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놀기의 달인이다.

혼자 있는게 심심하고 아쉬워야 어울릴려고 노력을 하는데,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으니,

접근금지 철조망을 높이 쌓아올리고는,

'외로워 외로워~'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취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도 그렇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이해하기도 쉽고,

그리고 또 쉽게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고 '서울대학교 주제탐구 세미나 모음집'인 '사랑'이라는 책에 나와있더라.

책은 좋고 재밌다, ㅋ~.

근데, 내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거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니나라의 '내로라'하는 대학의 주제 탐구 세미나이면,

적어도 결과 내지는 나아갈 방향정도는 제시해주어야 할 거 아닌가?

그냥 '사랑'에 대해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기 쉽다, 하고 끝내서는,

너무 맹숭맹숭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랑
 주경철 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11월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ㅋ~.

내가 또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졌는데,

대책은 없고,

패턴을 분석해보니,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기 쉽다, 는 전철을 아주 잘 밟아 나가고 계신다.

 

내 첫사랑의 대상은 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언젠가 대학가요제에 나와서 '저 넘어 빈들에...'를 불렀던 '에밀레'의 강승원이다.

그때 수소문한바에 따르면, 강승원은 서강대 물리학과 출신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물리학도가 아닌, KBS 음악 감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가 만든 좋은 C.M 송들과 곡들이 많은데,

난 그의 곡 만드는 스타일, 노래하는 스타일을 다 좋아해서,

어느게 제일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의 음악적 열정은 어느 청춘 못지않지만, 머리 허연 중년의 아저씨가 겉모습이다.

 

암튼, 그의 음악적 열정과 재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강승원1집만들기 프로젝트' (=>네이버 뮤직 링크)라는 걸 만들었나 보다.)

나보다 나이 한참 많은 아저씨의, 앞날이 설레이고 기대되어 보기는 처음이다, ㅋ~.

 

또 한명 이 분도 서강대 물리학과란다.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쓰신 '이기진'님이신데,

이분의 딸은 그러니까 2ne1의 씨엘이란다.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이분이 멋진것은,

이 분의 '딴짓'이라는 것이,

소위 내가 그동안 꿈꾸었던 '공방'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럭셔리하게 포장하여 '공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는데,

이분의 그것은 정원달린 한옥으로, 이름하여 '창성동 실험실'이란다.

 

이분의 딴짓은 남이 보기엔 딴짓일지 모르지만,

본인을 그순간 사로잡는 그것을 불살라내는 열정이고 몰입인 것이다.

 

책의 삽화와 일러스트도 본인이 그린 것이라는데, 수준급이고,

글솜씨도 훌륭하다.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이분에게 폭 빠져들게 된건,

그러니까 유니크한 콜렉션 때문인데,

누구가에겐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기들을 골동품으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뛰어나다.

그러니까 안목이란 돈이나 시간의 여유가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하트 뿅뿅한 시선'이면 충분하겠다.

 

그걸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거기다가 글맛을 더하여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흔히 SF에서 상상하는 거처럼, 물리학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을까?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미래로 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어쩜 현실이 아닌 수학적인 공간에서라면 또 모르겠다. 아니면 지극의 작은 원자핵 내부, 그것도 절대로 인간이 확인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는 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 같은 시간 축 속에 모든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이다. 만약 사람마다 다른 시간 스케일을 가진다면 세상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물론 어린 아이의 시간, 젊은 20대의 시간, 나이 든 중년의 시간이 서로 다른 상대적 의미를 가질 수는 있다.느리게 간다거나 빠르게 간다거나 하는 느낌. 하지만 우리가 사는 물리학적 시간의 틀은 모두 같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진다.(17~19쪽)

 

같은 물리학자이고, 같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어제 페이퍼에 올린 '이명현' 같은 경우엔 '거짓말이냐, 아니냐'조차도 상대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애기가 될 수 있다고 했었던걸 떠올린다면,

 

과학이란건 어쩜, 냉철하고 이지적이고 답이 똑똑 떨어져야 하고 그런 학문이 아니라,

이렇게 예술적인 학문인지도 모르겠다, ㅋ~.

 

그의 유니크한 안목으로 골라낸 콜렉션들을 볼것 같으면,

 

이게 뭘까? 설탕을 자르는 가위란다.

 

 

이건 병따개, ㅋ~.

 

 

 

포도주를 담는 '암포라'라고 하는데, 액체의 증발을 막고 입구를 쉽게 봉하기 위해 주둥이를 좁게 만든단다.

 

각챕터의 소제목을 뽑아낸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남지도 않고, 남아도 좋은 브라우니, 라든지,

빵은 사연과 함께 먹어야 맛있다, 티를 마시는 것은 마술을 부리는 것,

막대 사탕의 창시자, 피에로 구르망, 등 제목도 한편의 시같은 것이 운율까지 갖추어 격조가 느껴진다.

 

이쯤에서 이 책의 처음에서, 이기진 님이 영화 '러브 어페어'의 대사를 인용한 걸 옮겨 보겠다.

"내 나이에 열네 시간은 그냥 열네 시간이 아닙니다."

 

삶의 질이 현저히 개선되고, 의료수준이 월등히 향상되어, 백세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천년, 만년을 살것처럼 굴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물리학적 시간의 틀을,

느리게 간다거나 빠르게 가게 할 수 있는 건, 개인의, 상대적인 느낌 상의 시간일 뿐이고,

오늘 이 시간, 이 순간이 두번 다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이시간,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그러니까,  '서울대학교 주제탐구 세미나 모음집'인 '사랑'이라는 책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기 쉽다, 는 패턴을 분석해 내는데서 그칠게 아니라,

그 사랑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주제탐구 세미나'를 했어야 한다.

 

뭐, 나 같은 혼자 놀기의 달인은 어찌되었건 간에,

낄낄거리면서,

혼자 잘 놀 궁리를 해주시겠지만 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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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2-06 19:11   좋아요 0 | URL
글 감상, 사진 감상, 노래 감상까지 잘하고 갑니다. ^^

양철나무꾼 2015-02-08 09: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카스피 2015-02-06 23:41   좋아요 0 | URL
와우 좋은 글이네요^^

양철나무꾼 2015-02-08 09:58   좋아요 0 | URL
요즘 님 뜸하시더군요, 잘 지내시나요~?^^

2015-02-27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8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