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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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월요일 아침은 시동이 늦게 걸리기 마련이어서,

눈을 꿈벅거리며 앉았는데,

어머니 한 분이 오셔서 이것저것 내가 대답을 할 새도 없이 막 물으신다.

뭐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물고 늘어져서,

동네방네 사돈의 팔촌으로 부족해서 소싯적 훈장님까지 내세우며 토를 달고 반박을 하시길래,

"엄마, 내 말 안들을거면서 왜 자꾸 말을 시키나?"

했더니,

"말을 많이 해야 건강해진대요...내 다 선생님을 생각해서 건강하시라고 그러는거 아니오~!"

하신다.

유 윈!, 강적이다~--;

 

난 내가 재잘거리고 수다스러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고,

직업의 특성 상,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걸 잘 하도록, 이를테면 행간을 읽는걸 잘 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나 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 셋이 나란히 앉았다.

하나 같이 꺼벙이 안경을 쓰고 옥수수를 여덟 알씩 훤히 드러내 보이고 웃는다.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이라는 소제목도 보이고,

'남녀노소, 지역불문, 세대초월!'이라는 문구도 선동적이다.

이쯤되면 제목인 '생각해봤어?'는 어느 순간 "우리 같이 생각해보지 않겠니?"하는 제안으로 탈바꿈하고,

조금 오버하자면, '생각' 두글자는 과감하게 생략해버고 "우리 같이 해보자~!"하는 멋진 프로포즈로 들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그동안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추린 것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기전에는 이렇게까지 괜찮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강연이나 특강 같은 것들을 직접 실시간으로는 접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책으로라도 챙겨 읽을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순간의 현장감이 빠져서 그런건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그대로인데 기대에 못미친적이 많았었기 때문이었다.

 

요번에도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이들 셋이라면 지명도만으로도 손색이 없고,

말빨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람들일텐데,

말빨껌과 말빨사전을 사은선물로 제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각 장마다 그 분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까지 초빙하고 있으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연상되어 살짝 불안했었다.

 

그런데, 노회찬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을 잘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도 안다는 의미,

정치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쓰여졌다.

 

이 책의 첫부분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추구하는 목표이자 방향을, (그게 이 책의 취지이기도 한데,) 그걸 진중권은 이렇게 얘기한다.

♣진중권 ㆍㆍㆍㆍㆍㆍ 듣는 것이 없으면 생각하던 대로 살게 되고, 말하지 않으면 함께 잘사는 법을 찾을 수 없잖아요.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면 그게 바로 눈먼 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내가 아프고 다치게 되고, 또 남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지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25쪽)

 

그러니까 "생각해봤어?"란 타성에 젖고 무기력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목소리이다.

그걸, 유시민은 '때로는 사악한 의도보다 무지가 더 큰 죄를 만든다'(122쪽)고 생각한다고 표현한다.

 

 

알아야 면장(免牆)한다지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궁금하긴해도,

전문가들에게 묻기엔 사소하고 하찮다 싶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묻자니 오지랖이라고 할 것 같아서 한쪽으로 접어놨던 사안들을,

선악이나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개념을 잡고 소신을 가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알려줘서 좋았다.

일례로, 난 초등학교때, 북한은 공산당이며, 붉은 늑대나 괴물이라는 교육을 받았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통하여 본 그들의 모습이,

늑대처럼 이빨이 날카롭지도, 손에 털이 숭숭하지도 않았을때의 충격은

다큰 어른이 된 지금도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그래서 요즘 회자되는 일베의 경우에도, 부분으로 미루어 전체를 짐작하는 우를 범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했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의 몰지각한 행동이나 말로 미루어 전체 일베 회원들을 짐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일베 회원이기도 하지만, 늑대나 괴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 연후에,

사회경제적 배경을 함께 검토할 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유시민 그리고 뉴 라이트, 극우, 일베가 뒤섞여 사용되고 있는데,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쁘냐, 더 엽기적이냐, 이런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공동체, 이 국가를 어떤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거죠.

생각은 다를 수 있죠. 역사에 대한 해석도 다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이 일제 강점기 역사란든가 현대사에 대해 특정 의견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토론하면 돼요. 사실의 근거가 박약하면 지작하면 되고, 사실에 대한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다른 해석을 내놓고요. 그러나 국가권력을 동원해서, 자기의 사상과 이념을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먹이는 순간 국가는 사유화되는 겁니다. 그런 것에 대해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나누어서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요.(175쪽)

한국의 경제성장률 관련, 그동안의 다른 나라에서 보여주던 패턴과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그걸 주류 경제학자들도 잘 모르고 있단다.

 

인위적인 GMO를 두고도,

실제 개발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험실에서 진화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는 거라는 주장도 있다지만,

그걸 진화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GMO나 몬산토 관련, 위험을 무시해도 안 되지만 과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걸 소급하게 되면, 북한 공산당이나 일베처럼 사상이나 이념 따위 선악이나 가치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GMO 비의도적 혼입률이라고 해서 147쪽에 유럽연합은 0.9%, 일본은 5%, 우리나라는 3%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일본은 의무사항이 아닌걸로 알고 있다. 확인을 요한다.

GMO 비의도적 혼입률이 의미하는게 뭐냐하면,

쉽게 말해서 GMO가 아무리 많이 섞였다 하더라도 용인되는 수치를 말하는데,

유럽연합은 그걸 유럽연합은 0.9%까지, 우리나라는 3%까지 용인한다는 얘기이다.

일본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섞였어도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예로,

요즘 '해외 과자 수입 상품점'이 많이 생겨서 수입 과자들을 싸게 팔고 있는데,

겉포장지를 자세히 보게되면, 영양성분과 유통기간이 다 제각각인것을 알 수 있다.

백번 양보하여, 그 영양성분이 맞게 표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나, 유럽연합의 그것처럼 의무사항도 아니고, 규제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적어도 나는,

그 나라의 국력 내지는 지명도와 그 나라의 사상이나 이념, 이를테면 도덕성을 일치한다고 착각을 했었던 거다.

  

또 한가지, 정부가 나서서 용어  왜곡을 하고 있는데 이또한 생각해 볼 문제다.

어려운 용어를 더 어렵게 하여 모호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수사가 화려한 걸로 눈속임을 한다던지,

대표성을 띠는 선호하는 단어들을 택하는 경우,

우리가 그때그때 용어의 바른 의미를 인지하는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걸 수사학, 즉 레토릭의 정치라고 한다는데...

사용후핵원료=고준위핵폐기물,

정리해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대량해고= 구조조정,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방사성 폐기물관리공단=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 녹색에너지

등이 있단다.

 

암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불명예스러운 것에서 세계 1위다.

예를 들면, 한국의 노동시간은 전 세계 1위인데, 그 노동시간보다 수업시간이 더 길고...(260쪽)

최근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노인자살률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데, 70%이상이 경제적인 이유에서란다.(312쪽)

 

노회찬은 여기서 교훈을 하나 얻었다면서 이를테면 '반어법의 미학'을 얘기하는데,

앞으로 여야 어느 당이든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할 텐데,

무작정 더 많은 복지만 약속하면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좋은 노동, 제대로 된 고용과 함께 복지를 이야기할 때 건강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315쪽)

암튼, 말빨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이지만,

그런 그들일수록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하여,

자신을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에 두려고 애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말을 못한다거나, 덜 똑똑하게 느껴진 것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심성으로 비춰져서 좋았다.

 

思가 恐을 이긴다.

'생각해봤어?'가 "우리 같이 생각해보지 않겠니?"하는 제안을 넘어,

"우리 같이 해보자~!"하는 멋진 프로포즈로 들릴 수 있도록,

오늘도 마음인지 道인지 모를 그것을 열심히 갈고 닦아야겠다.

 

 

그동안 노회찬은 내 취향은 아니다 싶어 별 무관심이었는데,

요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건데,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닌 정치 꿈나무였으며,

무엇보다 첼로연주도 한단다.

그러고보니, 책 속의 내용들도 노회찬의 그것이 제일 바른생활 사나이 같고 도덕교과서 적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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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13 18:30   좋아요 1 | URL
저두 이 책 구입했는데 배송 기다리는 중이예요 양철나무님 덕분에 책 내용을 먼저 들여다보게되어 감사합니다 ^~^ 이 책 기다리며 팟게스트 조금 들어봤는데 재밌더라구요 책도 재밌게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ㅋㅡㅋ,,

양철나무꾼 2015-04-14 11:33   좋아요 1 | URL
그쵸, 그쵸~?^^
전 책 구입하고 배송기다리며 설레일때가 제일 좋아요~^^
막상 읽으면 기대에 못 미치는 책도 있고, 그렇지만...말예요.
마치 책과 연애하는 심정이랄까~~~ㅋㅋㅋ~.

푸른살이 2015-04-13 23:25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5-04-14 11:34   좋아요 2 | URL
반갑습니다, 푸른살이님~^^
강추합니다여, 후회하시진 않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