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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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손석희를 듣는데, '말.말.말'코너에서 '검붕'과 '멘붕'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나운서 출신의 그가 '검붕'과 '멘붕'을 버벅거리며 발음한 후,

검붕은 '검찰붕괴', 멘붕은 '멘탈붕괴'하고 풀어서 얘기하는걸 들으면서 좀 아이러니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존경하는 분에게 "멘.붕.임~--;" 하는 문자를 보냈을때가 떠올랐다.

대번에

"멘홀 속에 빠졌다구?"하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멘홀이 붕괴되어 그 속에 빠진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셨던 게다.

'말'이란 건 생각이나 느낌을 누군가 대상에게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인데,

'멘.붕.'이 '멘탈 붕괴'의 줄임말인지, '멘홀 붕괴'의 줄임말인지...를 놓고,

내가 그분과 어떤 사회적인 약속도 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혼자 마음 속에 담아 두고만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내 생각이나 느낌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타내어 표현하고 전달하게 된다.

이때, 나와 그 누군가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가 다르다면,

사회적 합의나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줄임말이나 은어, 속어 따위로 인하여...

'말'이 생각이나 느낌을 누군가에게 나타내어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라는 이 책은,

내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적절한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 교감과 소통에 관한 책이라고 하고 싶고,

교감과 소통이라고 할 것 같으면,

우리 삶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화두이기도 하지만,

교감과 소통이 필요한 제일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라고 하지만 말 안하고 눈빛만으론 아무것도 알 수없는 사랑하는 사람 사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인생 지침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고,

사랑에 관한 명언집이나 아포리즘이라고 봐도 좋겠다, ㅋ~.

 

이 책은 나(=자신)의 언어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신은 개구리다.

당신의 부모님도 개구리다.

개구리는 개구리다운 생각과 언어를 반복한다.

개구리에겐 꿈도 없을 뿐더러 개구리 언어를 고집한다.

개구리가 공주나 왕자가 되기 위해선 사랑의 입맞춤이 필요하다.

공주와 왕자는 공주와 왕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내가 이 책을 사랑에 관한 명언집이나 아포리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 이유는,

개구리가 공주나 왕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걸로 '사랑의 입맞춤' 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에게 사랑의 입맞춤은, 공주나 왕자로 변신하는 열쇠다. 이 입맞춤 없이는 자신의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기란 불가능하다. 강렬한 사랑에 빠져야 우리는 고양된다.

  사랑이란 단순히 어떤 멋진 대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웃음이 많아지고,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기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지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기꺼이 자기 헌신을 감수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자신이 먼저 사랑스럽게 변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도 스스로가 사랑스럽게 변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싶은 진짜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자기 자신에게서 생겨나는 이 신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스스로 매혹적인 사람으로 변한다.(16쪽)

 

이 부분을 곱씹어보면,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분홍분홍*^^*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는데도 분홍분홍*^^*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란다.

'기꺼이'나 '스스로'라는 단어만으로도 벅찬데...

이 분홍분홍*^^*한 신비한 에너지가 자기 자신에게서 생겨난다는 걸 깨닫게 되면 얼마나 황홀할까?

 

우리는 사랑이 주는 변화의 초점을 '나' 아닌 '상대방'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상대방을 사랑하는 주체는 '나'인 것이다.

상대방을 사랑함으로 인해서...

나에게 웃음이 많아지고,

나에게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기고,

나의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지고,

내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내가 기꺼이 자기헌신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은 상대방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사랑의 주체가 상대방 자신이라는 얘기이다.

 

이렇듯 사랑을 하는 주체가 '나'인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언어로 표현할때,기계적으로 정리해버리거나, 통속적인 일상어로 속화시키거나, 감상적 도취와 과장된 자기미화의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자신이 실질적으로 느낀 정서를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는 실질언어로 표현할때야 비로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겪은 경험의 실질적 내용 그대로를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모습은 자신감 있어 보이는 미남이지만, 심층태는 '부끄러움을 심하게 타는 신경증 환자'일 수 있다.ㆍㆍㆍㆍㆍㆍ특히 우리가 어떤 사람을 솔직하게 평가할 때는 그가 어떤 생각과 언어로 행동하느냐를 잣대로 삼아 판단한다. 인간은 언어로 의식하고 사유하며, 심지어 무의식조차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어야말로 한 사람의 사유의 실질적인 작동방식이어서, 아무리 예쁜 미인일지라도 속악하고 천한 문법을 사용하면 속악하고 천한 여자로 읽힌다. 아무리 점잖은 교수일지라도 강의 내용이 식상하고 게으르다면 실질적으로는 식상하고 게으른 식충이로 여겨진다.

  한사람이 사용하는 말투, 억양과 음성, 문장구조와 내용은, 그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고 만나는 가장 실질적인 방식이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실질태다. 그의 직업, 나이, 재산, 학벌과 무관하게,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개 같은 놈이거나 개만도 못한 놈이거나, 그저 평범한 사람이거나 존경할 만한 어른 등등으로 가름된다.

  그럼에도 평소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일상언어의 실질태는 개구리 언어다.(23~24쪽)

 

  의미가 대충 비슷하다고 이제까지 관용적으로 관습적으로 상투적으로 써 왔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문장 길이나 문법구조뿐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태도, 가령 어휘나 악센트나 억양까지도 새롭게 다듬고 바뀌어야 한다. 말투와 자세까지 변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언어 사용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없으며, 사람이 변하면 그 사람의 언어 또한 변한다. 내가 변하지 않고 문장 기술만 훈련하는 것은 글쓰기 공부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로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경험이어야 비로소 '창작으로서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30쪽)

그런 의미에서...'세살 버릇 여른까지 간다'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언어를, 말투와 자세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걸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사랑에 빠져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자기 자신에게서 생겨나는 그 신비한 에너지를 직접 경험해 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글쓰기'를 얘기하면서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이유이고,

글쓰기 책이지만, 인생지침서나 사랑에 관한 명언집 내지는 아포리즘이라고 불리워도 좋은 이유이겠다.

 집필과 독서는 참으로 독특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말하는 사람은 혼자 골방에 앉아 쓰고, 듣고자 하는 사람 역시 혼자 자기 골방에 앉아 읽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스스로 귀 기울임으로써 모든 사람이 귀 기울이도록 말하는 길이 열렸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만나는 길이 열렸다. 지금 말하면서 먼 미래에게 전하는 길이 열렸고, 먼 훗날에도 귀만 기울이면 오래전에 살았던 이의 생각을 알아채는 길이 열렸다.

  가히 놀라운 충격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간관계란, 멀리 있어도 말이 맞으면 가깝고, 가까이 있어도 말이 어긋나면 멀다. 만나도 말이 깊이 통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 것이고, 말이 깊이 통하거나 서로를 자극하면 떨어져 있어도 만난 것과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그런데 책이라고 하는 물건이 시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서로 연결시켜 놓았다.(38쪽)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밑줄 긋고 별표 꽁약~* 그려주고 싶은 구절을 분홍색 바탕체로 바꿔보았다.

집필과 독서가 없었다면, 바꾸어 말하면 글을 쓰고 읽을 줄 몰랐다면...

사람들은 대화상대를 찾아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나가야 했을 것이다.

이곳 알라딘서재도 마찬가지이다.

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글을 쓰기도 하고 쓴 글을 읽기도 하고,

자기집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넷 상을 오가며 생각을 주고받는다.

쓰고 읽기-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집필과 독서-를 통해서 성향과 생각을 파악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소통은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통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바꾸어 애기하면, 그게 누구든지 간에... 자기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을 향하여선 마음을 열어갖게 된다는 말도 될테고 말이다.

  언어는 '문자언어, 출판언어, 창작언어' 등에 의해 보다 세련되게 정련되는 역사를 걸어 왔다. 개구리가 '입말언어, 일상언어, 일반언어'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공주 왕자의 언어는 '출판언어, 창작언어'를 통해 자신의 언어 솜씨를 업그레이드 하는 언어를 가리킨다. 공주다운, 왕자다운 언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독서를 통해 '출판언어, 창작언어'를 자기 것으로 육화하는 동시에, 실질적 정직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아마도 우선은 수다를 떨거나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보는 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뉴스나 신문의 대부분이 관습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접촉이 제로 상태일수록 좋다. 반면 좋은 책을 찾아 읽는 독서 시간과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 헤매는 습작시간을 극대화해야 한다. 글쓰기 솜씨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선택을 얼마나 고집스럽게 수행하느냐, 얼마나 기꺼이 즐겁게 이어 가느냐 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온다.(52~53쪽)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뉴스나 신문의 대부분이 관습 언어를 시용하기 때문에 접촉을 덜하면 덜 할수록 좋다고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뉴스나 신문 같은것은 문자언어 또는 출판언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관습언어'로 분류된다는 것이 특이했다.

 

만약에 나에게 이 책을 읽은 느낌이나 소감을 정리해 보라고 한다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아무리 개떡이나 콩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분홍분홍*^^*해 지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개구리 언어를 접고 '사랑의 입맞춤'을 통하여 왕자나 공주로 거듭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사람이 지금껏 개구리 언어를 구사하였던 사람이었다면,

일부러 사랑의 입맞춤 따위를 해서 왕자나 공주의 언어로 거듭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그냥 편안하게...앞으로도 맘 편히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다.

'그래서'또는 '그렇기때문에'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건 참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또는 '있는그대로'또는 '본성'그대로'라는 허울 아래 이렇게 저렇게 바꾸려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고 기꺼이 사랑하고 싶다.

때문에 나의 이런 발언은 이 책의 취지랑은 좀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고 삶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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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12-01 07:35   좋아요 1 | URL
저는 신문을 끊은 지 열 해가 넘었고, 방송을 끊은 지 스무 해가 넘었어요.
그저 들여다볼 적에는 저 스스로 길들여지지만,
숲을 바라보며 살아가니 늘 숲내음을 사랑할 말이 샘솟더라구요.

양철나무꾼 마음을 빛낼 좋은 모습을 들여다보시기를 빌어요.
'책'에서도, 이런저런 자잘한 책보다는
'삶을 사랑스레 북돋울 만한' 알맹이들을 기쁘게 찾아서
마음을 빛내는 말을 누려 보셔요.

차좋아 2012-12-03 12:32   좋아요 1 | URL
최근 알라딘 서재를 다시 찾아왔는데 길었던 잠행 탓인지 조금 어색하여 이웃님들 서재 마실 다니며 며칠 서성였어요. ㅎㅎ
그래서 제 마음도 조금은 분홍분홍 ^^*

감은빛 2012-12-04 13:57   좋아요 1 | URL
역시 훌륭한 소개글이네요!
관심 갖고 있던 책이예요.
분홍분홍 *^^* 은 어떤 상태일까요?
일단 먼저 사랑에 빠져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