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는 핵심에 다가가보죠. 한편에 주문자가 있고 다른 쪽엔 제작자가 있는 양분된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자동적으로 가능한 모든 이윤추구 방식이 동원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현상이 도덕적이거나 아름답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저는 ‘자동적으로‘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그런 현상이 높은 차원에서 개인적인 의향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문자는 제작자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일선 업무 조직들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공적인 직원으로 대처하면 그만입니다. 당신은 오늘날 이런 관계를 경제 영역뿐 아니라도처에서 목격할 겁니다. 가령 우리 친구 투치는 늙은 개 한 마리를 쏘아죽이진 못할망정 고귀한 양심의 평정상태에서 전쟁을위한 신호를 보낼 수는 있을 겁니다. 또한 당신의 친구 모오스브루거는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을 텐데 막상 그걸 제 손으로 실행할 사람은 세 명에 불과하다는 말이지요.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이런 ‘간접성‘ 덕분에 전체 사회와 각각의 개인은 양심을 보장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누르는 버튼은항상 희고 깔끔하지만, 그 버튼이 연결된 다른 쪽 끝에서는 다시 그 버튼을 누를 일이 없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가 있는 법이죠. 혐오스러운가요? 그런 식으로 우리는 수천명을 죽이거나 근근이 살아가도록 하며 고통의 산을 옮기기도 하지만 뭔가를 해내기도 합니다!" - P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