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정말 책이 좋다.

문자 중독, 활자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글로 쓰여진 형태를 취했으면 모든걸 다 주워 읽지만,

그런 나도 읽다가 내팽개치는 것들이 있는데,

학창시절 고전이라 불리우는 문고판 책들이 그랬었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건지 알 수 없었는데,

난 그걸 너무 어려서 글쓴이들의 정신세계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라거나,

정서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던것 같다.

 

그런 내가 또 한번 좌절을 겪었었던건, 장르소설 번역가로 알려진 K씨의 작품들을 접하면서였다.

내가 장르소설을 접했을때는 문고판 고전보다는 좀 커서였다.

그가 번역한 장르문학을 읽으며 나이먹어갔다고 할 정도로,

그가 장르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은 충분히 인정을 하지만,

그의 날림번역은 세월이 흘러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작품에서 날림을 잡아내는 내 눈은 점점 세심해져 갔다.

답답할 때도 있었고 속이 상할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흥분시킨건

그런 그가 깨어있는 척하고 학술지등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말만 할뿐,

십여 년동안 번역본을 손보고 탈고하는 과정을 통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없어서라면 새로운 번역물도 뜸해야 할텐데,

새로운 번역물은 꾸준히 쏟아내고 있어서,

급기야 그같은 급조된 날림 번역본을 읽을바엔,

'차라리 내가 장르소설 번역을 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마리앙토와네트 같은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요번에도 그와 비슷한 경우이다.

사람이니까...번역의 오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오역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번역자가 중간에 자신의 감정을 개입시키는 순간 탄생하는 작품은 더 이상 원작은 아니다.

1987년에 나온 작품을 25년 사이 세번이나 새로 번역하여 바로 잡았다고 김화영은 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정서의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김화영이 25년동안 작품을 번역하는 능력,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전혀 원숙하지 않았거나,

본인은 새로 번역하여 바로 잡았다는 그것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이루어진 일이 아닌가 의문이 생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정서가 그냥 명성과 권위에 대항하기 위하여, 또는 한 개인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하여...

이런 작업을 감내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세번을 읽어야 한다던 그렇게 어렵다던 까뮈가,

이렇게 쉬이 읽히다니...

어찌된건가 싶다가는,

무릇 노벨 문학상을 받은 대작이란 것들이,

그렇게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었던 적은 없지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게,

그게 보통의 문학이 아닐까?

명성과 권위가 있는 몇몇 사람들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어려운 소설이었다면,

전세계 널리 읽히지도 않았을 것이고, 노벨 문학상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요즘 알라딘 서재, 이동네에서 이 책을 놓고 좀 시끄러웠었다.

누군가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뭐라고 뭐라고 하던데...

난 어찌되었든 '땡큐'다.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다면 난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고,

햇살 때문에 살해를 한줄 알았던 정신이상자 뫼르소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재탄생시켜준,

아니 바로잡아준,

이정서에게 땡큐를 날리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서의 노고를 칭찬하고 싶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좀 팔려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노이즈 마케팅이든 무엇이든,

충분히 감내할 의사가 있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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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4-15 16:18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 ThanksTo~ 양철나무꾼님^^

jlovek 2014-04-15 19:24   좋아요 0 | URL
김화영 교수의 불성실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나타납니다.

"그가 나에게 조의를 표해 주는 쪽이 오히려 마땅할 일이었다."(민음사판)

일단 우리말 문장이 안 됩니다. .... 쪽이 .... 일이었다? 주술이 호응하지 않은 비문입니다.
세 번이나 고쳤다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이 구절의 이정서 번역은 이렇습니다.

"오히려 그가 내게 조의를 표해야 할 일이었다."(새움판)

그래서 저도 이정서 역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2014-04-16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