라고 기술한 적이 없다. 특수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원리들의 발견이 20세기 물리학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꾸었는지의 이야기가 이제는 낡은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역자의 번역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특수 상대론이나 양자역학은 학문적 고전이다. 그 학문이 이미 다른 것으로 대체가 되어 더 정확한 이론이 있다고 해도 고전은 여전히 고전이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이 고전을 배울 것이다. 뉴턴 역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여전히 고전 음악을 듣고 고전 문학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래됐다고 해서 ‘한물 간 이론’이 아니다. 뉴턴 역학이든, 특수 상대론이든, 1925년의 양자역학이든 여전히 널리 쓰인다.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오래된 학문이 적용 안 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적용이 되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잘 쓰고 있다. 


조금 더 읽다 보니 또 하나의 왜곡을 알게 됐다. 그 다음, 1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2003년 교토京部[원문 오타(한자)] 학술회의에서 폐회연설을 맡은 이론물리학자, 데이비드 그로스David Gross는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인용하며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발언을 마쳤다. “절대,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29페이지)


그로스가 포기하지 말라고 한 것은 무엇일까? 번역본을 계속 읽어보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끈이론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문과 대조하여 읽어보면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로스는 책에 이후 인용된 바와 같이,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설파한 물리학의 원칙이자 꿈—물리상수들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완벽히 설명된 이론—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끈이론은 결국 이러한 꿈을 이룰 수 없고,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에 기대어 우리 우주를 설명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그로스가 마치 끈이론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오역된 부분이다.


  그러나 끈이론에서는 ‘가능한 우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유일성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그래도 끈이론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그로스의 연설은 바로 이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31페이지)


끈이론을 포기하지 말라고 번역한 것은 의도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역자의 선입견으로 인한 것일까? 원문은 이렇다.


   This abandonment of Einstein’s creed that so worried Gross has taken the form of an announcement by several leading theorists that string theory is compatible with an unimaginably large number of different possible descriptions of the world, ...


원문에서는 그로스가 크게 걱정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믿음—위에서 말한 꿈—의 포기라고 나와 있지만, 역자는 여기에 원문에는 없던 “(그래도 끈이론을)”을 넣어가며 억지로 꿰맞추고 있다. 번역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번역하는 것이 미덕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맥의 왜곡이 있으면 안 된다. 99퍼센트가 올바른 번역이어도 1퍼센트의 오역으로 욕을 먹는 것이 번역자의 숙명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자의 나태함으로 인한 실수나 글의 문맥과 핵심의 왜곡, 특히 그것이 역자의 선입견에 기인한 오역이라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도적 오역은 (만약 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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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9-08-1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블로그: http://www.math.columbia.edu/~woit/wordpress/
 
Goodbye Mickey Mouse (Paperback)
Len Deighton / HarperCollins Publishers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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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44년 초,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영국에 주둔한 미국 공군은 독일군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 작전을 펴고 있었다. 영국 공군은 폭격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야간 폭격을 했지만, 미국 공군은 대담하게 주간 폭격을 했다. 1940년의 영국전투에서는 독일 공군의 공습을 영국 공군이 요격했지만, 이제 전세는 뒤바뀌어 연합군의 공습을 독일 공군이 요격하는 처지였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폭격기는 전투기의 먹잇감이었으므로, 주간 폭격에는 전투기의 호위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소설은 미국 공군의 호위 전투기 부대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소설이라지만 전투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전투 장면보다는 전투기 기지를 배경으로 한 당시의 상황 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소설은 아니다. 어찌 보면,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은 비극이다, 라고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더 생각해 보면 결국 인생이 비극이 아닐까. 이러한 인생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길까. 


책 속 몇 구절:


...‘But the real difference between a P-47 and a P-51 isn’t any of those things,’ said Colonel Dan sarcastically. ‘General Bohnen told me the real difference, so button your ears back. The P-47 costs Uncle Sam 115,434 dollars and these P-51s are only 58,546 dollars apiece. For less than two thousand lousy bucks added onto the price of a Jug, you get two Mustangs.’

  ‘But there are other cost factors — maintenance, stocking spare parts and ...’

  ‘Don’t think that HQ hasn’t got fingers enough to work that one out, Duke. I told him the way the Merlins are wearing out at under two hundred hours. He tells me the air war is hotting up and we’re not going to have many ships lasting anything like that long in operational use.’

  ‘Did he say that?’ It sounds callous expressed that way. Duke Scroll took off his spectacles and, holding them up to the light, tried to find some dust on them.

  ‘He said the Jug cost too much, drank too much gas, and was overweight with it. I said, you’ve just described my wife, General, but I love her dearly.’

  ‘What does its weight matter?’ The Exec put his glasses on and started at him. Less than two hundred hours! How many of the pilots would survive a tour if that was the life expectancy of their planes?

  ‘Weight matters to HQ. That old bastard is trying to move us out of here, Duke. He says, and he’s got it printed in the manufacturer’s handbook,’ Colonel Dan added sarcastically, ‘the P-51s are only seventy per cent of the weight of a Jug. He says our Mustangs don’t need these concrete runways — they could put bombers here. The planners at HQ say we could manage on a grass field and to hell with the mud. The better weather is coming, and that’s official.’ (pp. 229-230)


왼쪽이 P-47 Thunderbolt ("Jug"), 오른쪽이 P-51 Mustang.


...Porky read the prayer:


But the souls of the righteous are in the hand of God, and there shall no torment touch them.

In the sight of the unwise they seemed to die; and their departure is taken for misery,

And their going from us to be utter destruction; but they are in peace. (p. 253)

  ‘So let’s go home,‘ said MM, and all the aircraft pulled in tighter together. The six pilots, alone in their single-seaters, couldn’t help each other over the cold dark sea, but some atavistic feeling made them want to fly closer together and MM got comfort from that. 

  The formation had only just passed over the Dutch coast when Rube Wein came on the radio. ‘Blue leader from Blue Two — I can’t make it to England.’ His voice was as calm and matter-of-fact as it always was.

  ‘What in the hell do you mean, Rube?’ demanded MM indignantly. He was the casualty, everyone knew that, so why was Rube trying to steal his thunder?

  ‘I’m out of gas. It’s this goddamned blower.’

  ‘Shit, Rube. We’re practically there now.’

  ‘It’s no use, MM. I’ve been nursing her, but the needles are out of sight.’

  ...

  ‘Now listen, Rube...’ But MM’s advice went unheeded as Rube’s wing tip tilted steeply and he began a wing-over that dropped him out of formation belly-up like a dead fish. (pp. 34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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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 파울리, 배타 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지음 / 계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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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양자역학에 대해 이처럼 자세한 책을 읽지 못했다. 특히 원자의 선 스펙트럼과 이를 통한 원자 구조 연구에 대한 내용은 정말 상세하다. 저자는 수식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맛보기에 가깝지만, 대중과학서에 수식 쓰기는 금기에 가깝다고 하던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다양한 내용과 등장인물로 인해 초기 양자역학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배타원리exclusion principle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 같지만, 그 외 양자역학에 기여를 한 많은 이들(러더포드, 보어, 조머펠트, 보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디랙 등)과 그 외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프라운호퍼, 슈테른, 게를라흐, 로렌츠, 에른페스트, 호우트스미트, 울렌벡, 크라메르스, 크로니히, 드브로이, 페르미, 보즈 등)까지 상세히 언급된다. 


책 제목이 <스핀>인데, 처음에는 전자의 자전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러한 이해는 올바르지 않고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면 나올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성질이라는 결론을 얻기까지 물리학자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연구되는지에 대한 좋은 소개로 읽을 수도 있고, 다양한 물리학자들의 삶과 인생 역경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으며, 분광학이 어떻게 원자에 대한 연구에 커다란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양자역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거기에 스핀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도입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저자의 원래 의도였을 텐데,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보니 매우 다층적인 책이 됐다. 


양자역학에 대해 처음 읽는 이라면 이 책 말고 다른 책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1]. 이 책은 ‘스핀’이라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우리가 널리 활용하고 있는, 자연의 핵심적 성질에 대해 저자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핀은 물질의 자성磁性을 설명하는 핵심적 개념인데, 이미 우리는 자석-특히, 쓰고 지울 수 있는 자석-을 엄청 많이 쓰고 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바로 그것이다. 좋은 책을 쓰신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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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얇지만 괜찮은 책은 데이비드 린들리의 <불확정성>이다. 


  1925년 6월 레이든으로 돌아온 울렌벡은 물리학에서 역사가로 방향을 바꿀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위징[원문오타, 하위징아]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레이든 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와 비교언어학을 가르치던 그의 숙부 코르넬리우스 울렌벡과도 이 문제를 상의했다. 숙부는 문화사를 전공하려면 우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어쨌든 현실적으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으면 받으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울렌벡은 라틴어를 배우러 헤이그에 다니기 시작했고, 에른페스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에른페스트는 울렌벡의 결심을 받아들여서 울렌벡이 졸업할 수 있도록 연구 주제를 주기 위해, 아직 학생이지만 스펙트럼의 전문가였던 호우트스미트와 함께 일하도록 주선했다. 그래서 울렌벡은 그해 여름 내내 호우트스미트로부터 원자의 스펙트럼에 대해서 배웠다. 

  운명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결말을 준비한다. 울렌벡은 결국 역사가가 되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 이유는 그해 가을, 울렌벡과 호우트스미트가 무언가를 발견해버렸기 때문이다. (265 페이지)

  로렌츠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울렌벡은 뭔가 문제가 많구나 하고 직감했다. 로렌츠는 여러 가지를 지적했는데, 예를 들어 전자가 실제로 회전을 한다면 전자 표면의 속도는 빛의 속도의 10배에 이르러야 했다. 또한 자기 에너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로렌츠의 조언을 들은 후 두 사람은 아무래도 이 논문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여겨서 에른페스트에게 가서 논문을 게재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에른페스트는 놀랍게도 그 논문은 벌써 투고했으며 곧 출판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들은 젊으니까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좀 해도 괜찮아.” 당사자인 울렌벡과 호우트스미트는 어이가 없었겠지만, 이런 말을 해준다는 것은 에른페스트가 얼마나 훌륭한 선생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편 이 논문에서 에른페스트는 저자의 순서를 알파벳 순으로 하지 않고 울렌벡을 앞에 오게 바꾸었다. 이에 대해서 호우트스미트는 “나는 이미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사람이라 독자가 내 이름만 기억하고 울렌벡의 이름이 무시될까봐 에른페스트가 염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전자의 스핀을 생각해낸 것은 울렌벡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275~276 페이지)

  그러면 파울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토머스는 이 사건에 대해 호우트스미트에게 “신의 무오류성이 지상의 교구에까지 미치니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농담을 했다. 아무리 파울리가 뛰어난 물리학자라도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는 것이다. 울렌벡은 프랑스 몽블랑 근처의 1951년 레주셰Les Houches에서 열린 여름학교에서 파울리와 나눈 대화에서, 파울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젊었을 때 내가 어리석었어!”라고 스스로를 책망했다고 기억했다. 파울리는 크로니히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느꼈다. 반드시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1928년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에 교수로 부임한 파울리는 크로니히에게 자신의 첫 번째 조수 자리를 제안했다. 그때쯤에는 크로니히도 마음을 어지간히 추슬렀는지 파울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수가 된 크로니히에게 파울리가 처음 한 말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을 해 주게”였다고 한다. 파울리는 자기 자신과 같은 파트너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크로니히도 훗날 이렇게 적고 있다. “첫 만남 이후 파울리와 나의 궤도는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생생한 분위기로부터 내가 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보어는 훗날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했다. “크로니히가 어리석었던 것이다.”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지 않은 책임은 그 자신의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종종 이렇게 냉정하다. (289 페이지)

  오늘날 우리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이루어진 훨씬 복잡한 복합입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스핀과 자기 모멘트는 쿼크의 스핀과 자기 모멘트, 그리고 쿼크의 결합 방식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쿼크의 스핀으로부터 양성자의 스핀을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들의 스핀을 단순히 더하는 것만으로는 양성자의 스핀을 설명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이론물리학의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 하나다. (41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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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7-2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에서 제게 정말 어려운 주제는 스핀인데, 제게 도움될 책일까요?

blueyonder 2019-07-28 23:34   좋아요 1 | URL
‘양자역학 = 상식적 이해 불가‘입니다. ^^ 다만, 스핀을 도입하게 된 과학적,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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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유산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실패(실수)의 교훈도 남겼다. 그의 실수라고 언급되는 것은 2가지인데, 하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우주에 적용했을 때 얻는 해가 불안정하자 우주상수를 추가한 것(나중에 우주가 팽창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폐기[1]),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첫 번째를 그의 가장 큰 실수biggest blunder라고 나중에 인정했지만, 두 번째는 결코 인정하지 않고 그만의 이론을 만들고자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책에는 프리드만, 르메트르와의 얘기 등 첫 번째 실수에 대한 얘기가 꽤 상세히 나온다. 두 번째 실수에 대한 얘기는 비교적 간단히 언급되는데, 보어나 하이젠베르크와 가졌던 양자역학에 대한 논쟁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이 책보다는 다른 책, 예컨대 <퀀텀스토리>나 <불확정성> 등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두 명의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 책은 아인슈타인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다루는 범위도 좀 다르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는 보어와의 논쟁 이후 통일장 이론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그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이다. 


보더니스의 다른 책 <E = mc2>이 그랬듯이, 이 책 역시 생생하고 재미있게 인물과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비교적 쉽게 학문적 내용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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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요즘 다시 우주상수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어찌 보면 아인슈타인이 맞았다고 할 수 있다. 


  1955년 4월 초에 그의 심장 상태가 악화되었다. 그의 의사들은 동맥류가 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에 대한 얘기가 나왔지만, 아인슈타인은 단호했다.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내 몫을 살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되고, 통증이 얼마나 "끔찍할" 지에 대해 물었지만, 의사들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없었다. 모르핀 주사가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상태가 조금 나아진 그는 안경과 함께 몇 가지 계산을 계속하기 위해서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런 후에 4월 18일 월요일 아주 이른 아침에 동맥류가 터졌다.

  그는 혼자 있었고, 아주 짧은 시간에 임종을 맞이했다. 그는 간호사를 불렀고,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는 그녀에게 몇 마디 말을 속삭였다. 그러나 독일어를 몰랐던 그녀는 노인이 사망하기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310~311 페이지)

  그러나 광범위한 중요 분야에서는 여전히 아인슈타인의 방법과 결과들이 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그의 업적이라고 밝힐 필요도 없이 그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광자, 레이저, 저온 물리학, 그리고 상대성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는 모두 베른, 취리히, 베를린에서 발표했던 그의 논문에서 직접 유래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생활에 미친 영향이나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켜준 방법에서의 이런 성과는 뉴턴의 업적과 비교될 수 있을 뿐이다. (31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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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1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 본인은 우주상수를 만든 것을 후회하고 실수라고 여겼지만, 사실 진짜 실수는 우주상수를 폐기한 일이었네요.. 아인슈타인이 조금만 참고 우주상수를 고집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예요. ^^

blueyonder 2019-07-16 19:52   좋아요 0 | URL
우리는 위대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모두 교훈을 얻는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물리학자도 실수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

북다이제스터 2019-07-1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젠가 양자물리학에서도 아인슈타인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 믿습니다. ㅎㅎ^^

blueyonder 2019-07-16 20:04   좋아요 1 | URL
이런 기대 역시 아인슈타인이 남긴 유산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