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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 다섯 작가가 풀어낸 다섯 가지 짜장면 이야기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6월
평점 :
짜장면, 정말 명실공히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의 최애 음식 역시 짜장면이고 말이다.
평소 내 책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 남편은, 책을 보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이네."라며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책 다 읽었어? 슬픈 내용이지?"라며 내용에까지 관심을 보였다.ㅋ
"응, 슬픈 내용은 아니고, 짜장면과 관련된 단편소설 5편이야.
아, 살인사건도 있고 슬픈 내용도 있네. 아버지 기일마다 아버지를 그리며 짜장면을 먹는 이야기도 있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우리 둘은 언제 짜장면을 처음 먹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신기한 사실은,
남편도 나도 아버지와 먹은 짜장면을 기억한다는 거였다.
왜 엄마는 없었지? 희한하게 우리 둘의 기억 속 짜장면은 아버지라는 존재와 맞닿아 있었다.
(뒤늦게 생각해 보니, 보통은 엄마가 외출하거나 해서 안 계실 때 자식들 밥을 먹이려고 아버지가 짜장면을 사 주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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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라는 책을 읽어서인지, 책과 큰 관련이 없는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생각이 난다.
여기서 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일제 시대 유명 중국 음식점 공화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공화춘 살인사건>, 모델을 꿈꾸며 마라도에서 서울로 온 다래의 이야기를 다룬 <원투>, 직접 춘장을 담그는 철륭관에서 발생한 의문의 일을 다룬 <철륭관 살인사건>, 실종된 제자를 찾아 헤매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다정의 이야기를 다룬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버지의 기일에 겪은 환상적인 경험을 다룬 <환상의 날> 등 다섯 편의 소설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공화춘 살인사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추리소설이 맞다.
시대적 배경과 잘 어울어진 스토리라서 재미있었고 좋았다.
홍주원 변호사가 여러 사건 혹은 커다랗고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는 장편소설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륭관 살인사건'은 제목부터 반전이다. 추리소설은 맞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코지 미스터리 느낌?
그래, 추리소설이라고 꼭 누군가 죽을 필요는 없지...^^
참, 제목의 의미는 직접 확인하시길...
'원투'는 약간 작위적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읽은 후 마음이 훈훈해졌다.
엄마의 원투가 짜장면이라는 문장은 따뜻했고, 부모님 생각이 났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단편이라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
내용도,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좋아서, 택시에 승차하는 죽은 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담아 장편소설로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의 날'도 좋았다.
단편소설이다 보니, 주인공 민영이 남친에게 보인 행동이 완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환상의 날'이라는 소설과 연관된 환상적인 부분은 신비하고 따뜻했다.
아버지와 짜장면 부분, 특히 마지막에 드러난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음 만난 짜장면 에피소드의 진짜 의미는 너무 좋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면, 민영에게 그 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의 기일에 프로포즈하는 남친도 반성할 부분은 있을 듯 하다. - 소설을 너무 다큐로 받아들였나?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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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라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정겨운 소울푸드를 소재로 추리, 역사, 청춘, 퇴마, 환상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 작가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이라서 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짜장면,
난 배달 짜장면을 먹고 탈이 난 적이 있어서, 짜장면은 무조건 식당에서 먹는 타입인데, 짜장면이 급 땡긴다.
옆을 보니, 남편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갓난쟁이 육아중이라 식당에 가서 무언갈 먹는 건 한동안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참 큰일이다. 자꾸 생각나서~^^;
짜파게티라도 끓여 먹어야겠다.^^
(또 옆길로 샌...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