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운 백제는 가짜다 - 부여사로 읽는 한일고대사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혹 내 돈 주고 산 책 중에서 내가 이 책을 왜 샀지?’ 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 책은 그것보다 더해서 내가 이런 책을 사다니! 돈 아까워 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로. 그래서 이 책 리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다. 내가 리뷰를 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노출이 될 테고, 내 리뷰를 읽지 않고 오로지 책 제목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부정적인 의미로 위험하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절대로 읽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도 읽으면 안된다. 절대로 정말 읽으면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교수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학이 아닌, 전혀 다른 학문의 교수이다. 타 학문 교수라고 역사를 공부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문제는 저자가 유사사학을 신봉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는 그랬다.

 

물론 정말 어쩌면 진짜 극소수의 확률로 저자가 추측하는 내용이 진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기록이나 확실한 증거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저자가 근거라고 내세우는 유명한 역사서 기록들은 저자 개인의 입맛대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저자가 근거라고 내새우는 기록들을 인용할 때도 본인이 해석하기 유리한 문장만 쏙쏙 빼오고, /뒤 기록은 어물쩡 넘어간다고나 할까? 전문적인 단어를 구사하거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서를 인용하여 자기 말이 진실인 것처럼 속이는 그런 사짜의 느낌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진짜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몇번이나 참고 또 참았는지...

 

역사에 대해서 하나의 시각 만 고집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래도 나름 이런 저런 역사 관련 책을 읽어 왔다. ‘,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달았던 점도 정말 많았다. 과거에는 정설이 아니었으나, 뒷받침 할 만한 무언가가 발견되면서 정설이 바뀐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 내용은 틀렸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완전 넘어 섰다. 정설이고 학설이고 나발이고, 근거 따위 없는 그냥 주장이다. 문제는 저자 스스로가, 자기가 내세우는 그 주장이 100%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랄까. 심지어 본인의 주장은 소수 의견이라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매우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결국 한 150 페이지 정도까지 읽다가 책을 내려 놨다. 대체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검색해봤더니, 왠걸 하 ㅋㅋㅋㅋㅋ 내가 왜 책을 읽으면서 저런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선 저자가 삼국지에 대해 기술할 때 정사 삼국지가 아닌,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썼다는 사실에 일단 1차 충격. 삼국지 지도를 표기하는 데 일본 게임 삼국지의 지도를 가져와 썼다는 사실에 2차 충격. (진수의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저자는 완벽한 유사사학 신봉자였다.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춘분히 신빙성 있는 가설, 추론, 기타 등등 그러한 모든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그 끝을 본인의 주장으로 끝낸다는 점이다. 그가 거론한 한일 고대사 부분은 정말 많은 학자들이 꽤 오래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발로 뛰고, 직접 보면서 힘겹게 알아낸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쉽게 거론하는 건 물론이오, 심지어 터무니 없는 자기 주장의 뒷받침으로 쓴다는 점이 나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연구되어야 할 한일 고대사 부분이, 저자 덕분에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유일한 교훈은 온라인으로 책을 살 때, 장르&제목에 꽂혀서 사면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대한 확인은 필수다. 마음 같아서는 이딴 책을 우리집에 두고 싶지 않기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바로 내다 팔고 싶은데 그러면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그건 또 두고 볼 수 없으니, 그냥 집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는 걸로 마음을 돌렸다.

 

아참, 또 하나 얻은 교훈이 있었으니...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라고 전부 다 제대로 된 책은 아니라는 것 !! 위즈덤 하우스 책을 이 전에도 꽤 읽어 봤었는데, ... 실망 실망 대실망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milyyu 2020-06-0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교수이름을 검색해보고 싶네요. 일독을 막아주셔서 감사해요.

2021-05-3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ono 2022-07-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본문에 “쥬신”이라는 말을 썼던데, 스스로 환빠를 입증한 셈이죠.
“쥬신”이란 말 자체가 어디에서 나왔나 생각하면..

42zone 2023-04-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책을 읽어보고픈 욕구가 불끈 생기네요.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위대한 진보를 열어준 책 중 위험한 금서로 탄압당하지 않은 책이 있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